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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년 미·일 원조 가전사 희비 쌍곡선

지난달 30일 도시바 주총에서 주주들에게 사과하는 쓰나가와 사토시(綱川智) 사장. [로이터=뉴스1]

지난달 30일 도시바 주총에서 주주들에게 사과하는 쓰나가와 사토시(綱川智) 사장. [로이터=뉴스1]

“원자력 사업과 관련해 주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진심으로 사죄드린다.”
 

도시바, 신흥국 추격받자 원전 투자
사업 부진에 반도체까지 매각 나서
미래 내다 본 GE는 빅데이터 집중
금융·가전 정리해 AI기업 변신

지난달 30일 열린 도시바의 임시주주총회에 쓰나카와 사토시(綱川智) 사장이 또다시 허리를 90도로 숙였다. 쓰나카와 사장은 시가 시게노리(志賀重範) 전 도시바 회장의 2월 14일 퇴임 이후 4번이나 이런 모습을 연출하며 지원을 호소했다.
 
정보와 기술의 대항해시대, 도시바는 불확실성의 파도를 넘지 못하고 패자(敗者)로 기록될 가능성이 커졌다. 2015년 분식회계 논란과 미국 원전회사인 웨스팅하우스(WH)에 대한 투자 실패, 일본 제조업 역사상 최악인 1조 엔 규모의 영업적자에 이어, 8월에는 도쿄증권거래소 1부에서 2부로 강등될 전망이다. 이미 의료·휴대전화·PC 등 주요 사업들을 대부분 정리했고, 최근에는 알토란 같은 반도체 사업까지 매각 작업을 벌이고 있다. 도시바가 디디고 설 땅이 점점 줄고 있는 셈이다.
 
이런 모습은 1870년대 함께 백열전구로 사업을 시작해 140여년간 긴밀한 협력 관계를 맺어온 제너럴일렉트릭(GE)과 대조적이다. GE는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혁신 기업으로 환골탈태했다. 산업용 인공지능(AI)과 스마트홈, 빅데이터를 통한 애프터서비스 사업, 디지털 헬스케어 등 분야에서 세계에서 가장 앞선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두 회사는 더는 백열전구를 만들지 않으며 똑같이 가전사업을 매각하는 등 닮은 길을 걸어왔다. 과연 무엇이 두 거인의 흥망을 갈랐을까.
 
2000년대 초중반 인건비가 낮은 한국·중국·대만 등 신흥 공업국이 부상하며 도시바는 위기를 맞았다. 낮은 인건비와 날로 높아지는 기술력을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스마일 커브’라는 제조업 부가가치 분포론도 이때 처음 등장했다. 설계·개발-부품-조립·제조-판매-애프터서비스로 이어지는 제품의 생산 흐름 중 신흥공업국들이 몰려드는 조립·제조 부문의 수익성이 추락해 U자형 곡선을 그린다는 것이다. 인텔·ARM처럼 초정밀 기술을 갖고 있거나 애플·테슬라처럼 마케팅과 상품기획에 뛰어난 회사가 아니면 살아남기 어려웠다.
 
도시바가 후발주자들의 거센 추격을 뿌리치기 위해 선택한 것은 에너지 및 발전기 산업이었다. 특히 원전은 산업 사이클이 20~40년으로 길고, 유지·보수 등 관리 수익도 커 장기간 안정적으로 수익을 올릴 것으로 기대했다. 때마침 매물로 나온 미국의 웨스팅하우스를 6200억 엔이란 거액을 들여 인수했다.
 
그러나 도시바처럼 원전이 돈이 될 거라 생각한 기업들은 많았다. 경쟁이 치열해졌다. 히타치와 미쓰비시중공업·아레바 등이 원전사업 협력을 시작했고, 한국·대만 등이 정부의 건설융자를 등에 업고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GE의 변화를 이끌고 있는 제프리 이멜트 GE 회장. [중앙포토]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GE의 변화를 이끌고 있는 제프리 이멜트 GE 회장. [중앙포토]

이런 가운데 2011년 터진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태는 원전 발주를 뚝 끊어놨다. 경쟁을 피하려 비주력 사업에 투자했던 도시바로서는 망연자실한 상황에 놓였다.
 
1980~90년대 소니·파나소닉·산요 등 일본 전자회사들의 위협에 시달린 GE도 마찬가지 어려움을 겪었다. 어려움을 극복하려 벌였던 금융사업은 한 때 그룹 전체 매출의 3분의 1을 차지했으나,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막대한 부실에 시달렸다. 자본잠식에 신용등급은 강등됐고, 정부 보증 없이는 회사채를 발행하지도 못했다.
 
그러나 GE는 금융·가전 등 불필요한 사업을 과감히 정리했고 제조·조립 부문에 집중해 경쟁력을 높이는 ‘역스마일커브’식 경영을 펼쳤다. 예컨대 자사가 개발한 항공기 엔진에 센서를 장착해 소리와 진동 등 운항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이를 분석해 운항 지연이나 사고발생을 낮출 수 있는 비행법을 항공사에 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항공기 엔진의 품질을 올리는 데에도 이 데이터는 활용된다. 이런 기술은 스마트팩토리와 스마트홈 서비스, 제품의 품질 개선과 부품의 수명 분석에도 쓰이고 있다. 일종의 ‘정보의 비대칭성’을 이용해 서비스로 제조업 판매를 지지하는 한편 ‘애프터서비스’를 새로운 수익기반으로 키운 셈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인터넷은 사람 간에 정보 격차를 줄였지만 AI는 인간과 기계 사이에 거대한 정보 비대칭성을 가져왔다”며 “GE는 이 가치를 이용한 데 비해 도시바는 뒤처지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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