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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시업 100개 해라” 아닌 ‘100개 해야겠네’ 자각 끌어내야

[2017 스포츠 오디세이] 멘탈 코칭의 구루, 쯔게 요이치로
한양대에서 멘탈 코칭 전문가 양성과정을 진행 중인 쯔게 요이치로 코치는 "스킬보다 마음을 열고 들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경록 기자

한양대에서 멘탈 코칭 전문가 양성과정을 진행 중인 쯔게 요이치로 코치는 "스킬보다 마음을 열고 들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경록 기자

스포츠 팀에는 감독 밑에 ‘코치’ 또는 ‘트레이너’라고 부르는 지도자가 있다. ‘선수들에게 기술·체력·전술 등을 전수하는 사람’을 통칭한다. 그런데 코치(Coach)와 트레이너(Trainer)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코치는 네 바퀴 달린 역마차에서 유래했고, 트레이너의 어원은 기차(Train)다. 트레이너는 이미 놓여진 기찻길을 달리는 것처럼 정해진 규칙과 기법을 전수하는 사람이고, 코치는 역마차의 마부처럼 자신이 가장 잘 아는 길을 안내하고 이끌어주는(코칭) 사람이다.
 

경영학 전공, 독특한 코칭론 창안
일본 올림픽 메달리스트 탄생 도와

격투기 선수 ‘양치질 습관’ 끄집어내
컨디션 난조 극복, KO승에 기여

한국 WBC팀 ‘존재 이유’ 몰라 부진
커뮤니케이션 질이 인생의 질 바꿔

요즘 각 분야에서 코칭이 각광받고 있다. 그런데 스포츠 멘탈 코칭은 국내에서 아직 생소하다. 양궁·골프 등 일부 종목에서 멘탈 트레이닝을 하고 있으나 멘탈 코칭과는 다르다. 미국·일본에서는 10여 년 전부터 트레이닝 방식이 아닌 코칭 방식으로 선수들의 잠재력을 키워주고 있다.
 
쯔게 요이치로(49)는 일본의 대표적인 스포츠 멘탈 코치다. 그는 운동 선수나 지도자 출신이 아니고 경영학·커뮤니케이션을 전공했다. 그럼에도 자신만의 코칭 스킬로 큰 성과를 이뤄냈다. 올림픽(2008 베이징, 2012 런던, 2014 소치, 2016 리우) 일본 대표단 멘탈 코치로 참여해 다수의 메달리스트 탄생을 도왔다. 스노보드·럭비·사격·체조 등 종목을 가리지 않고 좋은 결과를 냈다.
 
쯔게 코치는 3월부터 매달 한 차례 MCI연구소(멘탈코칭연구소·070-8201-1559)·한양대와 공동으로 ‘멘탈 코칭 전문가 양성과정’을 이끌고 있다. 지난 11일 한양대 서울캠퍼스에서 열린 첫 강의를 청강한 뒤 쯔게 코치와 인터뷰를 했다. 그는 “상대방에 관심을 갖지 말고 상대가 흥미를 갖는 것에 관심을 가지라. 상대방에 관심을 갖게 되면 그를 바꾸고 싶은 욕심이 올라온다. 사심 없이 들어주는 경청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쯔게 코치가 들려준 성공 사례다. 국가대표 사격 선수가 “총을 바꿀지 말지 고민”이라고 했다. 쯔게는 ‘왜 바꿔야 하나’부터 바꾼다면 뭐가 달라질까, 기존 총으로 하면 어떻게 될까, 바꾸는 게 좋지만 신경 쓰이는 건 뭔가, 바꾼다면 언제가 좋을까 같은 질문을 지속적으로 던졌다. 결국 세계선수권대회 이전에 바꾸는 게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고, 이 선수는 세계선수권에서 좋은 성적을 올렸다.
 
‘격투기 선수 양치질’ 얘기도 있다. 일본 챔피언 출신 종합격투기 선수가 시합 3개월 전에 쯔게 코치를 찾아와 이번엔 꼭 KO로 이기고 싶다고 했다. 시합이 한 달 남았을 때 이 선수는 “몸이 부서져라 훈련을 하고 오면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도 없어 거실 소파에 쓰러져 잡니다. 그래서 컨디션이 나빠지는 것 같아요”라고 하소연했다. 쯔게 코치는 선수에게 어떻게 하고 싶냐고 지속적으로 질문 했다. 어느날 선수는 “제가 이 닦는 걸 무척 좋아합니다. 이를 닦으면 기분이 좋아져요. 거실에 쓰러져 있다가도 ‘이를 닦자’고 생각하면 일어나 양치질을 하고 침실까지 갈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했다. 한 달 뒤 이 선수는 3회 KO승을 거뒀다.
 
쯔게의 코칭론을 국내에 소개한 박철수 MCI연구소장은 “쯔게는 총을 쏴 본 적도, 격투기를 해본 적도 없다. 그렇지만 선수 스스로가 자각할 수 있도록 질문을 던져 해답을 끄집어내고, 행동 패턴의 변화를 이끌어냈다”고 말했다. 쯔게 코치는 “트레이너가 통계·분석·경험을 바탕으로 ‘하루에 푸시업 100개씩을 하라’고 지시한다면, 멘탈 코치는 선수 스스로 ‘아, 그래서 하루에 푸시업 100개를 해야 되겠네요’라고 자각하게 이끌어준다”고 설명했다.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이 예선탈락했다. 이번 대표팀은 동기부여가 빈약하고 무기력했다. 당신이 멘탈 코치를 맡았다면 뭘 했겠는가.
“한국 상황을 정확히 몰라 건방진 얘기를 해선 안 되겠지만, 선수를 뽑고 팀을 구성한 감독과 먼저 면담을 했을 거다. 어떤 팀을 만들고 싶은지, 한국 야구 시장에서 WBC가 어떤 위상인지, WBC 대표팀의 존재 이유가 뭔지를 나눴을 것이다. 그 다음에 선수 개개인과 마음가짐에 대한 얘기를 나눴을 거다.”
 
리우 올림픽 리듬체조에서 손연재 선수가 아깝게 4위를 했다. 당신이 1년 정도 멘탈 코치로 합류했다면 메달을 딸 수 있었을까.
“베이징 올림픽 유도 금메달(이시이 사토)을 따도록 도운 적이 있지만 내 가치관과 메달 색깔은 관계가 없다. 선수를 둘러싼 가족·감독·트레이너 등이 힘을 합쳐 좋은 팀이 될 때 이상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내가 손연재 선수를 맡았다면 기존 팀의 일원이 돼 결과를 냈을 것이다.”
 
스포츠 멘탈 코칭의 기본 전제는 뭔가.
“인간은 모두 다른 존재다. 인간은 도전을 좋아한다. 그리고 창의적인 존재다. 이 세 가지다. 걸음마를 배울 때 몇 발짝 걷다가 넘어지고를 반복하지만 ‘엄마, 나 이제 안 할래’하는 아이가 있나. 도전 자체를 싫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걸 못 하게끔 브레이크를 밟는 무언가가 있을 뿐이다. 그럴 알아채야 한다.”
 
“쟤는 시킨 것만 하고 창의성이라곤 없어”라고 평가받는 사람도 있는데.
“아이들은 가만 놔 두면 알아서 창의적인 놀이를 만들어낸다. 누가 ‘30분 안에 놀이 규칙 만들어라’ 해서 만드는 건 아니다. 우리 선수들은 기발한 아이디어가 머리속에 꽉 차 있을 거라고 믿는 게 코치다. 그런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환경이나 습관이 안된  건지도 모른다.”
 
지금 하는 일이 일본 스포츠를 어떻게 바꾸고 있나.
“모든 지도자들이 우리와 같은 생각과 방식으로 코칭을 한다면 50년 후에 스포츠 멘탈 코치라는 직업이 없어져도 좋다. 일본 스포츠도 옛날엔 ‘곤조론(막무가내·우격다짐)’이 득세했다. 지금은 그렇게 해선 안 된다는 걸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그 흐름을 가속시키는 게 내 사명이다.”
 
스포츠 멘탈 코칭을 다른 분야에도 적용할 수 있나.
“코칭의 기본 자세가 있다. 그걸 적용하는 분야는 스포츠·교육·비즈니스 등 다양하다. 본질은 똑같지만 스포츠 쪽에는 ‘신체 감각’이 중요하다. 최고의 퍼포먼스를 할 때 의식·생각이 어디에 가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쯔게 코치는 “한국에 스포츠 멘탈 코칭이 널리 보급돼 훌륭한 선수가 많이 나오고, 2020 도쿄 올림픽에서 한·일 최고의 팀들이 승패에 관계없이 경쟁하면 좋겠다”고 소망을 말했다. 그는 자신의 저서 『스포츠 멘탈 코칭』을 내게 선물하면서 이렇게 썼다. ‘커뮤니케이션의 질이 인생의 질을 바꾼다’.  
 
정영재 스포츠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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