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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기쉬운 중국경제] “부자는 못됐는데 먼저 늙어버렸다”

1992년 한국은 중국과 수교했다. ‘자유중국’으로 불렀던 대만과는 단교했다. 대륙 시대가 열렸다. 당시 중국 경제의 화두는 『안행(雁行)』이었다. ‘기러기 행진’이다. 우두머리 기러기가 앞장 서면 그 뒤를 2마리, 4마리, 8마리…. 이렇게 끊임없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삼각 편대를 이뤄 비행하는 모습이다.    
1990년대 초, 당시 중국 경제의 화두는'안행(雁行)'이었다. [사진 셔터스톡]

1990년대 초, 당시 중국 경제의 화두는'안행(雁行)'이었다. [사진 셔터스톡]

선두 기러기는 동부의 연해 경제권이었다. 정부의 행정력과 국가의 역량을 먼저 연해 경제권 발전에 집중시켰다. 서부 경제권은 반발했다. “연안 경제권이 먼저 발전해야, 벌어들인 재화와 노하우를 서부 개발에 투자할 수 있다”는 논리에 눌렸다. 당시 구호가 “먼저 부자가 되자(先富起來)!”였다. 선부론(先富論)이다. 덩샤오핑(鄧小平) 시대를 상징하는 구호다.  
등소평이 1991년 2월 상하이를 방문, 한 산업건설 현장을 둘러보면서 관계자로부터 공사진척 상황을 듣고 있다. [사진 중앙포토]

등소평이 1991년 2월 상하이를 방문, 한 산업건설 현장을 둘러보면서 관계자로부터 공사진척 상황을 듣고 있다. [사진 중앙포토]

25년이 지났다. 구호가 야유로 바뀌었다. ‘선로(先老)’다. 무슨 뜻일까. ‘먼저 늙어버렸다’는 말이다. 앞에 두 글자가 붙었다. 미부(未富)다. 두 단어를 연결하면 ‘미부선로(未富先老)’다. “부자는 못됐는데 먼저 늙어버렸다”는 탄식이다. ‘미부선로’는 중국 경제의 병증을 상징하는 신조어가 됐다.
 
3월1일 중국 관영 CCTV의 『신문관찰』은 “아이를 적게 낳아도 반드시 빨리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少生孩子不一定能快致富)”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방영했다. 방송은 장쑤(江蘇)성 루둥(如東)현 사례를 조명했다. 한 자녀 낳기 운동을 지킨, 이른바 ‘광영(光榮) 가족’ 얘기다. 20여 세의 대학생 1명, 50대 부부, 외조부, 친조부모, 증조부모 등 가족 8명 가운데 젊은이는 딱 한 명이다.  
 
‘광영 가족’은 미래가 안 보이는 ‘암울 가족’이 됐다. 정부의 주장대로 정말 아이를 적게 낳으면 그만큼 빨리 부자가 될 수 있는 걸까? CCTV는 팩트체킹에 들어갔다. 분석 결과 이익은 교육비 절약이 전부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 노동인구 감소로 소득은 급격히 줄어들었다.  
한 자녀 낳기 운동 이후 노동인구가 급감했다. [사진 차이나랩]

한 자녀 낳기 운동 이후 노동인구가 급감했다. [사진 차이나랩]

폐해를 보자.
우선 공업 황폐화다. 50년대부터 30년간 중국 농촌은 엄청난 숫자의 아이를 생산했다. 세계 최대의 농업인구가 탄생했다. 인구는 도시로, 산업으로 흘러 들었다. 중국은 세계의 제조공장이 됐다. 그러나 한 자녀 낳기 운동이 시작되자 사정이 달라졌다. 중국은 너무 빨리, 그리고 너무 깊이 저출산 시대로 빠져들었다. 어린이와 젊은이 비율이 급격이 줄어들고 노인은 신속하게 늘었다. 2010년 중국인구조사에 따르면 중국의 출산율은 1.18이다. 한 세대마다 45%의 인구가 줄어든다는 의미다.  
중국의 개혁·개방은 인구의 65%를 차지하는 농민의 생산의욕을 한껏 고취시켰다. 덩샤오핑의 고향 마을에서 추수기를 맞아 일손을 거드는 소녀의 함박웃음속에 풍요로움이 가득하다. [사진 중앙포토]

중국의 개혁·개방은 인구의 65%를 차지하는 농민의 생산의욕을 한껏 고취시켰다. 덩샤오핑의 고향 마을에서 추수기를 맞아 일손을 거드는 소녀의 함박웃음속에 풍요로움이 가득하다. [사진 중앙포토]

『세계인구통계연감』에 따르면 2010년 지구촌의 1인당 평균 출산율은 2.5명. 선진국은 1.7명, 개도국은 2.7명, 최빈국은 4.5명 순이다. 중국보다 뒤쳐진 국가를 제외한 평균을 내면 3.1명이다. 중국은 이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1963년 중국의 신생아 인구는 2900만, 1990년에는 2800만. 별 차이는 없다. 그러나 1999년에는 1300만으로 급감했다. 성비 불균형도 심화됐다(당연히 남아가 많았다). 지난해는 1500만으로 다소 회복됐으나 2024년에는 800만 수준으로 주저앉을 것으로 예상된다.
 
2028년 중국은 은퇴인구가 2600만, 새롭게 노동인구로 진입하는 인구는 1500만이다. 1100만의 노동력이 줄어든다. 그 이후로도 연 평균 1000만 명 정도의 노동력 감소가 예상된다. 세계의 공장에서 공업 폐허로 변하는 셈이다.  
 
또 다른 폐해는 노쇠와 가난이다. 노령인구비율과 부양율을 살펴보면 2000년의 경우 7%와 10:1이었으나 2025년의 경우는 14%와 5:1로 변한다. 2035년에는 21%와 2:1까지 악화된다. 개도국인 중국이 이런 상황에서 선진국을 쫓아갈 수 있을까? 불가능한 노릇이다. 아이를 적게 나면 미래의 1인당 평균 GDP만 떨어지는 게 아니다. 
 
미래의 재화도 사라진다. 2010년 인구조사에 따르면 2025년 25~29세 젊은이는 2015년에 비해 무려 41%나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8년부터는 매년 천만 명 단위로 감소한다. 이렇게 되면 주택, 부동산, 자동차, 가전, 철강, 시멘트 등 산업 전반이 붕괴적 상황을 맞게 될 것이다. 주식시장도 동반 붕괴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인구붕괴 국가에서는 노인뿐 아니라 젊은이도 괴롭다. 예를 들어 보자. ‘4-2-1 형’ 가정이 있다고 하자. 친조부모와 외조부모(4), 부모(2), 그리고 자식(1)으로 이뤄진 구조다. 이런 가정 둘이 합쳐 아들 한 명 낳고, 이 아들이 결혼해 아이를 낳는다면 이 남자는 12명의 노인에다 자기 아내와 자식까지 합쳐 무려 14명을 부양해야 한다. 재앙적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둘째 아이를 낳을 수 있을까? 결국 미래의 아이들은 지금보다 더욱 고독하고, 더욱 암울한 상황에서 살게 될 것이다.  
시진핑 정부가 내건 슬로건 [사진 차이나랩]

시진핑 정부가 내건 슬로건 [사진 차이나랩]

중국의 꿈(中國夢). 시진핑(習近平) 정부가 내건 슬로건이다. 진정 꿈을 이루려면 아이부터 낳는 정책과 환경에 우선적으로 돈을 투자해야 한다. 그래야 ‘미부선로(未富先老)’의 악순환을 끊어낼 단서라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글=진세근 서경대학교 교수
정리=차이나랩 임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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