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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노믹스 4년, 엔저는 가져왔지만 미래 불안 치유엔 실패

일본 도쿄 긴자의 미쓰코시 백화점. [사진제공=긴자 미쓰코시]

일본 도쿄 긴자의 미쓰코시 백화점. [사진제공=긴자 미쓰코시]

  
‘아베노믹스(일본 아베 신조 총리의 경제정책)’4년, 일본의 실물 경기가 봄날을 맞았다.  
 
아베 정권은 지난 2013년 4월 디플레이션 탈출을 목표로 연 80조엔(약 812조 원)의 양적완화에 시동을 걸었다. 지난 4년간 풀린 돈(본원통화)은 무려 303조엔(약 3075조 원). 전례없는 돈풀기는 엔화가치를 달러당 90엔대에서 120엔대로 대폭 끌어내렸고, 일본 기업들의 수출을 지원했다. 2월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1.3% 증가한 상태. 수출 호조는 즉각 실적 호전으로 이어졌다. 
 
 도요타자동차 등 일본 10대 기업의 2015회계연도(2015년4월~2016년3월) 총 매출은 126조7004억 엔을 기록해 2011년(74조6911억 엔)보다 배 가까이 늘었다. 올 1월 광공업 생산 역시 2.7% 상승했고, 민간 기업의 설비투자도 전년 대비 3.4% 증가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일본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0.8%로 종전보다 0.2%포인트 올렸고, 일본은행(BOJ)도 1.3%에서 1.5%로 상향 조정했다. 
 
 실물경기가 살아나면서 기업들은 일손을 구하지 못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지난 2월 실업률은 2.8%로 22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졌고, 대졸 취업률(97%)은 완전고용 상태에 진입했다.  
 
‘아베노믹스의 첫번째 화살’로 불리는 무제한 통화방출이 ‘잃어버린 20년’간 지속됐던 ‘패배 의식’의 수렁에서 일본 경제를 건져올리는데 성공한 셈이다.  
 
그러나 양적완화가 애초 겨냥했던 ‘물가상승률 2% 달성’은 성공과는 거리가 멀다. 지난해 마이너스까지 떨어졌던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2월 현재 0.2%에 그치고 있다. 
 
이유는 민간 소비의 부진이다. 단적인 사례가 백화점의 몰락이다. 일본 굴지의 백화점 업체 미쓰코시이세탄은 지난달 7일 깜짝 발표를 했다. 
 
2012년부터 그룹을 이끌어온 오니시 히로시(大西洋) 사장이 실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사퇴한다는 내용이었다. 
 
 일본 경제주간지 겐다이비즈니스는 “오니시 사장의 재임 기간이 제2차 아베 내각과 꼭 겹친다는 점에서 그의 인책에 의미가 있다”고 짚었다.

 미쓰코시이세탄 백화점은 2013년 아베노믹스 발동 초기 반짝 호경기를 맞았으나 녹지 않는 소비 심리엔 속수 무책이었던 것이다.  
 
 일본의 소비 침체는 일상에서도 확연하다. 도쿄(東京) 고토(江東)구의 수퍼마켓 체인 다쓰미 도요스(豊洲)점 매장에는 매일 할인 품목을 알리는 벽보가 붙는다. 물가에 예민한 주부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조치다. 무라마쓰 요시야스(村松義康) 점장은 “주부들은 의료비나 교육비 지출을 우선시한다. 가장 먼저 줄이는 게 식비”라고 말했다.  

학생이나 직장인들도 좀체 지갑을 열지 않는 분위기다. 급기야 유명 덮밥 체인 요시노야는 2013년 판매를 중단했던 330엔(약 3340원) 짜리 부타동(돼지고기덮밥)을 다시 내놨다.  
 
아무리 돈을 풀어도 소비심리가 살아나지 않고 있는 것은 청장년층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다. 극심한 경기 침체기를 겪은 디플레이션 세대, 이른바 D세대는 절약 정신이 투철하다. 중산층이라 해도 부모의 옷을 되물려 입을 정도다. 
 
 중견기업 정규직 사원인 가스미 케이스케(華住圭介ㆍ25)는 “도시락을 먹으며 돈을 모으고 있다. 병에 걸리거나 비정규직이 될 가능성을 생각하면 한 푼이라도 더 저축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야마나시(山梨)현 쓰루(都留)문과대학에 다니는 고바야시 슌이치로(小林俊一郞ㆍ21)는 “한달 생활비가 최소 10만 엔(약 101만3800원) 드는데, 알뜰하게 살지 않으면 안 된다. 휴일에도 가급적 외출하지 않고 집에서 보낸다”고 말했다.  


일본 경제잡지 프레지던트는 아베노믹스를 위약 효과를 내는 ‘가짜 약’에 비유했다. BOJ가 시장에 돈을 푼다고 했지만 실제로 시장에 풀린 돈은 별로 없다는 내용이다. 가계는 돈을 빌려쓰지 않고 시중은행은 BOJ에 돈을 다시 맡기는 비상식적 현상을 꼬집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 주가가 오르는 등 지표가 좋아진 것은 위약 효과나 다름 없다는 해석이다.

 엔화 가치는 잡아내렸지만, 미래 불안 심리는 치유하지 못한 것이 아베노믹스에 먹구름을 드리운 것이다.  
 
도쿄=이정헌 특파원, 서울=김상진ㆍ김유경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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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