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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볶이 냄새 옅어진 신당동, 명물거리들이 사라진다

서울 신당동 ‘떡볶이 타운’(왼쪽) 에 호프집 등 다른 업종의 점포가 늘고 있다. [사진 우상조 기자]

서울 신당동 ‘떡볶이 타운’(왼쪽) 에 호프집 등 다른 업종의 점포가 늘고 있다.[사진 우상조 기자]

“이제 그 시절은 다시 오지 않을 것 같아.” 서울 신당동에서 33년째 떡볶이를 판 이윤근(61)씨는 29일 한산한 거리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20년 전 평일에 1500명이 넘 던 손님 수는 요즘엔 휴일에도 1000명을 채우기가 버거워졌다. 그사이 50여 곳까지 생겨났던 가게는 5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가게를 합쳐 운영하거나 가족들이 주방이나 서빙을 담당하는 곳도 늘었다.
 
떡볶이 골목은 1950년대에 마복림 할머니(2011년 사망)가 리어카를 끌고 와 고추장에 떡을 볶아 팔면서 형성됐다. 70~80년대에는 동아극장을 찾은 젊은이들이 몰리면서 음악 DJ가 일할 정도의 명소가 됐다. 지금도 일부 가게가 라이브 공연을 하며 ‘향수 마케팅’을 하고 있지만 점심시간대에도 손님이 북적이는 가게를 찾기 힘들다.
 
애견숍이 50곳이 넘 던 충무로 애견거리에는 8곳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사진 우상조 기자]

애견숍이 50곳이 넘 던 충무로 애견거리에는 8곳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사진 우상조 기자]

사정은 충무로 애완견 거리도 마찬가지다. 충무로 4·5가를 따라 약 100m의 길 양쪽에는 2000년대 초반 애견 상점 50여 곳이 있었지만 현재는 8곳뿐이다. 20년간 애완견을 분양해 온 김남균씨는 “떠나고 싶어도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수준이라 쉽지 않다. 남아 있는 가게 주인 중에서도 폐업을 고민하는 이가 많다”고 했다.
 
서울 시내 명물거리가 사라지고 있다. 비슷한 업종의 상점들이 모여 구매 손님을 끄는 ‘집적이익’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어서다. 과거 명물거리에는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공동구매하거나 사업 관련 정보와 노하우를 공유하기 위해 상인들이 몰렸다. 특화된 거리가 되면 홍보 효과까지 있어 해외 관광객이 몰리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엔 지속적으로 오르는 인건비·임대료 등 고정비용을 메우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명물거리의 위기는 유통 구조의 변화다. 어느 곳에서나 균등한 수준의 품질이 제공되는 프랜차이즈 업체가 주거지 곳곳에 들어서면서 소비자들이 굳이 명물거리까지 올 필요가 줄어들었다. 공동구매에 따른 이익도 온라인 쇼핑이 늘면서 실익이 없어졌다. 남기범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교수는 “주거지 근처에서 품질·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면서 상인들의 코-로케이션(co-location·유사 업종이 근거리에 자리 잡는 현상) 이익이 현저히 감소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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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지속적으로 오른 임대료는 상인들의 부담을 가중시켰다. 애완견 거리의 경우 상점들이 내야 하는 월 임대료는 350만~400만원(9평 기준) 수준이다. 떡볶이 타운의 상점들도 월 300만~400만원(25평 기준) 수준의 임대료를 부담하고 있다. 반영운 충북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장사는 예전 같지 않은데 임대료만 오르다 보니 견뎌낼 수 있는 상점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명물거리의 빈 상점들은 더 높은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는 가게로 바뀌고 있다. 떡볶이 타운 곳곳에는 족발과 양꼬치 등을 판매하는 상점이 늘었다.
 
상권의 변화와 함께 한때 관광 자원으로도 평가받던 거리의 매력은 줄어들고 있다. 정광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볼거리 감소는 지역경제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고가구와 잡화로 유명한 영국 런던의 코벤트 가든 마켓이나 미국 보스턴의 퀸시 마켓처럼 독특한 분위기와 개성은 살리면서 특화 거리를 현대화하려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글=서준석 기자 seo.junsuk@joongang.co.kr
사진=우상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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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