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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병건의 아하, 아메리카] “스탈린도 그보다 이성적” … 김정은에 폭발한 미 의회

북한군이 지난 6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서 스커드 ER 미사일 4발을 발사하고 있다. 북한 조선 중앙TV는 이날 발사 현장에서 김정은 노동당위원장이 발사를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사진 노동신문]

북한군이 지난 6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서 스커드 ER 미사일 4발을 발사하고 있다. 북한 조선 중앙TV는 이날 발사 현장에서 김정은 노동당위원장이 발사를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사진 노동신문]

북한의 계속된 도발에 미국 의회가 한계에 도달했다. 김정은을 향해 전례를 찾기 어려운 격한 분노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향해 대북 대화는 생각도 하지 말고 선제타격과 정권 종식 방안을 검토하라는 요구로 이어지고 있다. 북한이 추가로 대형 도발에 나서며 미국을 자극할 경우 워싱턴 조야의 분노가 어디로 향할지 예측불허다.
 
상원 군사위원장인 존 매케인 의원(공화)은 지난 22일(현지시간) “북한을 통치하는 정신 나간 뚱보 애(this crazy fat kid)”라고 김정은을 비난했다. 그는 MSNBC 방송에서 “우리는 스탈린도 상대하지 않았다. 스탈린은 잔인했지만 어느 정도 이성은 있었다”며 “김정은은 전혀 이성적이지 않다”고 비유했다. 스탈린보다 더한 김정은과의 대화 얘기는 꺼내지도 말라는 주장이다. 매케인 의원은 앞서 2일엔 대북 예방타격을 주장했다.
 
선제타격(preemptive strike)과 예방타격(preventive strike)은 전혀 다르다. 선제타격은 예컨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초읽기에 들어가며 미국 공격이 임박했을 때 때리는 방안이고 예방타격은 북한이 도발 징후를 보이지 않아도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을 제거하기 위해 타격하는 것이다. 선제타격보다 더 심각한 군사적 옵션이 예방타격이다.
 
"구제불능 작은 김과 앞잡이들이 다시 협박”
 
 
‘미치광이’ 김정은 표현은 올해 들어 미국 의회에선 일상이 돼버렸다. 상원 외교위 아태소위 위원장인 코리 가드너 의원도 6일 “북한의 미치광이(madman)를 막아야 한다”는 성명을 냈다. 의회의 분노에 비하면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과 정부 인사들이 공개 발언이 절제돼 있다.
 
21일엔 테드 포 하원의원(공화)이 의회 본회의장에 섰다. 하원 외교위원회의 테러·비확산·무역소위 위원장이다. 그는 첫 마디부터 “구제 불능의 작은 김과 그의 앞잡이들이 다시 협박하고 있다”며 ‘김정은은 테러리스트’라는 제목의 원고를 읽어 내려갔다. 포 의원은 “김정은의 전쟁 광기(war-prone lunacy)”라며 “김정은의 못된 짓을 끝내야 한다”고 테러지원국 재지정을 요구했다. 같은 날 하원 외교위 아태소위에서도 김정은 이름이 나왔다. 테드 요호 의원은 “2015년 이후 김정은은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미사일 발사 테스트를 했다”며 “북한의 핵 위협에 우리는 가용한 모든 수단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모든 수단에는 물론 군사적 공격 방안이 포함된다. 존 부즈먼 상원의원(공화)도 12일 방송 인터뷰에서 “이들은 진짜 미국을 시험하려는 무리들”이라며 “모든 것을 제대로 검토해야 한다. 테이블에서 뭐라도 내려놓으면 엄청난 실수”라고 강조했다.
 
김정은 정권에 대한 강경 대응론은 미국 본토를 겨냥한 핵 위협만이 아니라 핵 물질을 테러 집단에 팔아 핵 테러의 발원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로부터도 나온다. 미국 보수 진영의 최대 잔치인 지난달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연례 행사에서 존 볼턴 전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북한은 핵 확산 위협국”이라며 “중국을 압박해 북한 정권을 종식시켜 한반도 통일에 나서야 하고 김정은의 핵 테러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해 박수를 받았다. 북한의 핵 테러 시나리오는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이 제기했던 ‘워싱턴내 자살 핵폭탄’이 대표적이다.
 
페리 전 장관이 “상상하기 그리 어렵지 않은 시나리오”라고 밝힌 핵 테러는 경제가 피폐해진 북한 정권이 테러 집단에 핵 물질을 몰래 파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는 핵 폭탄으로 제조된 뒤 농산물 상자 포장으로 위장돼 워싱턴 덜레스 공항에 들어온다. 이후 워싱턴 남동쪽의 물류 창고에 보관돼 있던 핵 폭탄은 자살폭탄범이 워싱턴 시내의 의회와 백악관 사이의 펜실베이니아 애버뉴에 싣고 와 터트리며 재앙을 야기한다. 15kt의 파괴력을 가진 핵 폭탄이 터지며 백악관·의회 등 주요 건물이 모두 파괴되고 8만명이 즉사한다. 대통령·부통령과 하원의장 등 의원 대다수가 사망한다.
 
평행선 달리는 미국·김정은 … 한국 어디로
 
 
김정은에 격앙된 미국 의회는 중국 압박부터 나섰다. 당장 동원 가능한 최고의 카드는 중국을 강제로라도 움직여 김정은 정권을 옥죄는 것이라고 본다. 중국이 대북 제재에 계속 미온적으로 가면 중국 기업·은행을 미국 시장에서 쫓아내겠다며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이 21일 발의했던 대북제재강화법안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중국이 움직이지 않을 경우 군사적 대안을 찾으라는 요구는 더욱 거세질 수 있다.
 
데빈 누네스 하원 정보위원장은 19일 “북한 정권이 핵 무기 발사 능력에 다가설수록 우리는 선제타격에 나서는 상황으로 갈 수 밖에 없다”며 “우리는 그렇게 되지 않기를 원하지만 이 정권은 정말 불안한 정권”이라고 말했다.
 
미국 의회의 대북 강경론은 한국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북한 노동자를 고용하는 제3국 기업의 미국내 자산을 동결하고 북한산 제품의 미국 반입을 금지하는 대북제제강화법안이 의회를 통과하면 남북 경협은 미국 정부의 제재 대상이 될 수도 있다. 개성공단처럼 북한 노동력과 한국의 자본을 결합하는 모델은 북·미 관계가 해빙기로 전환되지 않는 한 한·미 관계에 엇박자를 만들게 된다.
 
핵보유국 외에는 대안이 없다며 폭주하는 김정은 정권과, 대북 대화·협력은 생각도 말라는 미국의 평행선 사이에서 한국은 어떻게 가야할지 차기 정부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
 
채병건 워싱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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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