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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16등이 지방 가니 전교 10등 … 학생부시대 ‘강남 엑소더스’

경남 지역의 한 일반고 3학년인 김모(18)양은 고1 때 서울 강남에서 전학을 왔다. 어머니 이모(49)씨가 딸의 전학을 결심한 건 내신성적 때문이었다. 김양은 강남의 한 여고에 입학한 뒤 치른 첫 중간고사 결과 반에서 16등을 했다. 내신으로 환산하면 4.5등급이다. 이씨는 “내신 경쟁이 치열한 강남에 이대로 남아 있다가는 상위권 학생들의 들러리만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경쟁이 덜한 지방 학교로 전학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자신과 딸은 친정이 있는 곳으로 이사를 왔고, 남편은 직장 때문에 서울에 남았다. 다행히 결과는 좋았다. 김양은 전학 직후 치른 1학기 기말고사에서 전교 10등을 기록했다. 이후 줄곧 내신 1.5등급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씨는 “강남에 계속 있었으면 ‘인(in) 서울’도 쉽지 않았을 텐데 이젠 조금만 더 하면 서울대의 지역균형 선발에도 지원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입시에서 학생부 전형의 비중이 갈수록 커지면서 핵심 요소인 내신 성적을 잘 받기 위해 강남을 떠나는 ‘강남 엑소더스’ 현상이 심심찮게 목격되고 있다. 주로 강남 대치동에서 초·중학교를 다닌 뒤 고등학교 입학을 전후해 성적 경쟁이 덜 치열한 서울 강북 지역이나 지방의 일반고로 전학하는 방식이다. 2014학년도 대입에서 전체 모집 인원 중 43%였던 학생부 교과전형과 학생부 종합전형의 비중은 올 하반기 치러지는 2018학년도 입시에서는 63.6%로 크게 올랐다. 학생부 교과전형은 내신만을, 학생부 종합전형은 내신에 동아리·봉사활동 등 비교과 영역을 함께 반영한다.
 
이 때문에 강남 학부모들로 구성된 인터넷 커뮤니티 ‘디스쿨’엔 “대치동을 떠나는 게 대입에 유리한 것 같다” “강남을 벗어나 다른 지역으로 전학하겠다”는 글들이 자주 올라온다. 커뮤니티 대표인 김현정씨는 “서울 소재 상위권 대학에서 학생부 전형을 크게 늘리면서 이런 생각을 가진 학부모가 증가하고 있다”며 “학생부 전형에선 내신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우수학생이 몰리는 강남 일반고나 자사고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강남지역 자사고나 일반고의 시험 과목 중에는 한 문제만 틀려도 내신이 3등급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또 학교 시험에선 3~4등급을 받지만 수능 모의고사에서는 1등급이 나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만큼 학교 내 경쟁이 치열하다는 의미다.
 
박모(41·서울 대치동)씨가 지난해 3월 강남의 한 자사고에 입학한 아들을 석 달 뒤 강북지역 일반고로 전학시킨 것도 내신 부담 때문이었다. 박씨는 “중간고사에서 내신 평균 3.8등급이 나왔는데 이대로는 수시에서 갈 대학이 마땅치 않을 것 같았다”며 “전학 뒤에 내신이 1.5~2등급으로 올랐고 아이가 자신감을 되찾았다”고 말했다.
 
서울대·고려대 등 최상위권 대학들이 학교장 추천 방식의 전형을 늘리는 것도 ‘탈(脫)강남’의 한 이유다. 서울대 지역균형선발의 경우 고교별로 2명 이내 인원을 추천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한 학교에서 문·이과 1등만 추천받을 기회가 있다. 중3 아들을 둔 김모(39·송파구)씨가 시댁이 있는 경남 지역의 고교에 아들을 보내려고 결심한 것도 이 때문이다. 김씨는 “반에서 2~3등 하는 우리 아들이 강남 지역 고교에 가면 성적이 떨어질 것 같다”며 “서울에서 어느 정도 선행학습도 끝낸 상황이라 지방으로 보내 확실한 1등이 되는 게 낫다”고 말했다.
 
대선주자들 수시 축소 공약도 변수
 
 
하지만 전문가들은 학부모들의 섣부른 기대감을 경계한다. 입시컨설턴트인 오기연 대오교육 대표는 “부모 욕심에 억지로 학교를 옮길 경우 달라진 학교 환경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할 수도 있다”며 “먼저 학생 본인의 생각, 전학할 학교의 분위기를 제대로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진상 대입컨설턴트도 “내신성적을 올리기 위한 전략적인 전학은 오히려 대학들의 입학사정관 눈에 부정적으로 비칠 수도 있다”며 “전학에 대해 입학사정관을 납득시킬 수 있는 충분한 명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현재 주요 대선주자들이 수시비중 축소 등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기 때문에 새 정부가 들어선 뒤 대입 정책이 크게 바뀔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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