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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감·주’의 힘, 날아오른 현대캐피탈

현대캐피탈이 만년 2위팀의 꼬리표를 떼어냈다. 프로배구 챔피언결정전에서 대한항공을 물리치고 10년 만에 우승을 차지한 현대캐피탈 주장 문성민(아래)이 최태웅 감독을 등에 업고 활짝 웃고 있다. [천안=프리랜서 김성태]

현대캐피탈이 만년 2위팀의 꼬리표를 떼어냈다. 프로배구 챔피언결정전에서 대한항공을 물리치고 10년 만에 우승을 차지한 현대캐피탈 주장 문성민(아래)이 최태웅 감독을 등에 업고 활짝 웃고 있다. [천안=프리랜서 김성태]

지난 3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챔피언결정 최종 5차전.
 

10년 만의 챔프 이끈 최태웅·문성민
10년 전 대표팀서 처음 만난 사이
최 감독, 호통·짜증 모르는 덕장
선수들 120% 경기 즐기게 만들어
문성민, 최 감독 조언에 투지 살아나
“감독님 밑에서 마흔 넘게 뛰고 싶어”

현대캐피탈이 대한항공을 세트스코어 3-1로 꺾고 통산 3번째 우승을 차지하는 순간, 선수들은 서로 얼싸안고 기뻐했다. 그 때 현대캐피탈 주장 문성민(31·1m98㎝)은 선수들을 헤치고 최태웅(41) 감독에게 달려갔다. 그리고는 최 감독을 와락 안고서 눈물을 펑펑 흘렸다. 마치 2002년 한·일 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 포르투갈전에서 승리한 박지성이 거스 히딩크 감독에게 달려가 포옹하는 장면 같았다.
 
4일 천안시 현대캐피탈 숙소에서 최태웅 감독과 최우수선수상(MVP)을 수상한 문성민을 만나 소감을 들어봤다. 문성민은 “우승하자마자 오직 감독님만 눈에 들어왔다. 기대만큼 못했는데도 감독님이 나를 믿어준게 감사해서 눈물이 주르륵 나왔다”고 했다. 최태웅 감독도 “‘성민이도 내 마음을 알았구나’하는 생각에 코끝이 찡했다”며 살짝 눈시울을 붉혔다.
 
현대캐피탈은 삼성화재에 밀려 ‘만년 2위팀’이란 꼬리표가 따라다녔던 팀이다. 현대캐피탈이 챔프전에서 우승한 건 2006~2007 시즌 이후 10년 만이다. 현대캐피탈이 몰라보게 달라진 건 2015년 부임한 최태웅 감독의 공이 컸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는 외국인 선수 의존도를 낮추고 선수 전원이 공격과 수비에 가담하는 ‘토털 배구’를 시도했다. 그 결과 지난 시즌 정규리그 우승에 이어 올시즌에는 챔프전 우승까지 차지했다.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된 뒤 트로피에 입을 맞추는 문성민. [천안=프리랜서 김성태]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된 뒤 트로피에 입을 맞추는 문성민. [천안=프리랜서 김성태]

현대캐피탈 토털 배구의 중심에는 라이트 공격수 문성민이 있었다. 독일과 터키에서 뛰었던 문성민은 한국 배구 최고의 에이스다. 하지만 잦은 부상으로 기대만큼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반쪽짜리 선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럴수록 문성민은 어깨가 더 움츠러들었다. 그런 문성민을 최 감독이 흔들어 깨웠다.
 
최 감독은 “이제 성민이가 진짜 인간이 되고 있다”며 껄껄 웃었다.
 
“성민이와 10년 전 대표팀 룸메이트로 처음 만났어요. 성민이는 고민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혼자 끙끙대는 편이죠. 그래서 계속 성민이와 대화를 시도했어요.” 최 감독은 지난 시즌이 끝난 뒤 문성민과 단둘이 2박3일 여행을 다녀왔다. 시즌 중에는 종종 커피를 마시면서 대화를 나눴다.
 
문성민은 “나는 욕심이 큰 선수였다. 어렸을 때부터 내가 전부 해결해야 한다는 마음에 무리한 적도 많았다”며 “감독님이 ‘너만 보지 말고 주위를 둘러보라’고 하셨다. 그러고보니 다른 동료들도 열심히 배구를 하고 있더라. 그제야 부담이 좀 줄어들었다”고 했다.
 
최 감독은 “챔프 1차전에서 0-3으로 진 뒤 펑펑 울었다”고 털어놨다. 1차전에서 9득점에 그쳤던 문성민에게 “너는 큰 경기에서 약한 선수”라고 처음으로 쓴소리를 했다. 그리고 나선 너무 미안한 나머지 펑펑 울었다고 했다. 최 감독은 “성민이가 항상 넘지 못했던 고비를 이번만큼은 꼭 넘길 바라는 마음에서 모진소리를 했다”고 했다.
 
문성민은 “감독님은 ‘호통’ ‘화’ ‘짜증’ 등을 모르는 분이다. 본인은 2~3시간 밖에 자지 못하고 전력분석을 하면서도 선수들에게는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오라고 한다. 선수를 그토록 아끼는 감독님께 들은 쓴말이어서 울림이 더 컸다. 감독님의 쓴소리가 없었다면 나는 계속 큰 경기에 약한 선수로 남았을 것이다.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최 감독의 질책을 받은 문성민은 2차전부터 펄펄 날았다. 챔프전 5경기에서 무려 125점을 올렸다.
 
최 감독은 부드러운 리더십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작전타임 때는 선수들에게 지시하기보다는 긍정적인 말로 힘을 불어넣어준다. 최 감독은 “내가 선수 시절엔 독하고 힘들게 배구를 해야만 우승하는 줄 알았다. 그래서 경기가 잘 안 풀리면 흥분을 많이 했다.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왜 즐기면서 할 수는 없는 걸까.’ 그래서 선수들에게도 ‘행복한 배구를 하자’고 말했다. 그랬더니 선수들이 이번 챔프전에서는 120% 경기를 즐기는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선수 생활을 마친 뒤 코트를 떠나려고 했던 문성민은 최 감독을 보면서 지도자의 꿈을 꾸고 있다. ‘밤새도록 영상을 분석하는 최 감독을 따라갈 수 있을까’라고 묻자 문성민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감독님은 ‘넘사벽(넘을 수 없는 벽)’이죠. 저는 그렇게는 못할 것 같아요. 우선 감독님 밑에서 마흔 살을 넘길 때까지 선수 생활을 계속 하고 싶습니다.”
 
부임 2년 만에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린 최 감독의 다음 목표는 뭘까.
 
“아직 감독으로서 제 점수는 40점입니다. 경험이 여전히 부족해요. 연륜을 쌓으면서 앞으로 가능하면 많이 우승하고 싶습니다.”
 
천안=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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