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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탄 세 번째 이야기] 부탄에 가면 저절로 되는 힐링 6가지

만년설 아래 빙하 물이 강을 이루는 곳에 부탄의 도시가 있고, 도시가 내려다보이는 곳에 곰파(사원)가 있다.   

만년설 아래 빙하 물이 강을 이루는 곳에 부탄의 도시가 있고, 도시가 내려다보이는 곳에 곰파(사원)가 있다.

『론리 플랫닛 부탄 편』의 서문 마지막 단락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왜 당신은 여기 와서 돈을 써야 하는가” 부탄을 1주일 다녀와 세 번째 칭찬 릴레이를 하는 기자도 사실은 고민이 됐습니다. “추천해야 할 이유도 많지만, 추천했다 욕먹을 수도 있겠는 걸”

'이상한 나라' 부탄은 자체로 관광상품
숙소로 전해지는 새벽 도량석 종소리
1식 6찬, 고기 빼고 모두 오가닉 푸드
길 가다가 마주치는 야생 동물들
타닥타닥 화톳불 소리에 잠이 들고
'명상의 나라'에서 자연스럽게 힐링


우선 망설여지는 이유입니다. 여행비용이 비쌉니다. 현재 국내 여행사에서 판매하는 부탄 1주일 여행상품은 300만원 정도입니다. 이 비용이면 트레커의 ‘버킷리스트’ 중 한 곳인 네팔 ‘에베레스트베이스캠프 트레킹’ 15일짜리 여행상품을 예약할 수 있습니다. 
 
비싼 돈을 냈지만, 정작 부탄 정부와 현지 여행사는 “부탄은 위대한 자연을 가졌다”고 자랑할 뿐 정작 속살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패키지 투어 대부분은 불교 사원을 둘러보는 일정입니다. 히말라야 설산을 걷는 트레킹 상품을 파는 곳은 국내 여행사는 아직 없습니다. 
 
여기에 부탄 여행은 반드시 가이드 동반이여야 합니다. ‘자유’가 묶여있다고 할까요. 저의 경우를 예를 들자면, 취재를 위해 아만코라 포지카(Amankora Phobjika)리조트의 아침 식사만 따로 예약하려 했습니다. 호텔 매니저는 “가이드에게 먼저 연락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물론 예약은 했습니다만, 밥 먹는것도 가이드를 통해 따로 예약해야 합니다. 호텔도 정해져 있습니다. 300만원대 상품의 경우 부탄의 3성급 호텔에 묵습니다. 1일 숙식(1박+저녁·조식) 100달러 선입니다. 호텔을 업그레이드를 하려면 여행상품을 예약할 당시 국내여행사에 주문해야 합니다. 당연히 비용은 더 올라갑니다. 


마지막으로 부탄까지 가려면 꼬박 1박2일이 걸립니다. 부탄 파루공항은 네팔 카트만두보다 동쪽에서 있어 직선거리는 더 짧습니다. 하지만 노선이 방콕-파루, 카트만두-파루뿐입니다. 문제를 부탄으로 들어가는 항공편이 오전에 한편씩 있기 때문에 어디를 통해 가든 1박2일이 된다는 겁니다. 저는 지난 3월 12일오후 3시 서울 서소문 사무실을 나와 이튿날 오전 10시(한국 시간 오후 1시) 파루공항을 닿았습니다. 22시간 걸린 셈입니다. 그러나 ‘그래도 갈만 하느냐’고 묻는다면 저의 대답은 “예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가볼만 합니다.
글·사진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1 부탄, 그 자체가 관광상품
꼬박 22시간, 몸이 녹초가 될 때쯤 부탄에어라인 A319 편은 땅에 닿을 준비를 합니다. 착륙 10분 전,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왼쪽 창문쪽을 보니 만년설로 덮힌 히말라야가 펼쳐졌습니다. 기장이 “날이 좋으면 에베레스트까지 볼 수 있다”고 해서 네팔인줄 알았는데, 부탄 히말라야였습니다. 왼쪽 마샤강(Mashagang·7145m)부터 시작해 ‘테이블 마운틴’으로 불리는 종푸 강(Zongpghugang·7100m), 부탄의 최고봉 강카르푼숨(Gangkhar Puensum·7570m) 등 7000m대 준봉들이 손에 잡힐 듯 했습니다. 3~5월, 9~11월 중에 가면 비행기 안에서 히말라야 설산을 볼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름다운 팀푸 시내 전경. 강 옆 붉은색 지붕 건물이 부탄의 의회다.  

아름다운 팀푸 시내 전경. 강 옆 붉은색 지붕 건물이 부탄의 의회다.

마침 파루공항에 내린 3월 13일은 이틀 전 폭설이 내려 해발 2500m 지점까지 눈폭탄이 내려앉았습니다. 5월까지도 눈이 온다고 합니다. 부탄 사람들은 자국 땅을 ‘지구상의 샹그릴라(이상향)’라고 자랑하는데, 이 광경만큼은 ‘정말 샹그릴라네’ 생각이 들만큼 환상적이었습니다.


200석의 크지 않은 비행기가 활주로에 내려 앉을 때 보이는 공항 청사의 건물도 독특합니다. ‘공항에 불교 사원이 왜 이렇게 많지?’라고 생각했지만, 알고 보니 부탄의 모든 건물은 다 불교 사원 같습니다. 부탄 정부는 집을 지을 때 반드시 전통 양식을 고수하도록 법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전통 기법의 창문을 내야 하고, 창호는 연화 문양 등을 생겨야 합니다. 그리고 건물은 3층이상 올리지 못합니다. 단, 수도 팀푸에만 6층까지 허용합니다. 정부의 규제 덕분에 여행객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광경을 볼 수 있습니다. 이 것이 부탄의 첫 인상입니다. ‘천둥 용의 나라’ ‘샹그릴라’ ‘은둔의 왕국’이 어울리는 공항입니다. 
 
2 자연스럽게 '8·8·8 리듬'에 젖어들다
피곤해 첫날밤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이튿날 새벽 4시쯤 됐을까요. 희미하게 들리는 소리에 눈을 떴습니다. 침대에 누운 채로 들어보니 종(Dzong·행정과 종교를 관할하는 성)에서 들려오는 새벽 도량석(세상을 깨우는 사찰 의식) 타종 소리입니다. 그러고 보니 제가 머문 숙소는 부탄에서 가장 큰 타시 초에(Tashi Choe) 종과 직선거리로 200m 남짓입니다. 또 이 곳은 새벽엔 차가 안 다니기 때문에 강 건너 닭울음 소리도 옆집처럼 들리는 곳이지요. 
팀푸 시내 키사 빌라 2층 방 안에서 타시초에 종(DZong)이 보인다.  

팀푸 시내 키사 빌라 2층 방 안에서 타시초에 종(DZong)이 보인다.

타종은 우리의 절처럼 긴 여운을 뱉어내는 소리는 아니었습니다. 예전 새벽에 울리던 두부장수의 종소리처럼 쨍쨍거린다고 할까요. 교회의 종소리, 수업시간을 마치는 땡땡땡 소리와 비슷합니다. 하지만 단말마처럼 짧게 끊어치는 종소리는 강 건너 숙소까지 아주 평화롭게 전해졌습니다. 히말라야 동쪽, 해발 2200m 고원 도시 팀푸의 호텔 침대에 누워 아련히 들려오는 새벽 종소리. 부탄에서 맞은 첫번째 아침치고는 더할 나위 없는 편안한 아침입니다. 
 
우연히 들은 종소리를 계속 듣고 싶어 이후에도 매일 오전 3시에 눈을 뜨고 범종 소리를 기다렸습니다. 이상하게 휴대폰 알람을 예약해놓지 않아도 저절로 눈이 떠졌습니다. 낮에 커피를 줄이고, TV를 보지 않고, 저녁에 일찍 잠들고, 숙면을 취한 덕분입니다. 저는 평소 늦게 잠자리에 들고, 새벽 1~2시에 돼야 겨우 잠을 청하는 ‘수면 장애’가 있습니다. 하지만 부탄에 오자마자 싹 바뀌었습니다. 공교롭게도 기자와 1주일 동행한 룸메이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도 평소 밤잠을 설치는 편인데 ‘부탄에선 매일밤 숙면을 취할 수 있었다’고 했습니다. 
 
붓다는 밤 9시에 잠이 들어 3시에 일어났다고 합니다. 부탄에 가니 저절로 붓다의 리듬을 따라하게 됐다고 할까요. 알고 보니 부탄 사람들의 바이오리듬도 ‘8·8·8’에 맞춰져 있다고 합니다. 하루 8시간 자고, 8시간 일하고(점심 시간 빼면 근무는 7시간), 8시간 휴식(Healing)을 취한다고 합니다. 관공서를 비롯해 거의 모든 회사의 퇴근 시간이 오후 5시로 맞춰져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하겠지요. 쉴 때는 걷기, 명상, 가족·친구와의 유대에 시간을 할애한다고 하네요. 저 또한 1주일간 그렇게 살다 왔습니다.
 
3 맛깔난 오가닉 푸드
부탄의 농지는 아주 적습니다. 국토의 약 7%만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땅이고, 나머지는 모두 산과 들녘입니다. 부탄 정부는 “국토의 60% 이상을 꼭 숲으로 유지한다”는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농사보다는 자연보호가 우선이라는 것이죠. 반면 농사 짓는 땅이 부족하기 때문에 식료품, 특히 채소와 향신료가 귀하고 그래서 비싸게 팔립니다.
부탄의 농가에서 내놓는 오가닉 푸드. 왼쪽부터 감자 스프, 고추치즈커리, 돼지고기 비계와 채소를 한데 볶은 부탄의 전통 돼지고기 요리. 

부탄의 농가에서 내놓는 오가닉 푸드. 왼쪽부터 감자 스프, 고추치즈커리, 돼지고기 비계와 채소를 한데 볶은 부탄의 전통 돼지고기 요리.

부탄의 상차림은 우리와 비슷했습니다. 수도 팀푸(Thimphu)의 3성급 호텔 키사 빌라(Kisa villa) 호텔의 첫번째 저녁은 밥과 6찬을 내놓았습니다. 부탄식 파스타, 돼지고기 조림 그리고 감자와 채소를 이용한 나물류입니다. 부탄은 나라 안에서 살생을 하지 않기 때문에 고기는 인도에서 수입합니다. 돼지고기 빼고 나머지는 모두 부탄에서 나는 산물이지요. 그리고 “부탄에서 나는 모든 식품은 오가닉(Organic)”입니다. 쌀과 밀, 메밀, 고추, 채소류는 모두 오가닉이라고 보면 됩니다. 돌아다니며 들판을 유심히 보았지만 화학비료를 뿌리거나 쌓아놓은 곳은 단 한군데도 없었습니다. 농가의 창고 또한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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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경 국가 부탄의 나물 반찬은 우리와 비슷합니다. 조미료 없이 살짝 데치거나 볶아서 내놓습니다. 나물은 싱겁게 간하는데, 고기는 아주 짠 편입니다. 아무래도 냉장고가 없던 시절, 고기를 보관하기 위한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침은 서양식으로 빵과 우유, 차 등을 선보입니다. 같은 곳에서 이틀을 묵었는데, 다음날 저녁은 대동소이한 메뉴에 고기 반찬만 돼지고기에서 소고기로 바뀌었습니다. 
부탄 뷔페식 식사. 우리의 비빔밥처럼 고기와 삶은 채소를 한데 섞어 먹는다. 

부탄 뷔페식 식사. 우리의 비빔밥처럼 고기와 삶은 채소를 한데 섞어 먹는다.

이동 중에 들르는 관광객 전용 레스토랑은 뷔페식입니다. 메뉴는 호텔에서 제공하는 것과 거의 흡사합니다. 1주일간 돌아다녀 보니 돼지고기 조림은 아주 대중적인 요리였습니다. 살코기가 나오기도 하지만, 대개는 두꺼운 돼지 비계를 얇게 잘라 바짝 졸이거나 채소화 함께 기름에 튀깁니다. 비계는 노릇노릇해지기 직전, 즉 바싹 익히지 않은 상태로 나옵니다. 그래서 입안에서 살살 녹습니다. 저는 평소 한국에서 돼지 껍데기구이를 좋아하지 않는 편이지만, 부탄에서 이 메뉴는 아주 훌륭했습니다.  
 
4 길 가다 만난 원숭이, 산책 중 만난 독수리 
지난 1월 한국을 방문한 부탄의 레케이 도르지 경제 장관은 “부탄은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야생동물이 늘고 있는 나라”라고 했습니다. 우리 일행을 안내한 가이드 왕디 챠도르(33)도 부탄의 다양한 트레일(Trail)을 설명하다가 “부탄은 뱅골호랑이 개체 수가 늘고 있는데, 방글라데시쪽에서 호랑이 사냥이 늘면서 부탄쪽으로 대피하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차를 타고 가다 느닷없이 만난 부탄 원숭이. 4~5m 거리까지 근접했지만 도망가지 않는다. 

차를 타고 가다 느닷없이 만난 부탄 원숭이. 4~5m 거리까지 근접했지만 도망가지 않는다.

정확한 근거가 없이 한 말이라 단지 그들의 주장일 뿐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들었지만, 가이드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도출라 패스(Dochula pass·3150m) 근방에서 야생 원숭이 떼를 만났습니다. 원숭이떼는 4~5m까지 근접해 카메라를 들이대도 도망가지 않았습니다. 난생 처음 코앞에서 야생원숭이와 맘껏 교유할 수 있었습니다. 
죽은 소를 뜯는 독수리와 까마귀. 포지카 동네를 산책하다 만난 장면이다.  

죽은 소를 뜯는 독수리와 까마귀. 포지카 동네를 산책하다 만난 장면이다.

포지카의 잣나무숲을 산책하던 중에는 죽은 소를 뜯어먹는 독수리를 봤습니다. ‘동물의 왕국’ 다큐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이 눈앞에서 전개돼 깜짝 놀랐습니다. 가이드도 “이 곳에서 새사냥을 하는 수리는 많이 봤지만 저렇게 큰 독수리가 동물을 뜯는 광경은 처음 봤다”고 했습니다. 독수리가 소를 먹는 바로 옆엔 농부들이 감자를 심고 있었습니다. 가히 야생동물의 천국입니다. 어쩌면 다음번 부탄 여행을 하게 될 때는 트레킹을 하다 뱅골호랑이와 마주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5 타닥타닥 화톳불 소리 나는 잠자리
새벽 종소리와 더불어 부탄에서 가장 인상깊은 시간이었습니다. 부탄의 여러 곳에서 팜스테이(Farm stay)를 운영하고 있는데, 중부 지역 왕두 포드롱(Wangdue Phodrong)의 포지카(Phobjikha·3140m) 마을은 그 중 가장 유명합니다. 부탄의 몇 안 되는 럭셔리호텔 아만코라 포지카(Amankora Phobjikha)를 비롯해 롯지(Lodge) 스타일의 호텔, 그리고 대여섯군데의 팜스테이가 있습니다.
방 안에 설치된 장작 난로 앞에서 휴식. 부탄에서 가장 편안한 시간이었다.  

방 안에 설치된 장작 난로 앞에서 휴식. 부탄에서 가장 편안한 시간이었다.

기자는 팜스테이에 묵지는 않았습니다만, 이 곳에서 전통식 점심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겨울철 학이 날아든다는 포지카 평원을 서너시간 트레킹한 후 호텔로 돌아왔습니다. 이 곳의 저녁 식사도 팀푸의 호텔과 다르지 않습니다. 밥과 고기류 하나, 그리고 대부분 채소를 볶거나 삶은 나물 반찬이 제공됩니다.
 
가장 인상적인 체험은 방에 놓인 장작 난로였습니다. 방마다 장작을 때 난방을 했는데, 특이한 점은 연기통을 창문으로 내지 않고 벽 속에 묻었습니다. 아마 연통을 통해 호텔 전체가 난방이 되도록 하기 위함이 아닐까 싶습니다. 장작에 불을 붙이는 방법도 독특합니다. 장작을 넣고 톳밥을 밑에 뿌려 불을 사리는데, 성냥불을 갖다대자마자 불이 일어납니다. 톳밥을 자세히 보니 석유가 묻어있었습니다. 불을 붙이기는 쉽지만, 기름 묻은 톳밥을 난로 곁에 두면 위험하니 반드시 방 밖에 둬야 할 것 같습니다. 


포지카는 해발고도가 3000m가 넘습니다. 어둠이 내리면 다운 재킷을 입어야 할 정도로 기온이 내려갑니다. 한여름에도 반팔로 견디기에는 춥습니다. 이럴 때 장작 난로는 맞춤이죠. 추위를 쫓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낭만적인 밤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기자의 룸메이트는 아쉽게도 동성이었습다. 커플이라면 더 없이 좋은 밤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해발 3000m 고원에서 타닥타닥 화톳불 소리를 들으며 스르르 잠이 드는 밤. 그지없이 편안한 밤을 보냈습니다.  
 
6 여행자를 행복하게 만드는 사람들
부탄서 만난 사람 모두 친절이 몸에 배어있습니다. 포지카에서 우리에게 밥을 해준 농가의 아낙은 우리가 식사를 하는 내내 밥주걱을 들고 있었습니다. 밥그릇에 밥이 줄어들라치면 그때마다 “더 더”라며 밥을 퍼주려 했습니다. 곤혹스럽긴 했지만, 예전 우리의 어머니 할머니들의 모습과 떠올라 갑자기 고향 생각이 났습니다. 그 밖에에도 거리의 택시운전사, 전통 토속품을 파는 가게의 점원, 호텔 레스토랑·객실 담당 직원 모두 친절합니다. 부탄에도 한류 열풍은 불고 있는데, 아마 그래서 한국인에게 더 친절한 건 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름다운 푸나카종(Punakha Dzong). 기자와 동갑인 스님을 만난 곳이다. 

아름다운 푸나카종(Punakha Dzong). 기자와 동갑인 스님을 만난 곳이다.

푸나카 종(Punakha Dzong)에서는 민두 도르지라는 스님을 만났습니다. 얘기하다보니 그는 동갑(1974년생)이었습니다. 열살 때 가사(Ghasa) 지역에서 출가해 30여 년을 수도승으로 살고 있습니다. 


그는 탈춤을 추는 예술인입니다. 부탄은 크고 작은 사원마다 페스티벌을 여는데, 그는 축제를 여는 절을 돌아다니며 탈춤을 춥니다. 또 절에 있는 학승들에게 탈춤을 전수하는 선생님이기도 합니다.  


그를 만난 때는 따사로운 햇살이 쏟아지는 오후의 한때였습니다. 그는 벤치에 등을 대고 온 몸에 햇살을 가득 안은 채 마치 기절한 듯 앉아 있었습니다. 말투 또한 산스크리트어 경전을 외우는 것처럼 웅얼웅얼 했습니다. 눈을 뜨고 있었지만, 명상을 하는 듯 보였습니다. 


“열살에 출가해 이 절 저 절 돌아다니며 살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 허허, 계획은 없다. 지금처럼 절을 돌아다니며 탈춤을 추고 스님들에게 탈춤을 가르치며 살 것이다. 앞으로 얼마나 살 지는 모르겠지만, 부탄의 스님에게도 은퇴 나이가 있다. 내 나이 마흔 셋인데, 예순둘이면 은퇴한다. 그 이후로는 또 이 절 저 절을 돌아다니며 죽을 때까지 명상을 하며 지낼 것이다. 명상은 나의 의무이자 즐거움이다. 마지막 순간에도 명상을 하다 가고 싶다.”  
부탄의 창건설화가 간직한 탁상 곰파(Takshang Gompa). 부탄 사람들이 평생 한 번은 꼭 들른다는 불교 성지다.  

부탄의 창건설화가 간직한 탁상 곰파(Takshang Gompa). 부탄 사람들이 평생 한 번은 꼭 들른다는 불교 성지다.

가이드를 통해 몇 마디 나눈 짧은 대화였지만, 스님의 말은 아직까지 기억에 남습니다. 그의 유심히 지켜보며 ‘욕심 부리지 않고 현재에 만족하며 사는 삶이 행복의 첫 번째 조건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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