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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사드 대응한 경제·문화적 수단 사용 적절치 않다”

[중앙SUNDAY가 만난 사람] 자칭궈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장·政協 상무위원
[중앙포토]

[중앙포토]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 조치가 확대되고 있다. 한류 등 문화산업과 관광 분야에 이어 롯데그룹의 중국 내 사업장에 대한 영업중지 등 경제적 보복으로까지 파급된 것은 물론 정부·민간 차원의 각종 교류 중단, 외교적 홀대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조치들도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중국을 대표하는 정치학자가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자칭궈(賈慶國·사진)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장이 그 주인공이다.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상무위원이기도 한 그는 이달 중순 폐막한 양회(兩會·정협과 전인대를 합쳐 이르는 용어) 기간 중 중국 당과 정부에 “사드 배치에 대한 대응책으로 경제·문화적 수단을 사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공식 건의했다.


중앙SUNDAY는 지난 14일 자 원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사드 문제와 그로 인해 꽉 막힌 한·중 관계에 대한 견해와 해법을 들었다. 자 원장은 “사드 문제는 전쟁을 불사할 정도의 핵심 이익에는 미치지 못한다”며 한국이 레이더 탐측 거리에 대해 중국이 안심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면 문제 해결이 가능할 것이란 견해를 밝혔다. “결연히 사드 배치에 반대한다”며 철회를 요구하는 중국 정부의 공식 입장에선 나타나지 않는 솔직한 의견이었다. 
지난 8일 인천공항의 중국 국적기 항공사 출국장. 중국 정부의 한국관광 제한으로 출국장이 텅텅 비어 있다. [뉴시스]

지난 8일 인천공항의 중국 국적기 항공사 출국장. 중국 정부의 한국관광 제한으로 출국장이 텅텅 비어 있다. [뉴시스]


 
최근 폐막한 정협에서 한국의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대응 조치와 관련한 건의를 낸 사실이 한국에서도 화제가 되었다. 구체적인 내용과 이유를 설명해 달라.
“나의 건의는 중국 정부가 대외 관계를 다룰 때 경솔하게 경제제재 수단을 써서는 안 된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당연히 사드와 관련된 내용도 포함됐다. 경제제재는 외교 수단의 일종이긴 하지만 그 효과에는 한계가 있다. (제재를 받는 쪽뿐 아니라 제재를 가한 쪽도 피해를 보는) 부정적 영향도 수반한다. 때문에 늘 사용할 수도 없고 경솔하게 사용할 수도 없는 게 경제제재다. 그래도 사용해야 한다면 매우 엄격한 조건 아래에서만 사용해야 한다.”
 
특별히 엄격한 조건이란.
“첫째, 국가의 핵심 이익, 즉 나라의 생사 존망이 걸린 일인 경우다. 둘째는 핵심 이익과 관련된 국제법, 가령 대량살상무기(WMD) 금지 조약이나 해상 통행 안전에 관한 조약 등이 커다란 도전을 받을 때다. 셋째, 대규모 인종 학살이나 종족분리 정책 등 엄중한 인도주의적 문제가 발생한 경우다. 이때 많은 나라가 공동으로 특정 국가를 향해 제재를 진행한다.”
 
한국의 사드 배치는 중국의 국가 핵심 이익에 해당되나.
“내 생각에 사드 문제는 중국 안보에 엄중한 도전인 건 틀림없다. 하지만 모든 수단을 사용해 반대하거나 심지어 전쟁이란 수단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핵심 이익은 일단 침해당하면 전쟁을 포함해 모든 수단으로 보호해야 하는 국가 이익이다. 내 생각에 사드 배치는 그 정도는 아니다. 과거에 다른 나라가 중국을 감청하거나 정찰한 선례도 있는데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자 교수는 “사드 배치가 중국의 핵심 이익과 관련이 있지만 영토 문제나 국가 통합 문제에 비하면 직접적으로 핵심 이익에 큰 영향을 조성하지는 않는다”며 “엄중한 문제이긴 하지만 전쟁을 불사할 정도는 아니다”는 견해를 밝혔다. 따라서 경제제재를 발동시킬 세 가지 조건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경제 수단을 통한 사드 대응은 적절하지 않다는 논리로 이어진다.
 
그렇다면 사드 문제에 대해 중국이 어떻게 대응하는 게 합당하다고 보나.
“양국 관계를 다룰 때는 문제의 성격에 따라 구체적으로 처리해야 한다. 군사 문제는 군사 수단으로, 경제 문제는 경제 수단으로, 정치 문제는 정치 수단으로 대응하는 게 맞다. 서로 다른 수단을 연계시키면 문제가 복잡해지고 처리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중국은 군사적으로 필요한 조치를 취해 사드로 인한 안보 위협을 감소시켜야 할 것이다. 첫째, 배치를 재조정하는 것이다. 중국의 전략 전문가들에 따르면 사드는 북한만 겨냥하는 게 아니라 중국을 겨냥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중국의 미사일 배치를 조정하고, 만일 정말로 필요하다면 사드 기지를 공격 목표로 삼을 수 있다. 둘째, 기술적으로 사드의 레이더 신호를 교란할 수 있다. 중국 내부를 감청하거나 탐측(探測)하지 못하게 만들어 중국의 2차 핵타격 능력(핵 공격을 받았을 때에 핵을 사용한 반격 능력)을 보호하는 것이다. 군사적으로나 이론적으로 봤을 때에도 이런 조치는 마땅히 취해야 한다. 정치적 노력도 해야 한다. 중국은 당연히 미국·한국과의 소통을 통해 사드 배치에 항의하고 반대해야 한다. 이뿐만 아니라 사드 배치의 근원인 북핵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북핵 문제에 관련된 국가들과 협력해 북한에 더 큰 압력을 가할 수 있다. 북한을 설복시킬 수 있는 합리적인 방법을 찾아내 핵 계획을 포기하도록 해야 한다. 만일 북한이 핵무기가 없다면 미국이 한국에 사드를 배치할 이유가 없다. 한국 역시 미국의 한국 내 사드 배치를 허락할 필요도 없다.”
 
중국 당 중앙과 정부가 당신의 건의를 받아들일까.
“그건 알 수 없다. 하지만 나의 관점은 일리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에 건의한 것이다.”
 
중국 정부는 사드 배치에 반대한다는 입장으로 일관하고 있다. 정말로 궁금한 건 사드 배치를 철회하는 것 말고는 중국이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지 여부다.
“있지 않겠나. 가령 저기능 레이더를 사용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기술적으로 검토를 해 봐야겠지만. 한국 정부는 사드 체계에 포함된 레이더의 탐측 범위는 600~800㎞여서 중국에 영향이 크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중국의 기술 전문가들은 사드의 탐측 범위가 2000㎞라고 말한다. 도대체 누구 말이 맞나. 그렇다면 한·미는 중국이 이 레이더의 탐측 범위가 600㎞란 사실을 믿을 수 있게 해야 한다. 그게 사실이라면 큰 문제가 안 될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을 믿게 만들 방법이 없다면 사드 배치를 연기하거나 철회해야 한다.”
 
한국과 미국이 그런 문제를 설명하고 대화하자는 제의를 했는데 중국 정부가 거절한 것으로 알고 있다.
“신뢰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더 고위층에서 다시 제안할 필요가 있다. 그러고 나서 해결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이론적으로 봤을 때 사드 레이더의 탐측 범위가 600㎞라 해도 중국이 이를 검증할 조치가 없다면 언제라도 2000㎞로 변경할 수 있지 않나. 물론 한국 관리가 나에게 그런 변경이 쉽지 않다고 말하더라. 탐측 거리를 바꾸려면 공장에 가져가야 하는데, 그 경우 중국이 감지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게 확실한지 아직 알 수 없다. 문제는 중국을 안심시킬 해법을 찾는 것이다. 사드 미사일이 중국의 안전에 엄중한 위협이 아니라고 믿게 만드는 방법이 가장 중요하다.”
 
올해는 한·중 수교 25주년인데 양국 관계가 경색 국면을 맞고 있어 유감이다. 이 같은 경색이 언제까지 계속 이어질까.
“일정 기간 이런 상황이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한국이 방법을 찾아야 한다. 문제의 원인은 한국이 내린 결정 때문 아닌가. 중국이 내린 결정이 아니다. 거듭 말하지만 중국이 안심할 수 있게 만들 방법을 찾아야 한다. 레이더 탐측 범위가 600㎞란 점을 중국 기술자들과 중국 정부에 어떻게 인식시킬 것인지, 또 2000㎞로 바꾸지 않을 것이란 점을 어떻게 보증할 것인지에 대해 말이다. 중국 전문가들은 (한·미가) 소프트웨어만 조정하면 탐측 거리 변경이 가능하다고 본다. 이런 견해 차이를 어떻게 해소하고 중국 정부를 어떻게 믿게 만들 것인가. 중국 정부가 해결할 일이 아니라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가 해결해야 할 문제다.”
 
다음달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미국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만난다. 이번 회담에서 두 정상이 사드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보는 전망이 많다. 해결 방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나.
“내 개인 생각이지만 만일 미국이 먼저 문제를 제기하지 않으면 중국 역시 문제를 거론하지 않을 것이다.”
 
이유는.
“(미국이 철회한다는 등의 방안을 먼저 제시하지 않을 경우) 당장의 해결 방안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 관점에서 보자면 미국은 사드 미사일을 배치할 나름의 이유가 있다. 북한은 핵무기뿐 아니라 중장거리 탄도미사일까지 개발했다. 이 두 개를 합쳐 미국에 도달하게 할 수 있다. 북한이 미국에 대한 현실적 위협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중국은 사드가 중국의 안보이익을 위협한다는 입장에서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다. 때문에 내 생각에 양측은 모두 이 문제를 회피할 수 있다. 이는 내 생각이다. 물론 트럼프가 (사드 배치 여부 자체가 아니라) 사드 문제로 중·한 관계에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고 말할 가능성은 있다.”
 
자 원장의 답변은 미국은 사드를 배치할 이유가 있기 때문에 쉽게 철회하지 않을 것이란 얘기로 들렸다. 중국은 반대한다는 말 이외에 달리 내놓을 입장이 없는 상황이어서 이번 회담에선 차라리 회피하는 게 더 현실적이란 의미다. 결국 한·미가 중국의 안전 우려를 해소시킬 수 있는, 믿을 수 있는 방안을 내놓아야 이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는 시발점이 마련된다는 게 자 원장의 결론이었다.
 
 
만난 사람=예영준 베이징 총국장
정리=신경진 베이징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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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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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