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층 난간서 추락후 하반신 마비
2013년 휠체어 타고 첫 오케스트라 지휘
휠체어 장애인 합창단 만들며 세계 공연

사고로 하반신 마비가 된 세한대 실용음악과 정상일 교수. 장애를 극복한 그는 휠체어 장애인 합창단을 지휘하고 있다. 3일 오후 서울 순화동 배재빌딩 근방의 조형물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우상조 기자
하지만 이전처럼 두 다리에 체중을 실어가며 역동적인 지휘를 할 순 없었다. 또 휠체어에 앉아선 보면대의 악보를 넘기는 것조차 힘들었다. “악보를 모두 외우다시피 했습니다. 개별 악기가 들어가고 나올 부분까지 모두 머리에 넣었죠.” 정 교수는 “평생을 해온 일이었지만, 무대에 다시 서는 것은 새로운 도전이었다”고 말했다.
다시 지휘봉을 잡은 후 그의 도전은 계속됐다. 그의 첫 복귀작인 ‘피가로의 결혼’ 서곡처럼 마치 인생의 2막이 새롭게 열리는 느낌이었다. 2014년 그는 자신의 영문 이름 이니셜을 딴 ‘CSI 오케스트라단’을 창단했다. 클래식 음악은 지루하다는 편견을 넘기 위해 해금과 거문고, 단소 등 국악기부터 드럼과 기타, 색소폰 등 대중악기를 클래식 악기들과 협연했다.
그가 본격적인 ‘휠체어를 탄 기적의 지휘자’로 불리기 시작한 것은 2016년 2월 ‘대한민국 휠체어합창단’을 만들고 나서부터다. 정 교수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로만 구성된 대규모의 합창단은 우리가 전 세계에서 유일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50명의 휠체어 장애인들이 합창 무대에 처음 올랐다. 이들은 합창곡 '아름다운 나라'를 열창했다.
사고 이전에 이미 세계 20여개 국가의 무대에서 명지휘자로 활동했던 그의 재기 소식이 알려지자 곳곳에서 초청장을 보냈다. 지난해 7월 그의 합창단과 오케스트라단은 클래식의 본고장인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초청됐다. 지난 1월엔 이탈리아 로마에서 공연했고 올 7월엔 러시아 모스크바 공연을 앞두고 있다.

윤석만 기자 sa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