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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보다 먼저 피는 캠퍼스 ‘과잠’ … 소속감 그 이상

대학 같은 과 학생들 단체 잠바 바람
지금 대학 캠퍼스는 ‘과잠’의 계절이다. 봄꽃 이야기가 아니다. 여기저기 울긋불긋 각양각색 과잠들의 향연이 벌어지고 있다. 과잠은 같은 학과 학생들끼리 단체로 맞춰 입은 잠바를 일컫는다. 학과 단체 티셔츠를 ‘과티’로 압축해 부르는 것처럼 학과 잠바의 약칭은 과잠이다. 학과가 나눠지기 전의 학부생 잠바는 ‘학잠’이고 동아리 잠바는 ‘동잠’이다. 4만원대의 합리적인 가격에다 활용도가 뛰어나다고 학생들은 입을 모은다.
 
과잠은 대학에서 기념품으로 판매하거나 일괄 구매해 신입생들에게 나눠주는 학교 잠바, 즉 학잠보다는 세분화됐다. 과잠을 통해 강한 소속감과 일체감이 부여된다고 학생들은 강조한다. 과잠은 주로 봄·가을용 겉옷이다 보니 요즘 같은 초봄에 대학가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다. 특정 대학 학과의 과잠이 고교 시절 꼭 입어보고 싶었던 선망의 대상이었던 대학 1학년 새내기들의 경우 과잠을 자주 입고 다닌다고 한다.
 
대학·학과·학번 새긴 잠바
새내기 “과잠 입으면 성취감 남달라”
동아리 회원, 친구끼리 맞춰 입기도
 
단체복 업체들 과잠 특수
2~4월 석달 매출이 연 매출의 50%
주문물량 많아 일손 달려 외주제작 
 
3월 대학가에서 감수성 넘치는 학생들은 과잠을 일컬어 ‘봄꽃보다 먼저 핀 꽃’으로 비유한다. 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과잠이 위화감을 자극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개별 학과·대학에 대한 가치존중의 태도를 갖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성균관대 인문사회과학캠퍼스에서 학과잠바를 입은 학생들이 쉬는 시간에 담소를 나누고 있다.

성균관대 인문사회과학캠퍼스에서 학과잠바를 입은 학생들이 쉬는 시간에 담소를 나누고 있다.

지난 23일 오전 서울 대학로 인근 성균관대 인문사회과학캠퍼스. 정문에서 600주년 기념관 방향으로 오르는 길에서 대학·학과명 등의 정보가 담긴 옷을 입은 학생들이 여러명 눈에 띄었다. 이게 바로 과잠이다. 성균관대학교라는 대학명은 영어 ‘SUNGKYUNKWAN UNIV.’ 또는 한자 ‘成均館大學校’로 표기됐다. 글자가 제법 커 성대생임을 한눈에 알아볼 정도다. 학과명은 대학명 밑에 상대적으로 작은 글씨로 박음질돼 있지만 주로 검은색 옷 위에 노란색 또는 흰색 실을 사용해 눈에 잘 띄었다. 왼쪽 가슴에는 대학의 영문 이니셜이, 소매에는 대학 상징물 또는 학번이 새겨진다.
 
성대 사학과에 재학 중인 윤호성(20)씨는 과잠을 즐겨 입는 이유로 활동성을 꼽았다. 시험 기간이 되면 대부분의 재학생이 과잠 차림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성대 새내기 황지원(19·여)씨에게 과잠은 고교 시절 선망의 대상이었을 정도로 특별하다. 그는 “성대는 꼭 진학하고 싶은 대학이었다”며 “앞으로의 대학생활에서 과잠이 줄 소속감과 성취감이 남다를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2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신촌캠퍼스 스팀슨관 앞에서 학과잠바 등을 입은 학생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학과잠바 뒷면에는 대학 영문명이, 소매에는 진리·자유 이념의 수호를 의미하는 대학 심벌이 박음질돼 있다. [사진 강정현 기자]

지난 2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신촌캠퍼스 스팀슨관 앞에서 학과잠바 등을 입은 학생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학과잠바 뒷면에는 대학 영문명이, 소매에는 진리·자유 이념의 수호를 의미하는 대학 심벌이 박음질돼 있다. [사진 강정현 기자]

이날 오후 찾아간 연세대 신촌캠퍼스. 백양로(언더우드길)를 오가는 인파 사이에서 과잠을 입은 학생들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동기끼리 맞춘 검은색 야구점퍼를 걸친 학생도 있었다. 연세대 사학과에 재학 중인 성경준(21)씨는 “과잠이 아닌 친한 친구 4명이 맞춘 것”이라며 “소량 구매라 단가가 6만원대로 올랐지만 만족한다”고 말했다. 명지대에서는 홍보기자단 동아리 회원들이 잠바를 맞춰 입고 모여 회의를 가졌다. 결속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과잠은 학교와 학과를 드러내는 이름표를 달고 단체로 구매해 입다 보니 소속감을 갖게 된다”며 “과시욕구도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요즘 새학기를 맞아 과잠을 비롯해 학잠·동잠 등의 제작 수요가 늘어나면서 관련 의류업계는 대목이다. 서울 강남의 U단체복 제작업체는 2~4월 3개월간의 매출이 연간 매출의 50%를 차지한다. 업체는 밀려오는 주문 물량을 처리하기 위해 직원 수도 늘렸다고 한다.
 
서울 동대문의 한 단체복 제작 업체는 적기 납품 등을 위해 새로운 공장을 알아보는 중이다. 직영공장으로 일손이 모자라 외주제작에 손을 벌리고 있다. 새학기마다 벌어지는 일명 ‘과잠 특수’다.
 
과잠 디자인은 보통 야구점퍼가 대세다. 몸통과 소매가 다른 색으로 이뤄진다. 예컨대 자주색과 초록색처럼 보색대비 효과를 주거나 무채색 계열로 명도를 높인 디자인이 많다.
 
명지대 홍보기자단 동아리 회원들이 야외 테이블에 앉아 취재 계획 등과 관련한 회의를 하고 있다.

명지대 홍보기자단 동아리 회원들이 야외 테이블에 앉아 취재 계획 등과 관련한 회의를 하고 있다.

 
소매는 인조가죽이다. U단체복 업체 관계자는 “천연가죽으로 할 경우 과잠 판매가(4만원대)가 3배 이상 비싸진다”고 말했다. 요새는 야구점퍼 대신 허리부분 밴드와 인조가죽 소매 등이 없는 코치스타일이나 항공점퍼 스타일의 과잠도 인기다.
 
대학가에서 취직이 잘 안 돼 졸업을 유예하는 바람에 입학한 지 4년이 훌쩍 넘은 고학번을 ‘화석학번’이라 부른다. 이런 사회상을 반영하듯 최근 과잠 소매에 학번을 표시하지 않는 디자인도 등장하고 있다.
 
과잠이 언제부터 국내 대학에서 유행했는지 유래는 정확하지 않다. 다만 대학가에서는 1990년대 후반 사회체육학과를 중심으로 학생들이 편하게 즐겨 입던 야구점퍼 형태의 과잠이 점차 일반 학과로도 퍼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해외에서는 야구점퍼가 1865년 미국 하버드대 야구팀에서 처음 등장했다는 것이 패션업계의 정설이다. 니트에서 1930년 이후 점퍼 형태로 바뀌었다. 당시 하버드대 이니셜인 ‘H’를 새겼는데 현재 과잠 왼쪽 가슴에 대학 이니셜을 박음질하는 것과 유사하다.
 
활동 편한 야구잠바 스타일
152년 전 미국 하버드대서 첫 등장
국내선 1990년대 체육과 중심 확산
 
 
학벌차별·위화감 조성 논란
경기도내 학생 “과잠 입기 조금 창피해”
교수 “집단의식속에 상대 비하 경계를” 
 
과잠이 지방으로까지 확산하면서 학력 차별의 해소 시도로 평가하는 시각도 있다. 반대로 학벌 차별을 조장한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서울 지하철 2호선 노선상에는 유명 대학이 대거 몰려 있다. 지하철 2호선을 타고 등하교하는 서울대·연세대·이대생들이 과잠을 입고 다니는 모습이 자주 목격된다. 이화여대 2학년 학생은 “(과잠을 입는 데는) 과시욕구도 없잖아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웬만한 대학의 과잠을 입고서는 서울에서 지하철 탈 용기가 안 난다”는 말도 나온다. 실제로 익명을 요구한 경기도 내 4년제 대학 재학생(21)은 “서울 영등포에서 통학하는데 과잠을 입기가 좀 창피하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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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윤 문화사회연구소장은 “과잠 입기가 학벌 차별을 부추기는 행위인지는 불분명하다”며 “거꾸로 학벌 차별 때문에 과잠이 문제적 현상이 된 것이라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집단의식 속에서 상대집단을 비하하고 차별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가치존중의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조선시대 성균관 유생의 교복인 청금복 재현모습. [사진 성균관대 유생문화기획단(청랑)]

조선시대 성균관 유생의 교복인 청금복 재현모습. [사진 성균관대 유생문화기획단(청랑)]

[S BOX] 조선시대 성균관 유생들 ‘청금복’이 첫 교복
한민족 역사상 법으로 정한 최초의 교복은 조선시대 성균관 유생들이 입었던 청금복(靑衿服·사진)이다. 과거 고구려·백제·신라 삼국시대 때 인재 교육기관에서 제복을 입히기는 했지만 법으로 따로 정하지는 않았다.

태종 11년 처음으로 청금복이 성균관 유생들의 복장으로 제정된 후 성종 8년 당시 기본법전인 경국대전(經國大典)에서 성균관 유생의 의복을 청금복으로 규정했다.

청금복의 유래는 중국 고서인 시경(詩經)에 전해진다. ‘청청자금 유유아심(靑靑子衿 悠悠我心·푸르고 푸른 임의 옷깃, 기나긴 것은 이내 마음이로다)에서 차용했다. 유생들의 청금복은 맑고 푸른색을 띠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청금복은 다양한 의미를 품고 있는데 우선 의례성을 든다. 예를 중시함으로써 모든 종류의 의식과 삶의 행동 등을 바르게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성균관 유생들의 학생복은 과거 국상 등 특별한 날을 제외하곤 청금에 유건으로 변함 없었다.

둘째는 청빈성이다. 유생들은 검약과 절제를 미덕으로, 청렴과 청빈을 우선 가치로 삼았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청금복은 지위 상징성을 갖는다. 민신홍 전 성균관대 유생문화기획단장은 “청금을 입는다는 것은 즉 유생이라는 지위에 걸맞은, 바람직한 언행을 해야 한다는 무언의 표식”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수원·오산=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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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중앙일보 입사 이래 북한 문제와 양자 외교 관계를 비롯한 외교안보 현안을 오래 다뤘다. 편집국 외교안보부장ㆍ국제부장과 논설위원ㆍ도쿄총국장을 거쳤고 하버드대 국제문제연구소(WCFIA) 펠로우를 지냈다. 부소장 겸 논설위원으로 외교안보 이슈를 추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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