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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들 봤지?' 신태용호가 대신 보여준 한국축구의 품격

20세 이하 축구대표팀의 두 공격 기둥 백승호(왼쪽)와 이승우 [사진 대한축구협회]

20세 이하 축구대표팀의 두 공격 기둥 백승호(왼쪽)와 이승우 [사진 대한축구협회]

"감독님께서 항상 강조하시는 건 자유롭게, 창의적으로, 자신감 있게 도전하라는 겁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게 분위기를 만들어주시니까 좋은 플레이가 나오는 것 같아요."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 공격수 이승우(FC 바르셀로나 후베닐A)는 27일 잠비아(아프리카)전 대승의 공을 스승 신태용 감독에게 돌렸다.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이날 경기에서 한국은 전반과 후반에 각각 두 골씩을 몰아치며 4-1로 완승을 거뒀다. FC 바르셀로나 소속 공격 듀오의 활약이 빛났다. 이승우가 결승포를 포함해 두 골을 몰아쳤고 백승호(FC 바르셀로나B)는 1골 1도움을 기록했다. 한국은 25일 수원에서 열린 온두라스(북중미)전 3-2 승리에 이어 이번 대회 2연승의 상승세를 이어갔다.
 
신태용호는 처음 만난 아프리카팀을 상대로 대량 득점하며 자신감을 키웠다. 오는 5월 U-20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본선 기니(아프리카)전을 앞두고 잠비아와의 실전 같은 스파링에서 승리한 게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손발이 척척 맞았다. 지난 1월 제주도-포르투갈 전지훈련에 동행하지 않은 새 얼굴이 대거 합류했지만 그라운드에 '엇박자'는 없었다. 우리 선수들은 잠비아의 밀집수비를 몇 차례의 논스톱 패스로 허물었다. 최전방을 겨냥해 길게 뿌린 스루패스는 공격수의 발 앞에 정확히 떨어졌다. 볼을 잡으면 지체 없이 역습에 나섰다. 수비 지역에서는 주변 선수들 간 협력 플레이로 상대의 침투를 막았다.
 
공격수들은 침착했다. 골 찬스를 잡으면 주변 상황을 파악한 뒤 빈 공간으로 정확히 슈팅을 날려보냈다. 2-1로 앞선 후반 24분에 이승우가 기록한 팀의 세 번째 골이 백미였다. 후방에서 넘어온 이진현의 패스를 받은 이승우가 골키퍼와 맞선 뒤 키를 살짝 넘기는 감각적인 칩샷을 시도해 골망을 흔들었다. 이승우는 경기 후 "볼을 잡았을 때부터 상대 골키퍼가 자리를 비우고 앞으로 달려나온 것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신태용 감독은 "선수들이 개개인의 역량을 살린 플레이를 보여주면서 감독의 지시사항도 충실히 따랐다. 만족할만한 경기였다"고 했다.
20세 이하 축구대표팀 사령탑 신태용 감독 [사진 대한축구협회]

20세 이하 축구대표팀 사령탑 신태용 감독 [사진 대한축구협회]

 
20세 이하 대표팀 동생들의 짜임새 있는 경기력과 밝은 팀 분위기는 잇단 부진으로 잔뜩 가라앉은 A대표팀 형들과 구별된다.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시리아와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7차전을 앞두고 A대표팀에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지난 23일 중국 창사에서 치른 원정 6차전에서 무기력한 경기 끝에 0-1로 패한 후유증이다. 대표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시리아전을 앞두고 선수들이 느끼는 스트레스가 엄청나다. '홈 경기인데도 팬들 앞에 서는 게 두렵다'고 호소하는 선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은 "시리아는 반드시 이겨야 할 상대"라고 말했지만, 대표팀 안팎에서 속시원한 승리를 확신하는 분위기는 찾아보기 힘들다.
 
신태용호와 슈틸리케호의 가장 큰 차이점은 의사소통이다. 신 감독은 팀 미팅 시간에 선수들에게 자유로운 자세를 허락했고 틈만 나면 대화를 나눴다. 신세대의 사고를 이해하고 싶어 걸그룹 노래도 듣는다. 신 감독은 "20명이 변하는 것보다는 한 명이 변하는 게 효율적이다. 예의범절을 허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앞으로도 선수들의 자율성은 최대한 보장할 생각"이라 말했다.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슈틸리케 감독과 딴판이다.
 
감독의 전술적 역량에 대한 선수들의 온도 차도 또렷하다. 신태용 감독은 잠비아전을 마친 뒤 "지난 25일에 열린 에콰도르와의 1차전 비디오를 분석하며 잠비아의 11번(에녹 음웨푸)과 17번(케네스 칼룽가)이 빠르고 위력적인 공격수들이라는 사실을 파악했다"면서 "두 선수를 막기 위해 온두라스전에 가동한 4-1-2-3 포메이션 대신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두는 4-2-3-1로 변화를 준 게 적중했다"고 말했다.
 
훈련을 통해 포메이션 변화에 따른 선수들의 달라진 역할을 가르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백승호는 "감독님이 가르쳐주신대로 플레이하면 어떤 팀과 붙어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슈틸리케 감독은 어떤 팀을 만나도 4-2-3-1 포메이션만을 고집하고 교체 선수 활용도 늘 정해진 패턴만을 따른다. 중국전을 마친 뒤 중국 기자가 "후반에 김신욱과 황희찬이 순서대로 나올 것을 예상했다"고 자랑스레 말했을 정도다.
 
의기소침한 A대표팀 형들과 달리 동생들이 한국축구가 가진 여러가지 장점을 제대로 보여줬다. 빠른 역습과 적극적인 공수가담, 정교한 협력 플레이로 체격조건이 우세한 상대팀의 수비진을 무너뜨리는 능력까지 모두가 한국 축구의 상징들이다. 28일 시리아전을 앞둔 A대표팀과 슈틸리케 감독이 긍정적인 자극제로 삼을 만한 '품격 있는' 경기였다. 천안=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축구대표팀 코칭스태프로 한솥밥을 먹던 시절 신태용 당시 코치와 울리 슈틸리케 감독 [사진 일간스포츠] 

축구대표팀 코칭스태프로 한솥밥을 먹던 시절 신태용 당시 코치와 울리 슈틸리케 감독 [사진 일간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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