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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억 들여 완공하고 개소식도 못해 … ‘대구창조경제단지’를 어찌 하오리까

대구 북구 침산동 한 아파트에 살고 있는 직장인 김준호(33)씨는 휴일이면 집 근처에 새로 생긴 ‘삼성크리에이티브캠퍼스’를 즐겨 찾는다. 15년 이상 방치돼 있던 옛 제일모직터를 개발해 최근 완공된 곳이다. ‘삼성창조경제단지’란 이름으로 지어졌다가 ‘삼성크리에이티브캠퍼스’로 간판을 바꿨다. 9만199㎡의 널찍한 공간에 벤처기업과 카페·공방·식당 등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육성 단지로 만들어졌지만 도심 속 공원, 대학 캠퍼스처럼 만들어져 주민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김씨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던 땅이 주민을 위한 휴식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나 지역 주민 입장에선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대구 북구 위치 벤처기업 육성단지
정치 파동에 오픈 행사 무기한 연기
탄핵 전날 ‘창조경제’ 이름도 버려
입주 기업들 “사업 정상 추진돼야”

하지만 삼성크리에이티브캠퍼스는 겉보기와 달리 곤란한 상황에 처해 있다. 2년여에 걸친 공사를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개소식조차 열지 못하고 있다. 당초 4월 11일쯤 개소식을 열기로 했지만 삼성 측이 최근 대구시에 개소식 무기한 연기를 통보하면서다. 삼성이 9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자금을 투자했고 입주율도 85% 이상이지만 별다른 행사도 없이 운영이 시작돼 버린 상황이다.
삼성이 900억원을 들여 대구시 북구 옛 제일모직터에 조성한 삼성크리에이티브캠퍼스. 삼성그룹 모태인 삼성상회 건물(점선 안)이 보인다. [프리랜서 공정식]

삼성이 900억원을 들여 대구시 북구 옛 제일모직터에 조성한 삼성크리에이티브캠퍼스. 삼성그룹 모태인 삼성상회 건물(점선 안)이 보인다. [프리랜서 공정식]

 
대구시 동구 신천동에서 지난해 12월 삼성크리에이티브캠퍼스로 확장·이전한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도 사실상 백지화됐다. 2015년 2월 공사를 시작할 때 삼성창조경제단지를 대구의 새로운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거창한 구호를 내세웠던 것과 대조적이다.
 
삼성이 개소식 무기한 연기를 대구시에 통보할 때 특별한 이유를 설명하진 않았다. 주변에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따른 조기 대선 등을 이유로 본다. 대구시 관계자는 “삼성크리에이티브캠퍼스 공사를 시작할 때와 비교하면 지금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다”면서 “총수 일가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다 최순실 국정농단, 대통령 탄핵 등 시국도 좋지 않으니 행사를 열기 부담스러운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삼성 측이 삼성창조경제단지 이름을 바꾼 것도 박근혜 정권 아래에서 처한 곤란한 상황을 반영한다. 삼성 측은 헌법재판소의 박 전 대통령 탄핵 결정 하루 전인 지난 9일 단지 명칭 변경을 기존 ‘삼성창조경제단지’에서 ‘삼성크리에이티브캠퍼스’로 바꾸겠다고 대구시에 통보했다. 캠퍼스 내 ‘창조경제존’도 ‘벤처창업존’으로 바꿨다. 삼성 측은 “글로벌 시대에 걸맞고 창의·혁신·도전 등의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해 명칭을 변경한 것일 뿐 최근의 정치권 움직임과는 무관하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캠퍼스에 입주한 벤처기업들은 외부 환경 변화와 상관 없이 삼성크리에이티브캠퍼스가 스타트업 육성 단지로서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전태원 전략지원실장은 “개소식이 연기되거나 단지 이름이 바뀌는 것은 크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예정대로 국·시비를 지원받아 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입주·교육공간도 예전보다 훨씬 넓어져 벤처기업 육성 사업이 보다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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