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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의1 토막난 유커, 그러나 제주는 울지 않는다!

지난 6일 제주 가는 길, 비가 왔다. '유커(중국 관광객) 실종의 시대를 맞은 제주, 과연 그곳에서는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를 취재하기 위한 발걸음이다.
 
비 오는 목요일 오후, 비행기는 통통 비고 공항은 썰렁하겠지. 상가는 반쯤 문을 닫았을 테고, 상인들은 울상이겠지... 현지 공무원들은 취재 차 온 기자에게 '사드는 언제 끝나는 건가요?'라고 절박하게 물을 것이고...취재 가방을 꾸리면서 든 생각이었다.
제주공항의 모습. 국내 관광객들로 로비가 거의 찼다. [사진 차이나랩]

제주공항의 모습. 국내 관광객들로 로비가 거의 찼다. [사진 차이나랩]

엇! 그런데 첫 예상은 빗나갔다. 비행장에 사람이 많지는 않지만, 그러나 적지도 않았다. '김포공항은 이 정도 사람이 적당한 수준이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조용하고, 쾌적하다는 느낌도 받았다. 비행기도 꽉찼다. 승무원에게 물으니 '거의 만석'이란다. 아니, 중국 관광객이 없는데 어떻게?


공항에서 내리자마자 도청을 방문했다. 평소 잘 알고 지내던 김남진 제주도 관광마케팅 담당을 만나 질문을 던졌다.
공항에 예상보다 여행객이 많던데요?
국내 관광객이 늘어났어요. 작년 같은 기간보다 8~9% 늘어났습니다. 서울서 오는 비행기는 거의 차이 없을 겁니다. 참고로 작년 제주를 찾은 관광객이 모두 1580만 명 됩니다. 이 중 1220만 명이 국내 관광객이었고, 해외에서 온 사람은 360만 명이었지요. 중국인은 306만 명이었고요.
중국 관광객 없어도 문제없다는 건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중국인들에 비해 국내 관광객들은 지출이 적어요. 소비를 많이 하는 관광객이 하루 9만여 명이 감소했는데, 충격이 없을 수 없지요.
그렇다면, 중국 관광객이 몰리는 곳을 볼 필요가 있다. 제주에서 유커가 찾는 대표적인 곳이 바로 바오젠(寶建) 거리다. 2011년 바오젠이라는 회사가 대규모 인센티브 관광단을 몰고 와서 붙여진 이름이다. 역시 한산했다. 비가 온 탓도 있었지만, 24시간 북적이던 그곳에는 지나는 사람이 드물 정도였다. 바오젠 거리 입구에서 화장품 점을 하는 가게를 찾았다. 젊은 여성 점원은 흘깃 기자를 돌아볼 뿐 다가오지 않는다. 한눈에 봐도 물건을 살 것 같지 않은 손님이었나 보다.  
서울에서 온 기잔데, 요즘 손님들 많이 끊어졌죠?
다 아시잖아요. 오늘 선물세트 딱 2개 팔았어요.
텅 빈 바오젠 거리. 단체 관광객이 끊기면서 적막감마저 감돈다. [사진 차이나랩]

텅 빈 바오젠 거리. 단체 관광객이 끊기면서 적막감마저 감돈다. [사진 차이나랩]

요즘 제주도를 찾는 중국 관광객은 몇 명이나 될까? 다시 김남진 담당관 얘기를 들어보자.
어제(2017년 4월 5일) 제주도에 온 중국 관광객은 1057명이었습니다. 이 중에 절반 정도는 중국에서 직접 제주도로 온 무비자 방문객이고, 나머지 절반은 국내 다른 도시에서 온 관광객입니다.
그렇다면 이게 어느 정도 수준입니까?
작년 같은 날(2016년 4월 5일)에 들어온 중국인이 1만 명을 조금 넘었습니다. 그날 크르즈가 들어왔었을 겁니다. 어쨌든 요즘 중국 관광객은 작년의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보면 됩니다.
이대범 하나투어 제주사무소 소장은 오랫동안 제주에서 일해온 업계 관찰자다. 그에게도 '중국 관광객 실종 사건'은 고난의 길이었다. 그에게 업계 상황을 물었다.
제주도 관광업계에서 비명 소리 들리지요?
교포(조선족)여행사들은 대부분 문 닫았고, 거기서 일하던 사람들 흩어졌습니다. 한국인 여행사들도 직원 3분의 2정도는 무급휴가 보냈고요. 중국인 단체 관광객으로 먹고살던 식당, 면세점, 호텔 등은 지금 파리 날리고 있습니다. 사무실, 심지어 건물이 매물로 나오고 있습니다. 교포들은 이 사태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청산하려는 것 같아요.
가장 타격을 많이 받는 분야가 어디죠?
아마 관광버스 기사일겁니다. 그분들은 대부분 고정급이 나오지 않고, 일거리 있을 때만 받아 가요. 지금 수입이 제로(0)인 거죠. 통역가이드나 식당 등이야 어떻게 다른 살길을 찾는다고 하지만, 기사님들은 방법이 없는 겁니다.
관광버스 기사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건 제주 여행이 단체관광객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306만 명의 중국 관광객 중 약 60%(약 180명)가 단체관광객이었다. 그들은 20~30명 단위  버스로 움직인다. 운전기사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버스 운전기사들이 사드 사태로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사진 중앙포토]

버스 운전기사들이 사드 사태로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사진 중앙포토]

다시 이대범 소장과의 대화.  
제주도의 현지 상인들이나, 도민들이 느끼는 타격은 어느 정도입니까?
아직은 크지 않아요. 이것 역시 단체관광객 중심의 업계 관행과 관계있습니다. 그들은 교포들이 운영하는 여행사를 통해 한국에 오고, 교포가 운영하는 호텔에서 자고, 그들과 관계있는 식당에서 밥을 먹습니다. 면세점도 자기들 거에 점에만 가고...그러니 현지인이 운영하는 일반 상점이나 호텔은 별 영향이 없는 거지요. 제주도가 '중국 관광객 실종 사건'에도 불구하고 잠잠한 이유입니다.
 
단체 관광객 위주의 관광 문화는 그동안 제주도 관광 시장 왜곡의 가장 큰 이유였다. 덤핑 관광으로 온 관광객들은 하루에도 4~5차례 간이 면세점을 들려야 했고, 고깃덩이 없는 갈비탕을 먹어야 했다. 용두암 등 입장료가 없는 관광지만 돈다. 사드 시대, 단체관광객 위주의 관광 관행이 제주도 상인의 피해를 줄이는 건 아이러니다.
 
관광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얘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끝없이 밀려오는 중국 관광객으로 인해 품질을 높일 수가 없었다. 여기에 업계가 덤핑 경쟁에 뛰어들면서 한국 관광은 왜곡돼 왔다.
 
제주에서 작은 여행사를 운영하고 있는 김형술 사장. 상하이에서 오랫동안 투자 사업을 해왔던 그는 제주에서 '투자+관광'이라는 비즈 모델을 발전시켜 왔다.  
 
관광 서비스 품질이 개선되지 않은 건, 역설적으로 장사가 너무 잘 됐기 때문입니다. 가만히 있어도 중국 관광객이 몰려오니까요.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말도 오래전부터 나왔습니다. 그러나 중국 사람들이 저렇게 많이 밀려오는데, 어떻게 다각화를 해요. 동남아 관광객? 그들이 와도 받아줄 여지가 없는 거죠.
사드 사태를 계기로 우리 관광 산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은 인천을 방문한 중국 한 회사의 인센티브 투어단. [사진 중앙포토]

사드 사태를 계기로 우리 관광 산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은 인천을 방문한 중국 한 회사의 인센티브 투어단. [사진 중앙포토]

'중국 관광객 실종 시대'
자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지금이야말로 제주 관광을, 아니 한국 관광을 고도화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게 김형술 사장의 얘기다.  
유커가 빠져나갔잖아요. 이제 청소할 시기가 된 겁니다. 경쟁력 없는 덤핑 업체가 다시 발을 들이지 못하도록 제도를 짜야 합니다. 여행객을 다각화할 수 있는 찬스이기도 합니다. 중국 관광객이 비운 자리를 동남아나 대만 등의 관광객으로 채워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관광 품질을 높여야지요. 우리 관광산업 경쟁력은 유럽이 미국은 더 말할 것 없고, 일본이나 태국보다 뒤진 게 현실 아닌가요?


사드 사태는 시기의 문제일 뿐, 언젠가는 끝날 것이다. 유커들은 다시 올 것이다. 그러나 기존의 업계 관행이 바뀌지 않는 상황에서 그들이 돌아온다면, 시장은 또다시 왜곡될 뿐이다.
 
돌아오는 길, 허기를 달래려 제주 공항에서 육개장을 시켰다. 8000원 짜리. 아무리 저어도 육개장에는 소고기도, 닭고기도 걸리지 않았다. 고기 없는 육개장, 우리 제주 관광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 아닐까...'사드를 계기로 우리 관광 산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해야 한다'는 말이 더욱 설득력있게 들린다. 
 
차이나랩 한우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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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