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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내셔널] 일제가 씨를 말렸던 토종 한우 ‘칡소’를 아시나요?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중략)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충북 옥천이 고향인 정지용 시인이 1927년에 발표한 시 ‘향수(鄕愁)’에 등장한 얼룩빼기(정지용 시인은 얼룩백이로 표기했지만 얼룩빼기가 표준어다) 황소가 부활하고 있다. 온몸을 칡넝쿨로 칭칭 감아놓은 듯 검은색 줄무늬를 두른 토종 한우 칡소가 주인공이다.
우리나라 토종 한우인 칡소는 온 몸에 칡넝쿨을 감아놓은 듯 검은 줄무늬가 있는게 특징이다. 최종권 기자

우리나라 토종 한우인 칡소는 온 몸에 칡넝쿨을 감아놓은 듯검은 줄무늬가 있는게 특징이다. 최종권 기자

지난 10일 충북 청주시 내수읍의 한 축사에서 본 칡소는 검은 줄무늬가 선명했다. 어깨 근육이 두툼하고 콧등에 검은 빛이 돌았다. 이곳에는 몸집이 900㎏에 달하는 3년생 칡소도 있었다. 칡소 80마리를 기르는 농장주 최재남(55)씨는 “야생성이 강하다 보니 거세를 안한 수소는 성질이 급한 것 같다”며 “품종 개량이 늦어진 바람에 황우보다 크는 속도는 느리지만 힘이 세고 질병에 강하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우라고 하면 으레 누런색 또는 적갈색을 띄는 한우, 즉 황우(黃牛)만 생각한다. 하지만 한국에는 황우를 비롯해 검은색의 흑우(黑牛), 흰색의 백우(白牛), 검푸른색의 청우(靑牛) 등 다양한 소가 2000년 이상 존재해 왔다. 이중 하나가 바로 칡소다.
고려시대에 집필된 『신편집성마의방 우의방』에는 칡소를 리우(?牛·얼룩소)로 표기했다. 칡소의 특이한 얼룩무늬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는 해석이 있다. 
실제로 칡소의 무늬는 호랑이와 비슷해 ‘호반우(虎斑牛)’로도 불린다. 지형이 험준한 산간 지역에서 일소로 활약했다. 일제 때 발간된 권업모범장 축산연구사업 보고서에 따르면 1910년 당시 한우의 약 80%가 지금 흔하게 볼 수 있는 황색의 한우이며 흑우·칡소 등 다양한 품종이 존재했다고 기록돼 있다.


칡소는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거의 자취를 감췄다. 일제가 1938년 한우 심사표준을 만들어 “조선 한우의 모(毛·털)색을 적색으로 한다”고 규정했다. 털 색깔을 통일하면서 다른 색깔의 품종은 도태시켰다. 반면 일제는 1910년~1945년 150만 마리 이상의 한우를 한반도에서 반출해갔다. 한우의 우수성을 간파한 일본의 육종 학자들은 조선의 칡소·흑우를 일본으로 가져가 일본 소와 교잡해 품종 개량에 이용했다.
칡소의 몸 뿐만 아니라 얼굴에도 호랑의 처럼 줄무늬가 있고 콧 등도 검은색이다. 청주=최종권 기자

칡소의 몸 뿐만 아니라 얼굴에도 호랑의 처럼 줄무늬가 있고 콧 등도 검은색이다. 청주=최종권 기자

국내에서 사라지다시피 한 칡소의 명맥을 잇기 위해 충북도가 뒤늦게 나섰다. 충북 축산위생연구소는 1996년 ‘향토 새옷 입히기’ 사업을 추진하면서 수소문 끝에 음성군 원남면 농가에서 칡소 2마리를 어렵게 구입한 뒤 종축장에서 복원에 나섰다. 우수한 칡소를 교배해 수정란을 생산하고 인공수정을 거쳐 개체수를 늘려 나갔다. 


이를 통해 지금까지 5세대를 거치며 칡소의 품종 개량이 이뤄졌고 일부 수정란은 충북 지역 농가에 보급했다.
충북에 이어 강원·전북·충남 등 다른 지역에서도 칡소 복원사업에 나섰다. 이에 따라 현재 전국적으로 사육중인 칡소는 3600여 마리로 늘어났다. 2008년 전국 최초로 ‘칡소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한 충북에서는 13개 농가에서 칡소 575마리를 기르고 있다. 충북은 2009년 충북산 칡소 이름을 ‘호반칡소’로 지어 상표를 출원·등록했다. 
 
칡소

칡소

칡소는 질병에 강하고 육질이 부드럽고 담백해 조선시대에 임금 수라상에 올랐다고 한다. 상품성이 높은 칡소는 지난달 24일 처음으로 롯데백화점에 입점이 성사됐다. 서울 관악점·강남점·청량리점 등 6곳에서 호반칡소를 판다.
칡소는 부위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일반 한우보다 30% 이상 비싸다. 지난달 롯데백화점 정육코너에서 충북산 칡소 100g(등심 1등급 기준)이 1만800원에 판매됐다. 당시 일반 한우 100g 가격은 7300원이었다.
 
 최재원 충북 축산위생연구소 종축장 장장은 “칡소 고기는 지방산을 구성하는 올레인산 함량이 일반 한우보다 1~2% 높아 고소한 맛이 강하다”며 “살아있는 칡소는 일반 한우 암소(600㎏ 기준)보다 25% 비싸게 거래된다”고 말했다.
 96년부터 칡소 복원에 참여한 안호 충북도 축산정책팀장은 “아직도 칡소가 우리 고유의 한우라는 사실을 아는 국민이 많지 않다”며 “20년 간 쌓은 칡소 생산 기술을 농가에 더 널리 보급해 우량 칡소를 더 많이 생산하겠다”고 말했다.
청주=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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