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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만우절 가짜 뉴스 사라진 유럽

김성탁 런던특파원

김성탁 런던특파원

‘스코틀랜드에서 북극곰이 발견됐다.’ 지난 1일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기후 변화로 인해 북극곰이 영국 북부까지 내려왔다고 보도했다. 세계자연기금(WWF) 전문가의 해설과 영상까지 곁들였다. 만우절을 맞아 만든 ‘가짜 뉴스’였다. 북극곰의 이름 ‘릴파 루프(Lirpa Loof)’도 만우절(April Fool)의 철자를 거꾸로 쓴 것이었다. 장난을 곁들였지만 지구온난화로 위기에 처한 북극곰을 도와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만우절에 위트 넘치는 가짜 뉴스를 보도하는 건 유럽 언론의 전통이었다. 시민들도 공원에서 축구를 하는 가족에게 다가가 “이곳에서 공을 차면 벌금을 내야 한다”고 농담을 건네는 여유를 즐기곤 한다. 하지만 올해 대다수 유럽 언론은 전통을 접었다. 스웨덴 일간 스몰란스포스텐의 편집장은 “4월 1일에도 진짜 뉴스만 쓴다. 우리 신문 이름이 잘못된 이야기와 함께 퍼지는 게 싫다”고 말했다. 노르웨이 일간 베리엔스 티덴데도 “가짜 뉴스가 퍼지는 상황에서 만우절에 장난을 치는 것은 곤란할 것 같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부터 불거진 가짜 뉴스 문제는 주요 선거를 앞둔 유럽에서도 골칫거리다. 4선 연임에 도전하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2015년 파리 테러와 지난해 브뤼셀 테러에 연루됐다는 허위 정보에 시달렸다. 난민 신청을 한 이슬람 청년과 찍은 사진은 테러범과의 셀카로 둔갑했다. 프랑스 대선을 앞두고도 여론조사에서 3위를 하는 후보를 지지율 1위로 소개하거나 후보들의 거짓 사생활을 폭로하는 허위 정보가 퍼지기도 했다.
 
소셜 미디어의 발달로 가짜 뉴스는 정치인의 지지율을 좌우할 정도로 큰 영향을 미친다. 미국 인터넷 매체 버즈피드의 분석 결과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870만 건의 가짜 뉴스가 공유됐는데, 주요 매체의 진짜 뉴스(730만 건)보다 많았다.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가 이런 도구를 이용해 선거에 개입하려 한다고도 의심한다. 이에 따라 프랑스에선 소셜 미디어 그룹과 언론사들이 협력해 조작 여부를 알려주는 ‘크로스 체크’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독일 정부는 24시간 이내에 불법 내용을 삭제하지 않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업에 약 600억원의 벌금을 물리는 법안을 제출했다.
 
대선을 한 달 앞둔 한국에서도 가짜 뉴스가 판치고 있다. 지방 공공기관에 문재인 후보가 당선되면 북한에 6조원 이상을 가져다 바칠 것이라며 ‘종북 빨갱이’로 비난하는 유인물이 나붙었다. 안철수 후보가 천안함 7주기에 국립대전현충원을 참배하며 유가족들에게 나가라고 했다는 내용이 퍼져 정당 측이 고발에 나서기도 했다. 가짜 뉴스는 자극적 내용으로 이목을 끌어 정책과 비전을 검증할 기회를 앗아간다. 일부 후보의 독특한 언행이 더해지면서 이번 대선후보 TV토론회에 대해 네티즌들은 이미 “개콘보다 재미있을 것 같다. 팝콘을 준비하고 보겠다”는 반응이다. 미국 항공모함이 한반도로 출발하는 상황인데 ‘장미대선’까지의 짧은 기간을 자극적 내용의 진위 판별만 하느라 써버려선 안 된다.
 
김성탁 런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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