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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의 힘 … 주민이 나서자 골목이 달라졌다

서울의 대표 먹거리 골목인 중구 ‘광희동 먹자골목’엔 없는 게 한 가지 있다. 다른 유흥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에어라이트(풍선형 입간판)’가 이곳엔 전혀 없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골목의 풍경은 달랐다. 높이 3m짜리 에어라이트 30대가 200m가 채 안되는 골목 곳곳에 하루 종일 세워져 있었다. 이로 인한 민원도 매월 수십 차례씩 생겼다.
 

서울 중구, 생활민원 자율 해결 실험
먹자골목 입간판 상인 합의로 없애
쓰레기·주정차 문제도 직접 해결
단속완화 요청 후 불법 예방 활동도
“동네주민 거버넌스 요즘 행정 대세”

지난달 초 풍선형 입간판 수십 개가 세워져 무질서해 보이는 서울 중구 ‘광희동 먹자골목’. [사진 서울 중구청]

지난달 초 풍선형 입간판 수십 개가 세워져 무질서해 보이는 서울 중구 ‘광희동 먹자골목’.[사진 서울 중구청]

한 달 사이 변화의 비결은 주민들의 ‘공감’이었다. 이곳 주민협의회장 연제덕(59)씨는 4일 “에어라이트가 옆집 장사에 방해가 되다보니 상인 간 갈등이 심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자는 공감대가 생기면서 타협점이 찾아졌다”고 말했다. 주민과 상인들은 지난달 20일부터 오후 10시 이전엔 입간판을 세우지 않기로 정했다. 일단 합의가 이뤄지니 오후 10시 이후에도 에어라이트를 내놓는 가게는 거의 없게 됐다.
주민들이 자율적으로 협의해 입간판들을 없앤 지난 3일 모습. [사진 장진영 기자]

주민들이 자율적으로 협의해 입간판들을 없앤 지난 3일 모습. [사진장진영 기자]

 
골목·이면도로에서 생기는 고질적인 갈등을 구청이 아닌 주민 스스로 해결한 성공 사례다. 서울 중구에서 이런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중구 다산동 다산로 21길 일대 주민들은 쓰레기 무단 투기 문제를 해결했다. 다세대 주택 30여 가구가 모여 있는 이곳 주민들은 지난해 6월부터 한 달에 한 집씩 돌아가며 골목길 쓰레기를 관리한다. 배출 시간을 서로 알려주고, 길가에 함부로 버려진 쓰레기를 정리하거나 분리수거를 했다. 김정희 중구 골목문화창조팀 주무관은 “이전에는 아무 때나 버리다보니 골목 한 켠이 쓰레기로 가득했다. 구청 단속으로도 해결하지 못한 부분을 주민이 직접 나서니 말끔히 정리가 됐다”고 말했다. ‘주민 스스로 골목을 가꾸자’는 홍보 활동과 함께 상점들이 길가에 쌓아놓은 물건 등도 치웠다. 덕분에 자동차도 이 일대는 수월하게 다닌다.
 
다산동 사례는 중구청을 통해 전파됐다. 구청이 다른 동네 주민에게 전달하고, 동네 대표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으로 정보를 교류했다. 중구의 나머지 14개동으로 ‘다산동의 성공 스토리’가 퍼져 나갔다. 명동·신당동 등 7개 동 주민·상인들은 지역 내 불법 주·정차가 많던 곳을 대상으로 구청에 ‘주차 단속 완화 시간’을 운영할 것을 제안했다. 식당으로 손님 차가 몰리는 점심·저녁 식사 시간대 만이라도 단속을 완화해달라는 요청이었다. 대신 그 외 시간의 단속엔 불만을 제기하지 않기로 했다. 보행이나 소방차량 운행에 방해가 되는 자리에 주·정차를 하는 건 상인이 먼저 나서서 막기로 했다. 덕분에 이 일대 주차 위반 건수도 기존의 절반으로 줄었다.
 
이같은 생활밀착형 주민 자치의 대표적 예는 1994년 미국 뉴욕주 로체스터시에서 시작된 ‘마을 공동체 회복 운동’이다. 시 전역을 10개 구역으로 나눈 뒤 주민과 시민단체 등이 목표를 정해 도로·교통·교육 등의 지역 문제를 직접 해결했다. 시 정부는 지원자 역할을 하며 쇠락하던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중구청의 새로운 시도에 대해 구청이 처리하기 껄끄러운 일을 주민들에게 미루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구청에 민원을 제기할 경우 주민 협의를 거친 해결책이 나오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우윤석 숭실대 행정학부 교수는 “그같은 단점이 있다 해도 ‘동네 주민 거버넌스’는 요즘 행정의 대세다. 문제 해결이 시간이 걸리지만 근원적인 해결이라는 점에서 특히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조한대·서준석 기자 cho.hand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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