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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으로 장애인·비행청소년 세상과 소통하게 해줬죠

4일 오후 서울 관악구 트러스트 무용단 연습실에 들어서자 세 명의 무용수가 허리 높이의 ‘바’를 잡은 채 연습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한쪽 팔과 다리를 고정한 채 나머지 팔과 다리로 원을 그리는 동작을 반복했다. 

단원 3분의 1이 장애인으로 구성
소년원 가기 전 비행 청소년 춤으로 교화
비행청소년 위한 ‘몸 대안학교’ 만드는 게 꿈


“머리끝에서 꼬리뼈까지 몸이 일직선이 됐다고 생각하세요.” 김형희 트러스트 무용단장의 지시에 청일점인 김준수(가명·23) 씨가 제대로 이해를 못 한 듯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러자 김 단장이 김씨에게 다가가 얼굴을 마주 보고 “상.체.를.고.정.해.야.해”라고 입 모양을 한 글자씩 또박또박 발음해줬다. 김씨가 구화(상대 입 모양을 보고 말을 이해)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청각장애인이었기 때문이다.


1995년 문을 연 트러스트 무용단에는 김씨 같은 장애인 무용수가 다섯 명 있다. 장애 종류도 뇌 병변 장애, 청각장애, 시각장애 등 제각각이다. 2003년 지인을 통해 뇌 병변 장애인이 춤추는 모습을 본 김 단장은 장애인 무용수 양성에 앞장서기 시작했다. “그분이 온몸을 막 꼬아가면서 힘들게 움직이는 순간 온몸에 전율이 흘렀어요. 무용수들은 멋있게 보이기 위해 일부러 동작을 만들어 내는데, 뇌 병변 장애인은 자연스러운 움직임 그 자체가 하나의 예술이었거든요.”
 
장애인들이 무용을 통해 마음을 열고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눈으로 확인한 김 단장은 무용의 교육적 효과에 확신을 가졌다. 이후 자신의 재능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 나섰고, 학교에 적응하지 못한 채 방황하는 비행 청소년들을 떠올렸다. “불우한 가정에서 사랑받지 못하고 자란 아이들은 자존감이 낮고 마음의 문을 닫아 놓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 아이들이 춤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길 바랐죠.”
김형희 단장은 단순히 춤을 가르치는 것을 넘어 공연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기회를 갖게 돕는다. 임현동 기자  

김형희 단장은 단순히 춤을 가르치는 것을 넘어 공연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기회를 갖게 돕는다. 임현동 기자

이후 2010년 서울시청소년상담지원센터의 도움으로 사회에서 '문제아'라고 낙인찍힌 아이들을 대상으로 무용수업을 시작했다. 현재는 가정법원 판사, 방송사 작가 등의 도움으로 소년원 송치 직전 단계인 ‘6호 처분(수탁 교육기관 생활)’을 받은 아이들 15~20명에게 주 1회 춤을 가르친다.  
 
김 단장은 장애인이나 위기청소년에게 단순히 춤을 가르치는 것을 넘어 공연을 통해 무대 위에서 자신을 표현하는 기회를 갖게 돕는다. 2014년에는 위기청소년을 주인공으로 공연을 했고, 올해 10월에는 장애인 무용수가 중심이 되는 공연을 기획 중이다. “언젠가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몸 대안학교’를 설립하고 싶어요. 갈 곳 없고, 상처 입은 사람 누구나 돈 걱정 없이 편하게 먹고, 자고, 공부하고, 춤추면서 생활할 수 있는 치유공간을 만드는 게 꿈입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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