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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경비시스템 싫어요"…'착한아파트'서 난리난 이유

서울 상월곡동 동아에코빌 아파트 경비원들과 관리소장, 입주자 대표가 '우리 아파트 최고'를 외치고 있다. 이 아파트는 경비절감 등으로 경비인력들 유지하며 상생하는 착한 아파트다. 김성룡 기자

서울 상월곡동 동아에코빌 아파트 경비원들과 관리소장, 입주자 대표가 '우리 아파트 최고'를 외치고 있다. 이 아파트는 경비절감 등으로 경비인력들 유지하며 상생하는 착한 아파트다. 김성룡 기자

서울 성북구 상월곡동 동아에코빌 경비원 김홍배(69)씨는 10년째 한 ‘직장’에서 근무하고 있다. 다른 아파트 단지처럼 최저임금이 오를 때마다 실직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정씨의 장기 근속은 주민들이 관리비를 아낀 덕분이었다. 관리비를 알뜰하게 절약해 경비원들의 임금 상승 부담을 흡수했다.
 
한 예로 이 단지는 지난해 9월 지하 주차장 형광등 1600개를 전기세가 적게 나오는 LED(발광다이오드) 등으로 교체해 매월 500만원의 경비를 줄였다. 줄인 경비의 일부는 경비원들의 고용안전과 근로조건 개선에 쓰였다. 이곳 경비원 17명의 평균 근속 연수는 7년 여다. 2015년에는 경비원들과 미화원들이 쉴 수 있는 휴게실도 만들었다. 김씨는 “개인 사정으로 인한 경우를 제외하면 이 아파트를 나가려고 하는 경비원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 단지는 이달 3일 무인경비 시스템 도입을 설명하기 위한 방청회를 열려다가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 아파트는 당초 무인경비 시스템 도입을 전제로 재직 중인 경비 280여 명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해고 통보 사실이 알려진 이후 주민들이 직접 나서서 ‘경비원 해고에 반대한다’는 취지의 대자보를 써붙였다. 수십장의 대자보가 릴레이 식으로 붙자 무인경비 시스템 도입 계획은 사실상 철회된 상태다. 이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주민 중에 경비원들의 고용을 지키자고 반대하는 분들이 많으니 입주자대표들도 이런 의견을 따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불황과 최저임금 인상이 겹치며 전국 곳곳에서 경비원을 잇따라 해고하고 있다는 소식이 이어지는 가운데,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나선 ‘착한 아파트’ 단지도 늘고 있다. 최저 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 증가분을 관리비 절약 등으로 주민 전체가 조금씩 나누는 방식이다.
 
서울 양천구 현대6차아파트에서도 지난해 7월 경비 초소 하나를 줄이는 의견이 입주자 대표회의를 통과했으나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곳 주민 김형천(43)씨는 “아이들이 밤늦게 돌아와도 자리를 지켜주는 경비원 아저씨를 보면 안심이 된다”며 “기계가 채울 수 없는 인간의 영역이 분명 있다”고 말했다.
 
석관동 두산아파트 주민대표들은 지난 2012년부터 경비 고용업체와 계약을 할때 ‘주민의 동의 없이는 경비원을 해고할 수 없다’는 규정을 만들었다. 민간 위탁업체가 경비원을 대량해고 하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그동안 위탁 업계에서는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경비원의 근로 기간이 1년이 되기 전 해고하는 관행이 굳어져 왔었다. 올 2월부터는 아예 주민들이 경비원의 퇴직금을 직접 지급하는 조항도 신설했다. 경비원 주종권(64)씨는 “짧은 기간 여러 아파트를 가야하는 다른 곳 경비와 달리 한 곳에 오래 있다보니 주민 모두가 가족처럼 느껴져 세심하게 돌본다”고 했다.
서울 상월곡동 동아에코빌 아파트 경비원들과 관리소장, 입주자 대표가 경비원 휴게실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 아파트는 경비절감 등으로 경비인력들 유지하며 상생하는 착한 아파트다. 김성룡 기자

서울 상월곡동 동아에코빌 아파트 경비원들과 관리소장, 입주자 대표가 경비원 휴게실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 아파트는 경비절감 등으로 경비인력들 유지하며 상생하는 착한 아파트다. 김성룡 기자

 
경비원을 ‘아랫사람’처럼 다루는 인식을 바꾸기 위한 운동도 활발하다. 서울 성북구에 있는 아파트 단지 114개 중 48개 단지는 경비원 위탁계약에서 ‘갑ㆍ을’대신 ‘동ㆍ행’ 이라는 명칭을 사용한다. 갑과 을이라는 용어가 수직관계를 암시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상월곡동 동아에코빌 아파트에서 이런 계약서를 쓰기 시작했다. 이런 노력은 공공기관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성북구청은 2015년부터 공공계약을 맺을 때 ‘동ㆍ행’이란 표현을 계약서에 넣는다. 종로구청도 지난해 1월부터 ‘갑ㆍ을’ 대신 ‘명ㆍ품’이라고 적시한다. 모두 민ㆍ관이 대등한 동반자로서 행정업무를 꾸려나간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경비원들의 감내해야 하는 근로 여건은 여전히 열악하하는 지적이 나온다. 공동주택 관리비 연구단체인 에너지나눔연구소가 최근 서울 지역1993개 아파트 경비원들의 근로여건을 분석한 결과 2015~16년 최저임금은 8.1% 인상된 반면, 경비비 인상률은 그 절반 수준인 평균 4% 오르는 데 그쳤다. 
 
보수가 지급되지 않는 휴게시간을 늘리는 방식으로 계약을 맺어 임금 인상 관련 지출을 줄였기 때문이다. 이 연구소 정희정 소장은 “휴게시간이 늘어나는 것은 관리비를 적게 지출하기 위한 꼼수다. 휴게시간에도 경비원들은 사실상 민원ㆍ방범 등 업무를 처리하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서준석 기자 seo.juns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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