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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범의 업무수첩 56권은

지난달 21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 수석. [중앙포토]

지난달 21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 수석. [중앙포토]

총 56권에 이르는 안종범(58ㆍ구속기소)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 수첩은 국정 농단 수사의 핵심 단서이자 증거였다. 안 전 수석이 청와대 근무 시절 작성한 업무수첩은 그가 경제수석이 된 지 이틀 후인 2014년 6월 14일부터 시작한다. 17권은 지난해 11월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안 전 수석 측으로부터 임의제출 받았다. 검찰의 국정농단 사건 1차 수사에 활용됐다. 당시 재판부는 수첩 모두를 증거로 채택했다.  

17권은 검찰, 39권은 특검팀 입수
앞쪽엔 회의, 뒷쪽은 대통령 지시 적혀
일자, 내용 꼼꼼히 메모, “사초 수준”
악필이라 본인 도움 받아 확인도
이재용 부회장 구속 등에 증거로 쓰여


나머지 39권은 올해 초 특검팀이 확보했다. 한 권 당 60~70쪽 분량으로 한 권당 1주일에서 한달 분량의 메모가 담겨있다. 안 전 수석이 김건훈 행정관에게 폐기하라고 지시했으나 김 행정관이 청와대 내 책상 서랍에 보관해 오다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은 39권의 수첩을 통해 검찰이 먼저 발견한 17권의 수첩에서 설명되지 않았던 빈틈을 메울 수 있었다. 김 행정관은 재판에서 “부담감을 벗고 싶어 제출했다”고 증언했다. 안 전 수석은 “추가 업무수첩에 있는 내용은 모두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담은 것”이라고 특검팀에 진술했다.  
 
이재용 삼성 부회장 구속영장이 각하됐다가 다시 발부된 것도 안 전 수석의 수첩이 증거였다. 지난 2월 특검팀 관계자들은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열린 서울중앙지법에 큰 여행용 가방 하나를 가지고 갔다. 가방 안에는 안 전 수석의 진술조서와 함께 보강 수사에서 확보한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 39권이 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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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특검팀 관계자는 “안 전 수석의 수첩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금융지주회사’ 등 삼성과 관련한 키워드들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잔뜩 적혀 있다. 구속의 필요성을 주장하기 위해 안 전 수석의 수첩 내용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서류 형태로 정리했다”고 설명했다.

안 전 수석의 꼼꼼한 메모습관 때문에 수첩엔 일자와 내용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수척 앞쪽에는 대통령이나 비서실장이 주재하는 회의 내용이, 수첩 뒤쪽에는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적혀있다.  
 
때문에 수사팀 관계자들은 안 전 수석의 수첩을 조선 시대 왕실의 사초(史草)에 빗대기도 했다. 하지만 문장 대신 키워드 위주로 메모한 데다, 안 전 수석이 악필이라 본인이 아니면 정확한 내용 파악이 쉽지 않았다고 한다. 때문에 특검은 수첩 속 키워드를 놓고 안 전 수석의 설명을 들어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5일 한국일보에 따르면 안 전 수석은 수첩 대부분의 맨 뒷장에 주요 관공서나 공기업, 대기업 등에 대한 인사 민원 내용들을 기록했다. 한국일보는 “대통령 지시사항이나 별도 보고해야 할 내용들은 수첩 마지막 페이지부터 역순으로 적는 그의 작성방식에 비춰, 박 전대통령에게도 관련 내용들을 보고했을 공산이 크다”고 보도했다.

천인성 기자 guch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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