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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톱보다 유튜브가 재밌네" 1인 방송 점령한 '걸크러시' 중·노년 유튜버들

‘평균 나이 60세. 성별은 여성. 종목은 뷰티ㆍ쿡방ㆍ먹방ㆍ춤방ㆍ몰래카메라 등. 유튜브 구독자 수(9일 기준)는 도합 64만 명.’
 
‘요즘 좀 떴다’는 1인 방송 스타 3인의 간단 프로필이다. 최근 1인 방송 시장에서는 중ㆍ노년 여성들의 활약이 유난히 두드러지고 있다. 구성진 사투리(“저번에 한 번 발라가꼬양, 깜짝 놀라가꼬양 싹 닦아놓고 다시 해부렀어요. 눈탱이 밤탱이가 됐드라니까?”)부터 걸쭉한 욕설(“개성이 다 뒈X다. X놈의 새끼야”)까지 들을 수 있는 이들의 방송은 신선하면서도 친근하다. 방송을 본 젊은이들은 “우리 엄마나 할머니 같아요”, “늘 건강하세요” 등의 댓글을 남기며 환호한다.
유튜브 영상 '핑크 머리로 염색한 걸 본 엄마의 반응'에 등장한 박근미씨. [사진 유튜브 캡처]

유튜브 영상 '핑크 머리로 염색한 걸 본 엄마의 반응'에 등장한 박근미씨. [사진 유튜브 캡처]

현재 세 명 중 구독자 수가 가장 많은 ‘크리에이터’(유튜브에서 방송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는 박근미(54)씨와 아들 정선호(29)씨다. 모자(母子)의 방송을 보는 이는 40만 명에 육박한다. 취미 활동으로 1인 방송을 해오던 정씨는 학업(성균관대 화학과 박사과정)과 1인 방송을 병행하다 어머니와 보내는 시간이 줄어들자 ‘일도 하면서 엄마와 시간을 보내는 방법’에 대해 고민했다. 그렇게 시작한 시리즈가 ‘엄마 몰카(몰래카메라)’ 시리즈다. 지난해 7월 첫 영상에서 아들이 분홍색 머리로 염색을 하고 나타나자 엄마는 “이게 그지 삼발이 머리지, 사람 머리야?”라고 소리를 지르며 ‘등짝 스매싱’을 날린다.
 
정씨는 “욕설이 담겨 있어 영상을 공개할 생각은 못하고 그냥 어머니께 영상을 보여드렸는데 너무 재밌어 하면서 먼저 ‘유튜브에 올려보자’ 하셨다”고 말했다. 이후 엄마와 아들은 몰카로 서로 골려주거나 고민을 나누고 춤도 함께 배우는 등 소소한 일상을 유튜브에 공유했다. 음식점을 운영하거나 보험설계사로 바쁘게 일하며 아들 둘을 키운 박씨에게도 1인 방송은 신선한 경험이었다. “영상으로 내 모습을 보니까 나도 몰랐던 내 모습이 보이더라고요. 그냥 지나쳤을 일상까지 추억으로 만들어 준 아들에게 고마워요.”
유튜브 영상 '계모임 갈 때 메이크업'에서 구독자들에게 화장 기술을 알려주고 있는 박막례 할머니. [사진 유튜브 캡처]

유튜브 영상 '계모임 갈 때 메이크업'에서 구독자들에게 화장 기술을 알려주고 있는 박막례 할머니. [사진 유튜브 캡처]

‘최고령’ 크리에이터는 박막례(71) 할머니다. 박 할머니의 전공은 ‘뷰티’다. 그의 방송에는 ‘42년째 식당을 운영하며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화장을 한’ 할머니의 내공이 담겨 있다. “이걸로 파란 거 빨간 거 다 발라 부리는 거여”, “면봉은 항시 대기하고 있어야 해. 염X 이거 또 굳었시야” 등 박 할머니 특유의 말솜씨가 인기 비결이다.
 
박 할머니는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손녀 김유라(29)씨의 제안으로 두 달 전부터 1인 방송을 시작했다. “처음엔 유튜브에 ‘유’자도 뭔지 몰랐어야. 그런데 지금은 내가 애들한테 그래. ‘고스톱보다 유튜브가 훨씬 재밌다’고.” 용인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박 할머니는 얼마 전 인스타그램도 배웠다. “요즘 애들이 나처럼 나이 먹은 사람을 사람답게 쳐줘요? 그런데 이제 ‘할머니 실물 보러 왔다’면서 지방에서도 막 찾아 오대.”
유튜브 방송 '쌍둥이 엄마 TV'를 통해 젊은 세대와 소통하고 있는 홍삼인씨. [유튜브 캡처]

유튜브 방송 '쌍둥이 엄마 TV'를 통해 젊은 세대와 소통하고 있는 홍삼인씨. [유튜브 캡처]

“둥둥이 친구들 안녕! 쌍둥이 엄마 TV의 쌍둥이 엄마예요.” 지난해 8월부터 유튜브 방송을 시작한 홍삼인(55)씨는 자신의 팬들을 ‘둥둥이’라고 부른다. 홍씨는 “남편이 목사이고 아이들한테 관심이 많아 평소 집에 오는 아이들에게 음식을 대접할 일이 많았다.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이는 게 낙이었는데 아들이 그걸 방송으로 한 번 해보자고 했다”고 말했다.
 
처음엔 쿡방(요리 방송)으로 시작해 최근엔 먹방(먹는 방송)ㆍ춤방(춤 방송)까지 넘보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당했을 무렵에는 “어른들이 올바르게 걸어가야 할 길을 못 가서 젊은 세대들에게 미안하다”며 사과 방송을 하기도 했다. 홍씨는 “내 방송을 보는 모든 친구들에게 ‘엄마’ 같은 존재이고 싶다. 방송을 하면서 30대 초반으로 돌아간 듯 삶에 활력이 생겼다”고 말했다.
 
배국남 대중문화평론가는 “1인 미디어에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중ㆍ노년층이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방송에 드러내는 것이 젊은 세대들에게는 친근하면서도 신선하게 다가온다. 세대 간의 접점이  확대되는 모양새다”고 분석했다. 처음에는 카메라 앞이 마냥 어색했다는 홍씨는 “이제 ‘둥둥이’들 때문에라도 끝까지 방송을 할 것 같다”며 웃었다. 박 할머니는 ‘팬들에게 한마디 해달라’는 질문에 마지막으로 이렇게 답했다.
 
“항시 고맙단 말밖에 더하겄어요? 항시 건강하면 더 좋겄지. 시집ㆍ장가 안 갔으면 좋은 인연 만나 살고. 그거면 됐어야.”
  
홍상지 기자 hong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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