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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앞 촛불과 태극기가 만났다···기자가 제안한 '길거리 토론'

둘로 나뉜 광장은 21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 재연됐다. 서울중앙지검 정문과 서문 쪽에 각각 촛불 집회와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이 모였다. 이른 아침부터 두 집회 장소에선 "구속하라", "탄핵무효" 같은 정반대의 구호가 울려퍼졌다. 한때 법원삼거리에선 두 집회 참가자 50여 명이 뒤섞이면서 고성과 욕설이 오갔고 몸싸움으로 번질 뻔했다. 경찰 제지로 큰 충돌은 피했지만, 몇달간 대립하며 깊어진 감정의 골은 극단으로 치달았다.

'태극기' 김씨
"朴 때리기 그만…페어플레이 할 때
누가 차기 대통령 되든 나라 안 망해"

'촛불' 천씨
"태극기도 고생…다 같은 국민이다
이 갈등 이용 정치인, 野라도 배제"


 서로를 이해하고 싶은 마음은 털끝 만큼도 없었을까. 집회를 취재하던 본지 기자가 즉석 ‘길거리 토론’을 제안해 봤다. 서울중앙지검 앞까지 나올 정도의 '열성파'라면 쉽지 않은 일이라 생각하면서도 서로를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을 것 같았다. 


 탄핵무효 집회 참가자 김기현(63)씨와 구속수사 촉구 집회 참가자 천창룡(52)씨가 뜻밖에 제안에 응했다. 대화를 위해서는 양쪽의 거센 구호소리를 피해야 했다. 중앙지검 서문 앞에 있던 김씨와 동쪽 중앙지검 정문 앞에 있던 천씨는 ‘중간 지대’의 한 카페에서 마주 앉았다. 집회 속에 섞여 있을 때는 거칠어 보였지만, 마주 앉은 그들은 반가운 표정으로 악수를 나누는 평범한 ‘아재’의 모습이었다. 각 집단을 대표하는 이들은 아니었지만 촛불과 태극기, 태극기와 촛불의 난상토론이 벌어졌다.
 
 
21일 서초동 중앙지검 주변에서 탄핵무효 집회 참가자 김기현(63)씨와 구속수사 촉구 집회 참가자 천창룡(52)씨가 '스트리트 토론'에 참여했다. 두 사람은 두 집회 장소 중간 쯤에 있는 카페에서 악수를 한 뒤 토론을 시작했다.

21일 서초동 중앙지검 주변에서 탄핵무효 집회 참가자 김기현(63)씨와 구속수사 촉구 집회 참가자 천창룡(52)씨가 '스트리트 토론'에 참여했다. 두 사람은 두 집회 장소 중간 쯤에 있는 카페에서 악수를 한 뒤 토론을 시작했다.

집회엔 얼마나 자주 참여했나. 양쪽 집회에 대한 생각은?
천(촛불) =“박 전 대통령 파면을 위해 촛불집회 처음부터 끝까지 참여했다. 사람마다 각자 생각이 다르니 ‘친박집회’에 나올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쪽 집회 참석자 대부분이 왜곡된 정보를 진실처럼 생각하는 것 같아서 안타까웠다. 돈 받고 집회에 나온다거나, 조직적인 관제데모라는 언론보도도 있지 않았나. 그런 사람 진짜 없는건가?” 

김(태극기)=“돈 받고 나오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그런 사람이 다수라는 건 절대 사실이 아니다. 촛불집회는 뉴스 영상 등으로 봤다. 자기 주장이 있는 사람들인 것 같았다. 다만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있다. 박 전 대통령의 약간의 잘못을 가지고 지나치게 밟으려고 한다.”
 
 
탄핵소추 결의부터 헌법재판소 선고까지 지켜보며 어떤 생각들었나.
김(태극기)=“그래도 한 나라의 대통령인데 안타까운 부분이 있다. 국가적으로도 그렇다. 잘잘못을 떠나 지금까지의 과정을 보면 국회의원, 특히 과거 여당이었던 이들이 탄핵 소추에 참여하면서 지금까지 달려왔다. 이 지경이 된 것은 바른정당 쪽 탓이다. 야당은 야당으로서 일을 한 것이니까. 또 처음부터 박근혜 대통령 구속을 향해서 달려온 것 같다. 탄핵 소추, 헌재 결정 모두 그렇다.”

천(촛불)=“나는 경남 거제가 고향이다. 전통적인 ‘1번’ 지역이다. 깃발만 꽂으면 된다. 그러다보니 부패가 많다. 그게 날 사회운동으로 이끌었다.”

김(태극기)=“호남이 아니라 경남 사람인가. 거제도는 조선소 다니는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너무 심한 행동도 많이 하는 곳 아닌가.”


천(촛불)=“민주노총에 대해 반감이 있는 것도 알지만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탄핵은 당연한 결과다. 헌법재판소 8명 다 이념 성향이 다르지 않나. 그럼에도 대한민국의 법과 정의가 살아있다면 8대 0의 결과가 나올거라고 생각했다. 법과 원칙에 따른 판결이었다.”
 
 
구속수사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김(태극기)=“구속될 것 같지만 나는 절대 구속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너무 사람들이 대통령 때리기에 매달리는 것 아닌가 싶다.”

천(촛불)=“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 문제의 몸통이기 때문에 구속해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태극기)=“이 사건은 분명 최순실 게이트다. 박 전 대통령에게 지나친 책임 지우는 건 문제다. 헌재 결정도 문제가 있다. 법리검토는 7~8명이라도 할수 있지만, 최종판결은 9명이 해야한다. 구속도 마찬가지다. 최순실의 잘못, 대통령이 인지하지 못한 부분까지 다 뒤집어 씌우려고 한다.”
김씨는 "30대 아들 둘이 있지만 나랑 (생각이) 반대라 이야기를 잘 안하려고 한다. 무조건 반대라고 단정하지 말고 서로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천씨 역시 "태극기집회 어르신들도 우리 이웃, 지인이다. 요즘 소통이 너무 안돼 가슴이 아프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김씨는 "30대 아들 둘이 있지만 나랑 (생각이) 반대라 이야기를 잘 안하려고 한다. 무조건 반대라고 단정하지 말고 서로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천씨 역시 "태극기집회 어르신들도 우리 이웃, 지인이다. 요즘 소통이 너무 안돼 가슴이 아프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바람직한 방향은 뭘까.
김(태극기)=“대한민국이 너무 분열돼 있다. 앞으로는 박근혜 때리기 그만하고, 대선 가서 정정당당하게 경쟁해야 한다. 누가 후보로 나올지 모르겠지만 상대 후보 인정하자. 문재인이 당선된다고 나라 말아먹겠나. 상대 후보가 되어도 나라 안 망할 수 있다. 공정한 경쟁, 페어플레이 했으면 좋겠다.

천(촛불)=“중심을 잡고, 여야와 진보ㆍ보수를 떠나 큰 틀에서 대한민국이 잘 되는 걸 바란다. 잘못을 했기 때문에 80~90% 국민들이 탄핵 바란 것 아닌가. 깨끗하게 인정하고 승복할 건 해야한다. 태극기집회 보면서도 안타까움 많이 든다. 다 같은 국민 아닌가. 특히 태극기집회는 어르신들이 더 많지 않나. 이해는 못해도 추운데 고생하시는 건 안다. 이 갈등을 이용하는 정치인이 보수ㆍ진보할 것 없이 분명히 있다. 그래서 나도 야권이라고 무조건 좋아하고 지지하진 않는다.


김(태극기)=“그쪽은 누구를 지지하나? 문재인 대세론이 있지만, 또 주변에서 안희정이 낫다는 의견도 있던데.”


천(촛불)=“나는 안희정도 괜찮지만, 개인적으로는 이재명을 지지한다”


김(태극기)=“내가 분당에 산다. 이재명 시장에 대해 많이 들어서 잘 안다. 아무튼 누가 당선되든 선거라는 것이 국민이 많이 찍으면 원치 않는 결과 나와도 인정해야 한다. 이미 대립이 너무 심하다. 지금 태극기집회에서도 일부 사람들이 ‘대선 때 전자개표기를 조작해서 문재인이 대통령 되게 할수도 있다’ 이런 얘기 하는데, 너무 지나치다. 공정한 룰에서 경쟁하고, 어느 정도 서로 믿을 줄도 알아야 한다.”
 

천(촛불)=“박 전 대통령이 나와서 진심으로 사죄해 분열된 국민의 마음을 달래야한다. 구속되고, 벌 받을 건 다 받고 새롭게 시작했으면 좋겠다. 진보와 보수, 촛불과 태극기 모두 하나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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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
김(태극기)=“30대 아들 둘이 있다. 나랑 완전 반대라 소통이 잘 안된다. 아예 이야기를 잘 안하려고 한다. 무조건 반대라고 단정하지 말고 서로 좀 노력했으면 좋겠다.  우리랑 얘기하기 싫은 건 알겠지만 얘기를 시작해야 대화가 이어지지 않을까. 상처 입어서 태극기집회 나온 사람들도 좀 생각해줬으면 한다.”

천(촛불)=“태극기집회 어르신들도 우리 이웃, 지인이다. 그분들이 갖고 있는 박정희에 대한 향수도 이해한다. 순수함과 왜곡이 공존하는 것 같다. 요즘 소통이 너무 안돼 가슴이 아프다. 길거리 지날 때 이유 없이 촛불, 태극기란 이유만으로 적대시하고 무턱대고 비난하는 게 문제다. 지금 이 분과 얘기하면서 저쪽도 합리적인 분들이 있다는 걸 새로 알았다.” 
 
 
두 사람은 토론이 끝난 뒤 "촛불(태극기) 집회 참가자와도 이렇게 합리적으로 의견을 나누고 대화할 수 있을지 몰랐다"고 입을 모았다. 자리를 떠나기 전 서로 연락처를 주고 받으며 "다시 만나자"는 약속도 했다. 

두 사람은 토론이 끝난 뒤 "촛불(태극기) 집회 참가자와도 이렇게 합리적으로 의견을 나누고 대화할 수 있을지 몰랐다"고 입을 모았다. 자리를 떠나기 전 서로 연락처를 주고 받으며 "다시 만나자"는 약속도 했다.

토론이 끝나고 두 사람은 15분 정도 더 남아서 대화를 나눴다. 김씨는 “광화문 광장에 커피 얻어마시러 가겠다”며 천씨에게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천씨는 “언제든지 오시면 된다. 커피든 술이든 한잔 했으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두 사람은 서로 연락처를 주고 받은 뒤 “언젠가 다시 만나자”며 카페를 나섰다.
 
윤정민ㆍ여성국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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