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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의식 되찾은 식물인간의 ‘육체 감옥’ 탈출기

엄마는 내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틴 피스토리우스
메건 로이드 데이비스 지음
이유진 옮김, 푸른숲
368쪽, 1만5000원
 
열두 살에 희귀병으로 코마 상태에 빠진 ‘유령소년(책의 원제이기도 하다)’ 마틴은 4년 뒤 기적적으로 의식을 되찾지만, 아무도 그런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움직일 수 없는 몸이란 감옥에 갇힌 그는 고약한 사람들에게 ‘냄비 속의 닭’ 취급을 받고, 무심한 사람들에게조차 ‘화분에 심어진 화초’에 불과하다. 9년이라는 시간을 그렇게 보내면서 때론 악의적인 간병인의 성적 노리개가 되기도 하고, 병수발에 지칠 대로 지쳐 자살 시도까지 했던 엄마한테서 “네가 죽었으면 좋겠어”라는 절규를 듣기까지 한다.
 
번갈아 나타나는 절망과 공포, 외로움, 수치심, 무력감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마틴을 구한 인물은 사려 깊은 요양사였다. 그는 마틴을 마사지하며 끊임없이 자신의 일상 얘기를 들려주다 그의 의식이 돌아온 걸 확신하고 부모에게 검사를 권한다. 이후 부모의 헌신적인 재활 노력이 이어져 마틴은 전동휠체어를 타고 움직이고 컴퓨터 음성으로 대화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된다. 대학을 졸업하고 웹디자이너로 활동하며 유명 대중강연가가 되고 사랑하는 배우자도 만난다.
 
하지만 이 책은 기적의 감동보다는 자존감의 힘으로 육체의 무력에서 벗어나는 탈출기다. 그리고 주변의 동정 아닌 인정, 그리고 연민 아닌 사랑이 그 일을 하는데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소설가 백영옥이 너무도 적절하게 표현한 것처럼 “상처가 꽃이 되는 순서에 관한 이야기”인 것이다. 독자로 하여금 그동안 얼마나 사소한 이유로 주위 사람들을 미워하고 배척하며 삶을 낭비하고 있었는지 돌아보게 하는 것은 또 하나의 덤이다.
 
이훈범 논설위원 cielble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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