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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50억 드는 신라왕경 복원 순항 … “세계문화유산 해제될라” 우려도

경북 경주시 인왕동에 위치한 동궁과 월지 동편 발굴현장. 곳곳에서 망치질 소리가 요란했다. 1만1922㎡ 크기의 평지가 파헤쳐져 갈색 속살을 드러내고 있었다. 20여 명의 발굴 인력이 현장 곳곳에 흩어져 땅을 파고 돌을 파내며 작업에 열중하는 모습이었다. 동궁과 월지는 신라왕궁의 별궁터다. 나라의 경사가 있을 때나 귀한 손님을 맞을 때 이곳에서 연회를 베풀었다고 한다.
 

경주시 ‘왕국 수도’ 골격 재건 사업
2025년까지 8대 유적지서 개발키로
“고증 불가능해 상상의 도시 건설”
전문가들 핵심유적 가치 훼손 걱정

동궁과 월지뿐만 아니라 경주역사유적지구 전체에 요즘 망치질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월성, 황룡사터, 월정교를 비롯한 8개 유적에서 발굴조사 작업이 한창이다. 경주시가 추진하고 있는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사업(이하 신라왕경복원사업)’의 첫 단계인 발굴조사가 진행 중이다. 왕경(王京)은 왕국의 수도를 말한다. 경주시는 신라 왕경의 옛 모습을 되살리기 위한 장정에 뛰어들었다.
 
경주시 측은 “신라 천년고도 경주는 지금까지 보존 위주의 개별적 유적 정비가 주로 이뤄졌다. 이 때문에 신라왕경의 모습을 제대로 찾아볼 수 없는 실정”이라며 “신라왕경 핵심 유적의 골격을 회복하고 활용 기반을 구축할 것”이라고 사업의 취지를 설명했다.
 
신라왕경복원사업의 대상 유적지는 월성·황룡사지·동궁과 월지·월정교·신라왕경 중심구역 방(坊·도시계획으로 만들어진 구역)·대형고분·쪽샘(대릉원)·첨성대 등 8곳이다. 모두 합쳐 139만7401㎡ 규모에 달하는 이들 유적지를 ‘8대 핵심유적’이라고 부른다. 8대 핵심유적에는 국보 제31호인 첨성대와 국보 제30호 분황사 모전석탑 등 국보·사적·명승 10여개가 들어서 있다. 경주시는 2025년까지 9450억원을 들여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사전 준비가 이뤄졌던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2526억원이 이미 들어갔다. 올해 453억원, 앞으로 6471억원이 투자될 예정이다.
 
신라왕경복원사업 중 가장 먼저 월정교가 옛 모습으로 복원될 전망이다. 월정교는 원효대사가 이 다리를 건너 요석궁으로 들어갔다고 전해지는 곳이다. 터만 남아 있다 교각이 있던 자리 아래에서 불탄 목재와 기와편이 일부 발견되면서 월정교가 누교(樓橋·누각과 지붕으로 구성된 다리)였다는 추정이 나왔다. 지금은 복원사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누교의 모습을 갖췄다. 올해 완공된다. 이런 방식으로 황룡사터에도 9층 목탑이 세워지고 월성·동궁 등에서도 옛 모습이 복원될 계획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고증이 충분하지 않거나 불가능한 상황에서 왕경 복원을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 당시 모습이 어땠는지조차 모르는 상황에서 ‘상상의 도시’를 만드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개발 위주의 복원사업이 계속해서 추진될 경우 경주역사유적지구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서 해제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는 지난해 5월 “계획에 미비한 점이 많고 역사유적지구 내 건물복원 계획에 문제가 많다”면서 경주시가 제출한 단계별 사업 추진 계획에 제동을 걸기도 했다.
 
한정호 동국대 경주캠퍼스 고고미술사학과 교수는 “신라왕경의 옛 모습은 그 누구도 원형을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여기서 복원사업을 추진한다고 하지만 지금 상태로는 ‘재건’에 가깝다”면서 “재건사업에서 유적들이 지니고 있는 가치가 훼손되고 자칫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서도 제외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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