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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후보 인맥주, B후보 대장주 … 루머 잡는 ‘이글 아이’

정치 테마주 단속하는 거래소 사이버시장감시센터 
한국거래소 사이버시장감시센터 직원들이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14층에서 증시 종목과 관련한 인터넷 허위·과장 글이 올라오는지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센터는 정치 테마주가 극성인 대선 시즌을 맞아 24시간 정밀 감시에 들어갔다. [김성룡 기자]

한국거래소 사이버시장감시센터 직원들이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14층에서 증시 종목과 관련한 인터넷 허위·과장 글이 올라오는지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센터는 정치 테마주가 극성인 대선 시즌을 맞아 24시간 정밀 감시에 들어갔다. [김성룡 기자]

5년 전에 왔던 각설이가 죽지도 않고 또 왔다. 정치 테마주 말이다. 5년 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5월에 치러지는 선거 탓에 몇 달 더 빨리 왔다. 거기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각종 인터넷 카페를 등에 업고 더욱 강력해졌다.
 
그래서 바빠진 곳이 있다.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14층 사이버시장감시센터다. 70여개 언론사뿐 아니라 포털사이트의 증권 게시판, 블로그, SNS가 관할구역이다. 주가와 관련해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모든 게시글을 실시간으로 내려다보는 ‘이글 아이(독수리의 눈)’다. 이들은 사이버 증시 수사대로 불린다.
 
기자가 센터를 방문한 14일 오전. 센터 한쪽 벽은 6개의 대형 스크린이 메우고 있다. 한 스크린에는 인터넷 게시글에서 자주 언급된 종목이 순위별로 집계돼 있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관련주로 엮였다가 지난달 16일 “관련 없다”고 해명했던 코스피 상장사 세우글로벌도 눈에 띄었다.
 
다른 스크린에는 특정 정치인 이름을 언급한 트윗이 줄줄이 올라온다. 4차 산업혁명, 세종시, 4대강 등 정책 관련 키워드 순위뿐 아니라 증시판 실시간 검색어도 스크린에 함께 게시된다. 얼마 전에는 영화 ‘돈’ 제작진이 세트장 제작을 위해 센터를 촬영해 갔다고 한다.
 
7명의 사이버 증시 수사대
언론사·포털·증권게시판·SNS 주시
정치인 자주 언급되는 종목 집계
 
요주의 ‘블랙리스트’ 집중관리
게시자 계좌 부당거래 여부 확인
의심되면 금융당국 거쳐 검찰 고발
 
관할구역이 인터넷 공간이다 보니 7명의 센터 직원은 하루 종일 여러 대의 모니터와 씨름한다. 최주연 대리는 “아침부터 종일 모니터를 봐야 하고 매일 인터넷 게시글에 적힌 비속어를 읽어야 하는 고충도 있다”고 말했다.
 
센터 내 시스템은 24시간 돌아간다. 그런 만큼 업무도 빡빡하다. 센터 직원들은 매일 오전 7시에 출근해 밤사이 사이버경보 대상이 된 회사에 통보 서비스를 한다. 오전엔 테마주 시황과 언론 기사를 분석하고 오후에는 하루 중 조치가 필요하거나 경보를 내릴 회사를 추린다. 장이 끝나면 투자자가 투자를 조심해야 할 종목을 신규 지정하거나 해제한다.
 
직원들의 모니터 한 편에는 관리가 필요한 인터넷 게시글이 빼곡히 올라온다.
 
“과거 몇 십 배 상승한 ○○종목 초기와 닮은 꼴. 대표이사가 A후보 미친 인맥주.”
 
“B후보 대장주. 대장주는 조정 받아도 몇배 수익 난다.”
 
근거 없는 풍문이 대부분이다. 같은 아이디로 유사한 글을 계속 올리는 이른바 요주의 게시자도 있다. 적출이 되면 ‘블랙리스트’ 행이다.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달 집중 관리를 받는다. 조기 대선으로 최근 그 숫자도 수백 명으로 불어났다.
 
그럼에도 같은 행태가 반복되거나 주가가 계속해 비정상적으로 오른다면 다음 단계는 해당 게시자의 계좌 확인이다. 부정 거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심리 후 혐의가 의심된다면 금융당국을 거쳐 검찰로 넘겨진다.
 
센터의 또 다른 주요 업무는 사이버경보 서비스다. 지난해 6월 인터넷에서 유통되는 풍문과 테마에 대비하기 위해 도입됐다. 별 이유 없이 주가가 출렁대고 확인되지 않은 루머가 돌아다니면 센터가 찾아낸 뒤 해당 회사에 통보하는 방식이다. 그러면 회사가 자발적으로 해명한다. 루머의 진위는 해당 회사가 가장 잘 안다는 취지에서다. 포털사들도 “증권 게시판 루머에 대한 해명은 해당사 기업설명(IR) 담당자가 직접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코스피 상장사 우성사료 사례가 그렇다.
 
“문재인 최고의 인맥주가 탄생했습니다. 대통령 탄핵 인용되면 2만~3만원 갈 재료입니다. 능력껏 드십시오!”(ID:xxx)
 
이런 글이 퍼진 데다 문재인 캠프에 합류한 신경민 의원 처가가 회사 오너로 알려지면서 문재인 테마주로 엮였다. 2월 3300원이던 주가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인용 후 4980원으로 51% 뛰었다.
 
사이버경보를 받은 회사는 “문재인·안철수씨와 무관하며 신경민씨는 당사 주주인 것은 맞지만 경영에 관여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결국 해명 공시했다.
 
과거엔 회사가 직접 나서 “특정인과 관계 없다”고 밝히는 것은 부담스러웠다. 주가가 내려 주주들이 반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기업들도 달라지고 있다. 정치 테마로 묶여 주가가 오르면 단기 차익을 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회사에 독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사이버경보를 받고 직접 해명에 나선 기업은 지난해 전무했지만 올 들어서만 32곳에 이른다. 주주가치 환원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는 기업이 늘고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유승민 테마주로 분류됐던 대신정보통신은 지난달 13일 “유 후보와 관련 없다”고 해명했다. 유 후보와 회사 대표가 미국 위스콘신대 동문이라고 알려지면서 주가가 하루(2월 2일)에만 27% 뛰는 등 출렁거렸다.
 
이상 징후 회사에 사이버경보
올해 32개사 ‘후보와 무관’ 해명 공시
“루머로 주가 뛰면 언젠가 떨어져”
 
투자 유의 종목 지정·해제
“사이버경보 통한 해명 강제성 없어
테마주 근절 기업이 자발적 참여해야”
 
하지만 유 후보는 경제학을, 회사 대표는 기계공학을 공부했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최현택 대신정보통신 부사장은 “쓸데없이 왜 그런 걸 공시해서 주가를 떨어뜨리느냐고 따지는 주주들도 있다”며 “과거엔 주주들에게 미치는 영향 때문에 함부로 공시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지만 사이버경보를 받으면 이들을 설득할 수 있는 도구가 된다”고 말했다. 최 부사장은 “회사 자체와 무관한 이유로 주가가 오르면 언젠간 또 폭락하게 돼 있다”고 덧붙였다.
 
이달 들어 인터넷에서 특정 종목과 관련해 정치인 이름이 언급된 횟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3월 초 792건에 불과했던 정치인 언급 횟수는 이달 1일 4059건으로 5배로 급증했다. 11일에는 1만3842건으로 불어났다. 대부분 주식을 선매수한 뒤 해당 종목에 대한 허위·과장 글을 올려 주가가 오르면 되파는 수법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관련성이 없는 경우가 숱하다.
 
대선 시즌이라 정치 테마주가 주요 타깃이지만 항상 그런 건 아니다. 코스피 상장사 아남전자 주가는 삼성전자가 ‘갤럭시S8’을 공개한 후 불과 이틀 만에 51% 치솟았다. 깜짝 놀란 회사는 곧바로 “갤럭시S8 출시와 회사는 관계 없다”고 해명 공시했다. 그 밖에 한국큐빅(가상현실), 신신제약(대선 후보의 세종시 공약) 등도 자발적으로 정책 키워드와의 관련성을 부인했다.
 
남찬우 거래소 투자자보호부장은 “정치 테마주 근절을 위해 제도 개선이 이뤄지고 있지만 사이버 경보를 통한 해명을 기업에 강제할 순 없다”며 “기업의 자발적인 참여가 이뤄진다면 자본시장의 수준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S BOX] 정치 테마주 ‘개미’ 비중이 98% … 계좌당 평균 77만원 손실
정치 테마주는 ‘개인 투자자의 무덤’이라는 말이 있다. 수법은 일정하다. 특정 종목을 미리 산다. 그리고 특정 후보가 그 종목과 관련돼 있다거나 당선 가능성이 크다는 글을 반복해 올린다. 대부분 허위·과장이다. 개인투자자가 몰리면 고가에 내다 파는 식이다. 최근 한국거래소가 조사한 정치테마주에서 개인 투자자 비중은 98.2%로 압도적이었다. 이들은 계좌당 평균 77만원을 손해 봤다.
 
“풍문과 관계없다”고 해명 공시한 32개 회사의 주가 추이를 봐도 결국 ‘독박’을 쓰는 건 개인 투자자다. 32개 사가 해명 공시를 낸 날과 이달 10일 종가를 비교해 보니 평균 수익률이 -19.74%였다. 그만큼이 거품이었다는 뜻이다.
 
주가 하락률이 가장 높았던 종목은 안희정 테마주로 엮였던 SG충방으로 지난 2월 16일 해명 공시 후 61.32% 내려앉았다. 그 밖에 바른손(문재인·-37.36%), 솔루에타(문재인·-33.9%), 세우글로벌(홍준표, 유승민·-25.55%), 오픈베이스(안철수·-14.88%) 등 32개 사 중 30개 사 주가가 하락했다. 오직 2개 사(이화공영·써니전자)만 올랐다.
 
기업의 자발적인 해명도 필요하지만 투자 본연의 가치를 지키는 개인 투자자의 자세가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새누리 기자 newworl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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