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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한국 믿을 수 없어…사드 배치하면 중국군 움직일듯

중국, 미군에 간섭할 권한 없는 한국 믿을 수 없어
중국군 미사일 부대 '재배치' 주장도
기술적 오해…주한미군 사드 레이더 중국 감시 못해
사드 논란 해결, 한국 말고 중국 내부에서 찾아야
한국이 사드를 배치할 경우 중국군이 부대를 이동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달 31일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세미나에서 정계영(鄭繼永) 교수(중국 푸단대)는 “한국이 사드를 배치할 경우 중국군은 미사일 기지를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은 사드가 중국의 위협이 아니라고 말하지만, 미군이 하는 일에 간섭할 권한도 없으면서 어떻게 믿으라고 말할 수 있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정 교수는 대표적인 인민해방군 전문가로 알려져있다. 한국 성주에 배치될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체계에 대한 한ㆍ중 간 벌어진 인식차이를 다시 한번 보여줬다.
미군이 2013년 9월 하와이 인근 섬에서 사드 요격용 미사일 시험발사를 실시했다. [사진 미국 국방부]

미군이 2013년 9월 하와이 인근 섬에서 사드 요격용 미사일 시험발사를 실시했다. [사진 미국 국방부]

정 교수가 토론에 나서기에 앞서 신원식 연구위원(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은 사드는 미국의 탄도미사일방어(BMD)체계와 관계없다고 주장했다. 신 연구위원은 국방부 정책기획국장, 합참 작전본부장을 역임한 예비역 육군 중장이다. 그는 이어 “미국은 조기경보 레이더 34대를 운용하며 탄도미사일 감시체계를 이미 구축했다”며 “한국의 사드 체계는 미국 본토 방어에 기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즉, 미국은 중국을 감시하기 위해 사드를 주한미군에 배치하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신 연구위원이『미국의 BMD(미사일 방어) 체계와 사드(THAAD), 우리의 선택은?』주제로 발표한 자료를 보면, 미국은 위성ㆍ지상 및 해상기반 레이더ㆍ이지스함 등을 사용해 전세계를 포괄하는 감시망을 촘촘하게 구축하고 있다. 미국은 이미 주한미군에 배치될 사드체계의 요격용 레이더(탐지거리 600㎞) 보다 탐지거리가 긴(1800㎞) 레이더를 미국 본토 밖에 배치하고 있다. 터키와 이스라엘에 배치된 조기경보 레이더는 유럽지역을 방어하고, 중동 지역은 카타르, 태평양 지역 방어는 일본(샤리키, 쿄가미사키)에 위치한 레이더의 도움을 받는다. 특히 대만에 배치한 레이더(PAVE PAWS)의 탐지거리는 5500㎞까지 가능해 중국 지역의 대부분을 감시하고 있다.
대만 공군기지에 배치된 레이더(PAVE PAWS)의 탐지거리는 5500㎞까지 가능하다. 공식적으로 대만에 배치된 미군은 없지만, 미군에서 레이더를 직접 통제한다고 알려져 있다. [사진 Taiwanese online forum]

대만 공군기지에 배치된 레이더(PAVE PAWS)의 탐지거리는 5500㎞까지 가능하다. 공식적으로 대만에 배치된 미군은 없지만, 미군에서 레이더를 직접 통제한다고 알려져 있다. [사진 Taiwanese online forum]

중국 정부가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이유가 미국 때문이라는 솔직한 고백도 있었다. 정 교수는 “한국이 사드를 배치하면 결국 미국의 미사일방어(MD)체계에 편입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사드 때문에 미국에 대한 중국의 2차 공격이 불가능해 진다”고 말했다. 중국의 상호확증파괴(MAD)전략이 무력화된다는 말이다. 중국은 한반도에 사드가 배치되면 미국을 공격할 기회가 사라진다는 주장이다. 미국이 중국의 모든 핵무기를 찾아낼 수 없더라도 막아낼 수 있다는 가정이다. 정 교수는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면 중국은 미사일 재배치가 불가피하다”며 “사드 범위를 벗어난 곳으로 부대를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장소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상호확증파괴’

 
핵무기 선제공격을 받더라도 남겨 진 핵무기로 보복공격을 할 수 있다는 말이다. 누구라도 핵무기를 사용하면 핵무기 보복을 피할 수 없다는 논리가 된다. 지난 냉전시기에 핵전쟁이 발생하지 않았던 이유를 설명해 준다. 핵무기 보유국가들이 서로의 핵무기를 찾아낼 수 없거나, 모두 파괴할 수 없을 만큼 많은 규모의 핵무기를 보유했기 때문에 평화가 이어졌다는 역설이기도 하다.

 

정 교수의 주장에 대해 신 연구위원은 “기술적인 부분에 오해가 있다”며 대응했다. 그는 “중국에서 미국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쏘더라도 한국에 배치되는 사드 레이더는 아무런 역할을 못한다”고 설명했다. 사드 레이더(AN/TPY-2)는 조기경보용인 ‘전방배치 모드’(FBM)와 교전용인 ‘종말단계 모드’(TM) 구분되며, 성주에는 탐지범위가 짧은 종말단계 레이더가 배치된다. 신 연구위원은 “중국이 우려하는 것처럼 사드레이더의 탐지 기능을 종말단계 모드에서 전방배치 모드로 쉽게 전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전방배치 모드로 전환하려면 ‘CNIP’(Communications Network Integration Processor) 장치를 연동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기에 일주일 정도 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신 연구위원은 “탐지 모드로 전환할 경우 요격기능은 상실해 미사일은 발사할 수 없다”며 “한국에서 요격을 위한 방어기능을 포기하겠느냐”고 말했다.
요격용 사드 레이더를 조기 경보용으로 전환하려면 CNIP연동이 필요하며 일주일전도 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사진 박용한]

요격용 사드 레이더를 조기 경보용으로 전환하려면 CNIP연동이 필요하며 일주일 정도 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사진 박용한]

김민석 군사안보전문기자(중앙일보)는 “중국이 한국을 공격할 필요가 없다면 걱정할 일이 아니다”면서 “중국은 백두산 북쪽에 사거리가 700㎞인 탄도미사일(DF-15)을 배치했다”고 말했다. 중국의 둥펑(DF-15) 미사일의 사정거리에는 정확하게 한국만 들어간다. 김 기자는 “중국은 한반도를 공격하는 미사일이 요격되는 걸 걱정하는 것”이라며 “결국 한반도 유사시에 중국의 영향력이 줄어들까 걱정하는 것 아니냐”며 지적했다. 남광규 연구교수(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는 “북핵위협에 직면한 한국이 사드를 배치한 것은 차선책을 선택한 것”이라며 “중국은 한국의 전술핵무기 재배치를 원하는 것이냐”며 몰아붙였다.

중국이 한국과 대화하지 않는 건 다른 이유 때문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정 교수는 “북핵위협을 걱정하는 한국의 입장을 이해한다”면서도 “무기를 배치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냉전시기 사고에 갇혀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전시작전통제권을 미국이 갖고 있어 한국은 사드 운용에 개입 못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나 신 연구위원은 “한ㆍ미 연합군은 양국의 최고통수권자(대통령)가 합의하는 전략적 지시에 따라 움직인다”며 “미군이 전작권을 독점하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31일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에서 신원식 연구위원이 미국의 탄도미사일 방어체계계와 사드에 관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 박용한 기자]

지난달 31일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에서 신원식 연구위원이 미국의 탄도미사일 방어체계계와 사드에 관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 박용한 기자]

사드 논쟁 해결의 실마리를 중국 내부에서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김 기자는 “중국 군부가 시진핑 주석에게 사드 위협에 대한 과장된 보고를 올렸다는 주장도 있다”며 “사드 논란의 원인은 중국 정부의 의사결정 구조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신 연구위원은 “중국이 사드를 반대하는 진짜 이유는 한국이 사드를 배치해 자존심이 상한 것 아니냐 ”고 말했다. 중국의 사드 반대 이유가 사드 무기체계의 군사적 위협이 아닌 정치적 입장에 있다는 설명이다. 정 교수도 “중국이 일본의 사드 배치와 달리 한국의 배치를 반대하는 것은 그만큼 한국을 우방으로 생각했기에 배신감도 크다”고 답했다.
  
남성욱 센터장(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ㆍ통일외교학부 교수)는 “중국은 한반도에 인접하고 있고, 한ㆍ중 관계에 기대하는 바도 크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과정에 중국이 느꼈던 실망감도 안다”고 말했다. 남 교수는 이어 “중국은 북핵 위협에 직면한 한국의 입장을 이해해야 한다”며 “중국 지도부가 사드 체계의 기술적 특성을 객관적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신 연구위원도 “중국 주장처럼 치명적인 무기라도 친구 사이라면 도움이 된다”며 “중국은 사드를 걱정하지 말고, 한ㆍ중 우호관계를 키워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용한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park.yong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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