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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크스바겐의 독재자, 1조7000억 주식 팔고 경영서 퇴장

페르디난드 피에히 폴크스바겐그룹 전 의장이 그룹 지분을 매각하기로 하고, 경영에서 완전히 물러났다. 그는 1993년 폴크스바겐 최고경영자(CEO)가 된 뒤 22년동안 경영을 쥐락펴락했다. [블룸버그]

페르디난드 피에히 폴크스바겐그룹 전 의장이 그룹 지분을 매각하기로 하고, 경영에서 완전히 물러났다. 그는 1993년 폴크스바겐 최고경영자(CEO)가 된 뒤 22년동안 경영을 쥐락펴락했다. [블룸버그]

‘자동차 황제(Kaiser Auto)’가 무대 뒤로 사라진다. 폴크스바겐 그룹 페르디난트 피에히 이사회 전 의장이다. 그는 포르쉐와 아우디, 폴크스바겐을 강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회사로 이끌었다. 그러나 디젤게이트 파문에서 비롯된 경영 주도권 싸움에서 밀렸다.
 

피에히 전 의장 지주사 지분 정리
그룹 13년 이끌며 세계 1위 만들고
디젤 게이트 파문으로 일선서 후퇴
상명하복 경영 ‘김정은식’ 비판도

독일 일간지 쥐트도이체 차이퉁은 3일(현지시간) 피에히 전 의장이 폴크스바겐의 지주사인 포르쉐SE의 지분 14.7%를 매각한다고 보도했다. 14억 유로(약 1조6730억원)어치다. 포르쉐SE는 폴크스바겐의 의결권 52.2%를 쥐고 있다. 포르쉐SE를 떠난다는 건 사실상 경영에서 손을 뗀다는 얘기다.
 
피에히 전 의장은 창업자인 페르디난트 포르쉐 박사의 외손자다. 1992년부터 최고경영자(CEO)로 9년, 이사회 의장으로 13년간 폴크스바겐 그룹을 이끌었다. 그의 경영 스타일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그룹 제2의 부흥기를 이끌었다’는 부류가 있는가 하면 ‘제왕적 조직문화를 만들고, 권력을 남용했다’는 비판도 많다.
 
피에히 전 의장은 63~71년 포르쉐에서 근무하며 경주용 차인 917 제작을 밀어붙여 성공시키며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이 바람에 회사 재정에 어려움을 안겼다는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이로 인해 경영 갈등을 겪다 72년 아우디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아우디에서 콰트로, TDI 엔진과 같은 작품을 탄생시키며 아우디를 벤츠·BMW와 함께 3대 고급 승용차 반열에 올려놓았다. 93년에는 폴크스바겐 그룹 회장에 올라 가격과 디자인, 디젤기술로 승부수를 띄웠다.
 
그러다 디젤 게이트가 터지자 뒤숭숭한 그룹 분위기를 틈타 세계 1위의 자동차 그룹으로 이끈 마틴 빈터콘 최고경영자(CEO)를 밀어내려 했다. 하지만 그가 오히려 일격을 당했다. 20명으로 구성된 감독이사회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던 니더작센주 정부와 노조의 반대에 부딪혔다. 역공을 받은 피에히는 결국 2015년 4월 되레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폴크스바겐 그룹은 피에히 전 의장이 이끄는 동안 초고속 압축 성장을 했다. 그 바탕에 상명하복의 기업문화가 있다.
 
자료:폴크스바겐

자료:폴크스바겐

피에히 의장은 20년동안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 독일 기업에선 보기 힘든 조직문화다. 오죽하면 디젤게이트 이후 피에히 의장의 제왕적 리더십을 꼬집는 내부 고발이 빗발쳤다. 심지어 ‘북한식 조직문화’ ‘폴크스바겐은 강제수용소’라는 비판까지 나왔다. 노조와 주정부가 빈터콘 회장을 내쫓는 대신 피에히를 반대한 이유다.
 
당시 쥐트도이체 차이퉁은 “오너 리더십의 막강함은 북한 김정은 체제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뉴욕타임스(NYT)도 디젤게이트의 원인을 “대주주의 눈치만 보는 경영진과 잦은 경영권 다툼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1인 독재체제가 디젤게이트의 원인이었다는 얘기다.
 
빈터콘 회장도 결국 그해 10월 디젤게이트의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뒤이어 CEO로 투입된 마티아스 뮐러는 취임 후 일성으로 “기업 문화를 바꾸자”고 주창했다. 뮐러는 문제 재발을 막기 위해 컴플라이언스(법령준수담당) 이사 자리를 신설해 벤츠 출신의 크리스티나 호만덴하르트를 이사로 선임했다.
 
그러나 막대한 주식 지분을 바탕으로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던 피에히 전 의장과의 갈등으로 취임 13개월 만에 물러났다. 피에히 전 의장이 장기간 심어놓은 상명하복의 조직 문화 개선은 요원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까닭이다.
 
그래서인지 피에히 전 의장이 이번 지분 매각으로 경영 일선에서 완전히 떠나자 폴크스바겐 그룹을 두고 희망섞인 전망이 나온다. 경영권 다툼으로 등한시해왔던 전기차·자율주행차와 같은 신사업이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그렇다고 장밋빛 전망만 나오는 건 아니다. 피에히의 매각 지분을 둘러싸고 피에히와 포르쉐 일가 간에 경영권 분쟁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 두 가문은 60년대부터 지금까지 경영권을 놓고 다퉜다.
 
쥐트도이체 차이퉁은 “피에히의 퇴장은 현 시대의 종식을 뜻한다”면서도 “다만 피터 다니엘 포르쉐 등 포르쉐 가문의 후계자 중에서 적극적으로 회사를 관리할 야심찬 엔지니어가 없다”며 후계 구도는 아직 안갯속이라고 전했다.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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