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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팟퐁커리’ 재료 맹그로브 크랩 한국에만 월 40t 수출

[창간 10주년 기획] 아시아 마지막 기회의 땅 미얀마를 가다 <하>
1 소프트셸 크랩 양식장인 양곤의 아웅 모 카인에선 한 시간마다 직원들이 케이스 안의 머드크랩이 탈피했는지를 확인한다.

1 소프트셸 크랩 양식장인 양곤의 아웅 모 카인에선 한 시간마다 직원들이 케이스 안의 머드크랩이 탈피했는지를 확인한다.

2 껍질을 벗은 소프트셸 크랩은 두 시간 안에 냉동해야 제값을 받을 수 있다.

2 껍질을 벗은 소프트셸 크랩은 두 시간 안에 냉동해야 제값을 받을 수 있다.

3 라부타의 어민들은 맹그로브 나무 밑에 서식하는 머드크랩을 잡아 생활한다. 염지현 기자

3 라부타의 어민들은 맹그로브 나무 밑에 서식하는 머드크랩을 잡아 생활한다. 염지현 기자

지난 8일 미얀마 양곤에서 자동차로 5시간을 달려 이라와디 삼각주로 유명한 도시 라부타에 도착했다. 미얀마를 북에서 남으로 관통하는 이라와디 강이 인도양 안다만해로 흘러 들어가면서 막대한 모래나 흙이 강에 쌓여 만들어진 곳이다. 비옥한 토지를 자랑하는 마을에서 강 쪽으로 더 들어가자 드넓은 맹그로브 숲이 펼쳐졌다. 열대나무인 맹그로브의 얼기설기 얽힌 뿌리들이 물 위에 드러난 모습이 특이하다. 이곳은 아시아에서 네 번째로 넓은 맹그로브 지대다. 라부타까지 동행한 수산물 수입업체 엔유씨푸드의 변경대 상무는 “맹그로브는 해안 침식을 막을 뿐 아니라 수많은 진흙 게(머드크랩)가 햇빛을 피해 영양분이 풍부한 나무뿌리 밑에 서식하기 때문에 그 자체로 천연 양식장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생어거스틴의 ‘뿌팟퐁커리’

생어거스틴의 ‘뿌팟퐁커리’

엔유씨푸드는 딱딱한 머드크랩과 달리 껍질째 먹을 수 있는 소프트셸 크랩을 전문적으로 수입하는 곳이다. 국내에서 인기가 많은 태국 요리 ‘뿌팟퐁커리’의 주재료가 소프트셸 크랩이다. 변 상무는 “이곳에서 잡은 조그만 머드크랩을 다시 양식장에서 키워 소프트셸 크랩을 만들기 때문에 라부타의 맹그로브 숲이 뿌팟퐁커리를 위한 긴 여정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머드크랩을 잡는 방법은 간단하다. 어부들은 미끼를 넣은 통발을 맹그로브 나무 밑에 물에 잠기도록 설치해 뒀다가 밤 늦게 거둬들인다. 보통 60개 통발을 놓으면 4~5㎏가량 잡을 수 있다.
 
선착장에서 보트를 빌린 뒤 20~30분간 울창한 맹그로브 숲을 따라 강을 달리자 염전을 일구는 마을이 나타났다. 하지만 하얀 소금 대신 갈대와 잡초만 무성한 폐염전이 방치돼 있었다. 2008년 약 20만 명의 사상자를 낸 태풍 나르기스가 이곳을 휩쓸고 지나간 뒤 염전은 사라지고, 마을은 황폐해졌다. 최근 여러 국제기구의 지원으로 폐염전을 활용해 부가가치가 큰 동물성 플라크톤(알테미아)을 생산하는 등 태풍으로 일자리를 잃은 농민들을 위한 새 먹거리 연구가 한창이다. 이 중 머드크랩 알을 부화시켜 치하(새끼 머드크랩)로 다시 방류하는 프로젝트도 운영하고 있었다. 소툰 미얀마수협 수석부회장은 “2015년부터 미국 국제개발처(USAID)가 ‘지속가능한 미얀마 수산업 발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태풍이나 무분별한 어획으로 급격히 줄어든 머드크랩을 보호하기 위해 시작한 것”이라며 “올해 처음으로 수십만 마리 부화에 성공해 맹그로브 숲에 방류했다”고 말했다.
 
라부타엔 미얀마 최대 머드크랩 도매시장이 있다. 골목마다 죽 늘어선 140여 개 상가가 모두 머드크랩을 사고판다. 예상과 달리 시장은 한산했다. 머드크랩을 운반할 때 쓰는 노란색 빈 박스만 가득 쌓여 있었다. 단표아우를 운영하는 우쩌테이 사장은 “3월은 머드크랩 산란기로 정부가 한 달간 머드크랩을 잡지 못하도록 금어기를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변 상무는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자원 보호를 위해 강력하게 규제하는 것 같다”며 “5년 넘게 시장을 오갔지만 금어기를 지키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들려줬다. 우쩌테이 사장은 “금어기가 끝나면 하루에 10t가량 거래되고 우기인 7월부터 석 달간은 성수기로 약 40t씩 판매된다”며 “무게가 100g 이상인 머드크랩은 중국 등지로 수출되고, 40~50g짜리의 작은 머드크랩은 양식장에 팔린다”고 말했다
 
작은 머드크랩이 소프트셸 크랩으로 변신하는 비결은 양식장에 숨어 있다. 다음날 양곤에서 남동쪽으로 23㎞ 떨어진 틸라와 특별경제구역(SEZ) 근처에 있는 양식장 아웅 모 카인을 찾았다. 양식장 입구에 들어서자 버스 한 대가 간신히 들어설 수 있는 길 양쪽으로 커다란 연못 형식의 양식 시설이 늘어서 있다. 양식장 근처로 가보니 물 위에 수만 개의 검정 케이스가 둥둥 떠 있었다. 아웅 모 카인의 수출 담당자인 우뢰 매니저는 “케이스에 머드크랩을 넣어 양식하는 곳으로 평균 6600㎡(약 2000평) 규모의 양식 시설에 약 3만 마리를 키우고 있어 전체 양식 규모는 100만 마리에 이른다”고 말했다.
 
양식장 중간엔 나무로 만들어진 긴 다리가 놓여 있다. 직원들이 둘씩 짝을 지어 긴 줄을 당기는 동시에 딸려오는 케이스 안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우뢰 매니저는 “게가 탈피하는 데 45일에서 최대 2개월 정도 걸리고 껍질을 벗자마자 부드러운 상태로 바로 냉동시키는 게 소프트셸 크랩”이라고 들려줬다. 탈피 작업을 확인하던 한 직원이 한 검은색 케이스를 열어 보여줬다. 마치 두 마리의 머드크랩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방금 탈피를 끝낸 게와 나머지는 속이 비어 있는 껍질이었다. 머드크랩은 탈피 후 두 시간이 지나면 껍질이 다시 딱딱해지기 때문에 이곳의 직원들은 한 시간마다 탈피 과정을 확인하는 게 가장 중요한 업무다. 임금이 낮은 미얀마에서 가능한 노동집약적 사업이다. 이 양식장에만 300여 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김도훈 부경대 해양수산경영학과 교수는 “탈피 직후의 부드러운 게를 생산하는 양식업은 2002년 태국의 기술을 전수받은 뒤 미얀마 곳곳에 양식장이 세워지면서 유망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변 상무는 “소프트셸 크랩의 수출 가격은 1㎏당 평균 11달러로 라부타 시장의 도매가(1㎏당 약 3.5달러)보다 세 배 이상 높다”며 “특히 고급 식자재로 대부분 미국·호주·일본·홍콩 등지로 수출된다”고 덧붙였다.


이 양식장의 한 달 평균 수출량은 30~40t 규모다. 특히 중국 명절이나 크리스마스 같은 연휴 기간엔 수출량이 70t까지 늘어난다. 한국에서도 태국요리가 인기를 끌면서 한 달 평균 40t가량을 수입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태국 음식 전문점 생어거스틴을 운영하는 늘솜 F&B가 있다. 태국 음식을 찾는 고객이 늘면서 전국에 40여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가 바로 뿌팟퐁커리다. 카레가루를 섞어 볶은 게 요리로 커리의 깊은 향과 소프트셸 크랩이 바삭하게 씹히는 맛이 더해진 풍부한 식감을 느낄 수 있다. 심지용 늘솜 F&B 대표는 소프트셸 크랩 등 신선한 식자재를 해외에서 공수하기 위해 식자재 유통업체를 세웠다. 현재 엔유씨푸드와 장기계약을 맺고 소프트셸 크랩의 절반가량은 미얀마에서 수입하고 있다.
 
양곤·라부타(미얀마)=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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