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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욱의 모스다] ④ "어렵지 않아요!" 모터스포츠 직접 즐겨보기 (하)

앞서 모터스포츠 다이어리에선 3회에 걸쳐 모터스포츠와 카레이싱에 대한 오해를 풀고, 서킷을 찾아가기까지의 방법에 대해 살펴봤다.
 
[모터스포츠 다이어리] ① '카레이싱'하면 '폭주'를 떠올리는 당신에게
[모터스포츠 다이어리] ② '양보따위 없는 무법천지?' 규칙과 매너가 넘치는 곳, 서킷
[모터스포츠 다이어리] ③ "어렵지 않아요!" 모터스포츠 직접 즐겨보기 (상)
 
이제 본격적인 '다이어리'의 시작이다. 스포츠 주행의 즐거움을 처음 느꼈던 순간과 그로 인해 카레이싱 경기에 출전하게 된 이야기, 그리고 '직장인 카레이서'로서 2년의 시즌 동안 겪은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낱낱이 공개해보고자 한다.
 
"시작이 반이다."
시작이 반이라고들 한다. 무슨 일이든 그 처음이 어렵다는 소리다.
도심과는 동떨어진 서킷에서 라이선스를 취득하는 것은 정말 '큰 일'이다. 취득 과정 자체는 어렵지 않다. 하지만 이를 결심하고 실행에 옮기기까진 많은 어려움이 있다. 
 
전라남도 영암군도 강원도 인제군도 낯설긴 마찬가지. 초행길인 것을 감안하면 넉넉잡아 동틀 무렵엔 출발해야할 것 같다. 평일 동안의 격무로 지친 몸은 토요일 새벽, 도통 말을 듣지 않는다. 어렵게 눈을 떠보지만 '10분만 더'의 유혹에 빠지기 십상이다. 그런데 거짓말처럼 서킷에 도착하는 순간 정신이 또렷해진다. 인제군의 맑고 시원한 공기 덕분일까, 영암군의 바다내음 덕분일까.
 
"모터스포츠가 취미"라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이같은 오해를 하고는 한다.

"모터스포츠가 취미"라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이같은 오해를 하고는 한다.

한 독자는 이런 질문을 던졌다. '스폰서가 있겠지', '헛바람(겉멋) 들었네', '기본 비용이 얼마인데 그러냐' 등등. 모터스포츠를 즐기는 이들이 겪는 오해와 편견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이러한 무지에 따른 오해를 풀어보자는 것이 모터스포츠 다이어리를 시작한 계기인 만큼, 이제 현실적인 이야기다.
 
"시작은 시작이다."
그런데, 그 '반'을 마치고 나니 '시작은 그저 시작에 불과한 것인가' 싶을 때도 있다.
휴일 아침 일찍 눈을 뜨는 일은 여전히 어렵다. '10분만 더'에 이어 '다음주에 가지 뭐'라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한 번 다녀왔으니 익숙하다는 생각과 함께 귀갓길의 피곤함도 다시 떠오른다. 처음에는 아무 것도 모르고 다녀왔으나 다시 가려니 타이어도 신경 쓰이고, 브레이크 패드나 엔진오일 등 각종 소모품·케미컬 류의 수명도 신경 쓰인다. 차에 관심이 없는 지인들은 "왜 사서 고생이냐"며 놀리듯 말한다.
 
서울 기준(서울특별시청 기점), 인제 스피디움까지 오가는 길은 왕복 320km가 넘는다. 영암 코리아인터내셔널서킷은 왕복 730km에 달한다. 
충청권의 경우(대전광역시청 기점) 인제 왕복 540km, 영암 왕복 500km고, 부산 기준(부산광역시청 기점) 인제 왕복 900km, 영암 왕복 600km다. 실로 어마어마한 거리다. 주변에 혹시나 모터스포츠를 취미로 하는 사람이 있거든, 이들의 의지와 열정 만큼은 꼭 인정해주면 좋겠다.
 
날씨가 더워지면 고생은 배가된다. 창문을 모두 닫고, 에어컨도 켜지 않은 채로 엔진회전수를 높여가며 달리다보면 실내온도는 섭씨 45도를 넘어서기 일쑤다. 헬멧과 글로브, 긴팔 상의와 긴바지가 의무다보니 한번 차를 타고 나오면 온 몸이 땀에 젖는다.
비가 내리면 좀 덜 더울까 싶지만 그렇지 않다. 숨을 내쉴 때마다 안경엔 습기가 차고, 젖은 노면에 좌우로 춤 추는 차를 통제하다보면 더위의 땀과는 또 다른 서늘한 땀이 등줄기에서 흐른다. 
 
1세션(20~30분) 주행에 보통 5만원이 소요된다. 유류비의 경우 차량의 유종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안전장구도 제품에 따라 가격대가 다양하다. 허나 경기에 출전하는 것만 아니라면 십만원 안팎의 오토바이 헬멧을 착용하든 기백만원의 카본 FIA(국제자동차연맹) 인증 헬멧을 착용하든 개인의 자유다. 서킷에서 임대해주는 헬멧을 썼다고 해서 느린 것도 아니고, 2016 시즌 F1 챔피언인 니코 로즈버그가 사용하는 헬멧을 썼다고 해서 빠른 것도 아니다. 이처럼 소요 경비의 경우 차량과 오너의 선택에 따라 천차만별이겠지만, 모든 것을 최소화한다고 했을 경우 '음주가 포함된 저녁약속'을 1~2회 정도 참으면 가능하다.
 
장거리 운전 끝에 서킷에 도착하면 기진맥진할 만도 하다. 그런데 막상 도착하면 거짓말처럼 정신은 또 또렷해진다. 처음엔 공기 때문일거라 생각했을지라도 그것 만이 다가 아닌듯 하다. 
신나는 주행 이후엔 성찰의 시간이 필요하다. 기다릴 때 기다릴 줄 알아야 빨라질 수 있다.

신나는 주행 이후엔 성찰의 시간이 필요하다. 기다릴 때 기다릴 줄 알아야 빨라질 수 있다.

총 중량이 1톤을 넘어 2톤에 가까운 한 덩어리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자신과 자신의 차의 한계를 알아가는 것은 큰 깨달음을 준다. 단순히 관성과 하중이동, 횡가속도 등 물리학적 깨달음이 아닌 인문학적 관점에서의 깨달음까지 말이다.
 
'빠름'을 추구하는 모터스포츠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기록 경신에 나서기 위해선 '기다림'이 필수다. 하중이 실리고 차가 돌아나가 비로서 가속을 할 수 있는 시점까지, 억겁 같이 느껴지는 시간동안 차분히 기다려야 한다. 
 
'빠름'을 추구하는 모터스포츠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기록 경신에 나서기 위해선 '기다림'이 필수다. 하중이 실리고 차가 돌아나가 비로서 가속을 할 수 있는 시점까지, 억겁 같이 느껴지는 시간동안 차분히 기다려야 한다. 무조건 액셀레이터만 밟는 것이 다가 아닌 것이다. 물론, 그 억겁은 실제로는 1~2초 안팎이다. 그런데 그 1~2초 사이 자신의 판단과 행동은 결국 모이고 모여 랩타임이라는 결과로 냉정하게 드러난다.
 
모터스포츠는 다른 스포츠나 취미활동과 마찬가지로 본업에 충실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기도 한다. 한 주 또는 한 달, 일상에서의 스트레스를 말끔히 날려줄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사람들은 이 레이스를 두고 부자들의 스포츠라고 떠들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레이스는 내게 있어 일에 충실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추진제 같은 역할을 한다" 
 
"월요일 아침이면 다들 일터로 나가야 한다." 해외에서 모터스포츠를 즐기는 한 나이 지긋한 어른이 어느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사람들은 이 레이스를 두고 부자들의 스포츠라고 떠들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레이스는 내게 있어 일에 충실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추진제 같은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사진 Cars 10월호]

[사진 Cars 10월호]

 
사람에 따라 처한 상황은 모두 다르고, 서킷에 가져오는 자동차도 모두 다르다. 3기통 1000cc 경차를 타고 달린다고 해서 눈총 받지 않는 곳이 서킷이다. 반대로 제 아무리 16기통 8000cc 스포츠카를 타고 달린다 하더라도 규칙과 매너 없이 달리면 여지없이 페널티가 부여되는 곳 또한 서킷이다.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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