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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2035] 그럼에도 생각만이 살 길이다

홍상지사회2부 기자

홍상지사회2부 기자

운이 좋다고 표현해야 할까. 지난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선고 당일, 휴가차 제주도에 있었다. 제주도의 푸른 바다를 앞에 두고 스마트폰 따위는 열어보지 않으리라 다짐했건만 결국 이정미 전 재판관의 결정문 낭독 장면을 생중계로 시청했다. 탄핵이 결정되자 우리 팀 메신저에는 불이 났다. ‘70대 남성이 차벽 위로 올라갔습니다’ ‘차벽을 밀고 있습니다’ ‘위독하다고 합니다’…. 팀원들의 보고로 스마트폰이 계속 울려댔다. 마음이 불편했다. 제주도의 바다는 한없이 평화로워 더욱 그랬다.
 
깊은 피곤함을 느꼈다. 뭍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마음이 자유롭지 못했다. 나라 걱정, 복귀 걱정은 깊어만 갔다. 앞으로 한국 사회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이며, 나는 그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온갖 생각이 뒤엉켰다. 뒤엉킴의 결과 다소 이상한 종류의 분노가 기어 나왔다. ‘생각 좀 안 하고 살면 얼마나 편할까!’
 
“도대체 왜 난 생각을 하면서 살아야 할까. 바다를 벗 삼아 나랏일 따위 잊고 평화롭게 살 수 있는 방법도 있지 않을까?” 그날 밤 흑돼지 오겹살을 뒤집으며 친구에게 물었다. 친구는 피식 웃더니 한 지인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경제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안정적이지 않은 가정에서 태어난 지인은 그저 그런 학교를 나와 그저 그런 회사에 겨우 취직했다. 야근은 많은데 월급은 쥐꼬리인, 근로기준법 따위는 ‘개나 줘버린’ 그저 그런 회사를 다니며 회사 탓은커녕 나라 탓 한 번 한 적이 없었다.
 
그랬던 그가 얼마 전 정권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집회에 참석했다고 한다. 처음으로 ‘내가 그저 그런 삶을 사는 건 내가 그저 그런 사람이라서 그런 게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란다. 비정상적으로 굴러가는 나라의 책임 또한 컸다는 걸, 어쩌면 이런 세상을 바꿀 수도 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란다.
 
생각이 사라진 자리에는 사회를 좀먹는 온갖 괴물이 자라나고 있었다. 비선실세·직권남용·국정농단·부정부패 등 언론에 수없이 언급된 이른바 적폐(積弊) 말이다. 이런 것들과는 아무 연관이 없을 것 같은 일상에서 자신이 피해자라는 것도 모른 채 살아왔다는 건 그에게, 그리고 한 나라에 실로 비극이었다.
 
며칠 뒤 업무에 복귀했다. 많은 일이 있었다. 내 생각을 멈추고 싶게 만들었던 장본인인 박 전 대통령은 자택으로 돌아갔다.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돼 조사도 받았다. 정치권에서는 5월 ‘장미 대선’을 앞두고 드잡이에 가까운 설전이 치열해졌다. 그 사이 세월호 참사 3주기는 다가오고 있다. 이 현실 속에서 여러분이 발견한 괴물은 얼마나 되는가. 정신 똑바로 차리고 생각해야 할 것이 참 많은 요즘이다. 머리가 지끈지끈해져 와도 우리는 생각해야 한다. 생각만이 살길이다.
 
홍상지 사회2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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