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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구성, 부킹, 시간 걱정 끝 … '혼골'로 실속있게 즐긴다

혼술·혼밥 이어 골프도 나홀로
'배틀존' 서비스로 혼골을 즐기는 스크린 골프. [중앙포토]

'배틀존' 서비스로 혼골을 즐기는 스크린 골프. [중앙포토]

#40대인 김모씨는 뒤늦게 골프를 시작했다. 사업상 골프를 쳐야하는 날이 늘어나 기량을 빨리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주말뿐 아니라 평일에도 필드에 나가고 싶은데 동반자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4명을 모으기 힘들었던 김씨는 수소문 끝에 동반자를 연결해 주는 사이트를 찾았다. ‘혼골족’ 대열에 합류한 김씨는 동반자 걱정 없이 마음껏 필드 플레이를 즐길 수 있게 됐다.
 
#30대 이모씨는 항상 모이는 사람과 라운드를 해 골프에 대한 흥미가 점점 떨어졌다. 또 주위에는 골프를 즐기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이씨는 모르는 사람과 만나 자신의 실력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마침 혼골족을 위한 골프 대회가 열린다고 해서 이씨는 바로 참가 신청서를 냈다. 낯선 동반자와 첫 만남은 어색했지만 서너 홀을 돌면서 서로 ‘굿샷’을 외치고 박수도 쳐 주니 금방 친해졌다. 새로운 인간관계도 맺어졌다.
 
#50대 박모씨는 지난 겨울 골프가 너무 치고 싶었지만 날씨가 추워서 필드에 나가지 못했다. 동남아로 해외 원정을 계획했지만 친구들과 시간을 맞추는 게 쉽지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동호회에서 해외 원정도 연결해준다는 소식을 접했다. 박씨처럼 해외에 나가고 싶지만 파트너가 없어 망설이고 있는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결국 번개 같은 만남으로 박씨는 혼골족들과 태국으로 2박3일 원정을 다녀왔다.
 

한국에도 혼골족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혼골족들을 위한 시장도 커지고 있다. 혼골족은 말 그대로 ‘혼자 골프를 하는 사람’을 뜻한다. 접대 골프가 줄어드는 대신 모르는 사람들과 조인해 한 팀을 이루는 실속파 골프족인 셈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기준 한국의 1인 가구는 520만3000가구로 집계됐다. 전체 1911만1000가구 중 1인 가구가 무려 27.2%에 달한다.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혼밥(혼자 밥 먹기), 혼술(혼자 술 마시기) 문화가 자연스레 정착되고 있다. 골프장에서는 김영란법 시행 이후 ‘혼골족’이 두드러지게 늘어나고 있다.
 
이미 골프의 본고장 미국에서는 90% 이상이 혼골을 경험해봤다. 국내에서도 최근 혼골족의 수요가 커지고 있다. 경기 고양의 올림픽컨트리클럽의 경우 종전 50% 정도였던 혼골족이 김영란법 시행 이후 80% 이상으로 늘어났다.
 
‘혼골 시대’가 도래하면서 골프장뿐 아니라 ‘혼골 조인’ 카페와 동호회 등도 증가하고 있고, 해외 원정을 원하는 혼골족을 연결시켜주는 동호회도 있다. 특정한 시간대에 정기적인 모임이 가능한 혼골족 온라인 사이트까지 생겼다.
 
스크린 골프 업체들은 혼골족을 위한 ‘배틀존’ 서비스까지 출시했다. 온라인 대전 시스템을 통해 상대방과 경기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프로 골퍼에게도 도전장을 낼 수 있어 폭발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혼골족을 위한 골프대회가 열리기도 한다. 박수철 맨날골프 대표는 “한국 골프 문화도 기존의 접대 중심에서 가족과 친구, 연인이 즐기는 생활 골프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혼골의 최대 장점은 4명의 팀을 구성하고 부킹하는 번거로움이 없다는 것이다. 언제든 편안한 라운드가 가능하다. 각자 시간 날 때 예약하고 다른 혼골족을 만나 9홀이나 18홀을 저렴한 비용으로 즐길 수 있다. 단 모르는 사람과 팀을 이뤄 라운드를 하는 데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야 한다. 혼자도 괜찮고, 부부나 연인, 친구 등 2명도 가능하다. 필요한 인원수만큼 차면 4인 플레이를 할 수 있다. 혼골족을 위한 2인 플레이가 가능한 골프장도 있다.

 
일반적으로 라운드를 할 때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은 매너다. 골프는 에티켓이 매우 중요하다. 혼골의 경우도 지켜야 할 매너가 있다. ‘혼골 십계명’을 잘 지켜야만 헤어질 때 웃으면서 떠날 수 있다. 4~5시간 동안 유쾌하게 라운드를 즐기려면 이를 늘 명심하자.
 
먼저 직업, 나이 등 개인 질문을 묻는 건 실례다. 서로 다른 환경과 출신, 직업군의 사람들과 어울리려면 상대방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해야 한다. 접대 골프처럼 서열을 정하려고 하면 안 된다. 남녀가 함께 조인할 경우 관계를 묻는 것도 금지다. 순간적으로 궁금증이 일더라도 일단 묻어두고 골프에만 집중하자.
 
요구하지 않는 레슨은 하지도 말자. 내기 골프 요구도 에티켓에 어긋나는 것이다. 캐디에게 갑질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건 그야말로 꼴불견이다. 그린피도 각자 내듯이 그늘집 비용도 각자 계산하는 게 좋다.
 
혼골족은 대체로 진지한 골퍼들이 많다. 투볼 플레이로 동반자의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행위도 안 된다. 티샷은 전 홀 스코어의 오너 순으로 하고, 퍼팅 그린에서는 본인의 볼마커를 사용할 것을 권한다. 퍼트는 홀컵에서 먼 곳부터 순서대로 하는 게 좋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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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