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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산책] 불행의 비결

혜민 스님마음치유학교 교장

혜민 스님마음치유학교 교장

얼마 전, 펭귄 출판사의 초청으로 영국에 다녀왔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영문판이 출간돼 그에 따른 프로모션에 협조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런던에 도착해보니 책 홍보를 위한 BBC 라디오, 텔레비전 인터뷰, 강연 스케줄 등이 빽빽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새로운 경험인지라 흥미로웠지만 혹시나 생방송 중 실수하지 않을까 긴장도 됐다. 그런데 영국 사람들과의 인터뷰, 만남, 강연이 진행될수록 사람 마음은 국가를 초월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강연 중에 고민을 나누는 시간이 있었는데 우리나라 사람들과 비슷한 원인과 이유로 그들도 힘들어하고 있었다.
 

자기 생각 함몰, 너무 높은 목표, 타인 단점만 보는 게 불행 원인
열린 마음으로 자신에 익숙지 않은 것 받아들여 일상 행복 찾길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어떤 패턴을 발견할 수 있다. 마음을 불행한 패턴으로 반복해 쓰면서 정작 자신은 그렇게 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다. 그러면서 항상 그 원인을 외부 사람이나 본인이 처한 상황으로 돌리고, 자기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비관한다. 그래서 그들이 먼저 알아주었으면 하는 것이 있다. 자신이 어떤 방식으로 마음을 쓰면서 불행의 늪에 빠지는지 스스로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첫 번째로, 사람은 자기 생각에 빠져 있을수록 불행해진다. 자신이 불행하다고 느끼는 사람들 중에 과도하게 자의식이 강한 경우가 많다. 그러면서 항상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자기 스스로를 심하게 검열한다. 더불어 항상 자신의 외로움, 상처, 불행에 집중하면서 왜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이해해주지 못하고 위로해주지 않는지 서운해한다.
 
런던 강연 중 20대로 보이는 한 여성의 질문이 바로 이런 경우였다. 그녀 자신은 늘 최선을 다하는데 사람들은 자신의 노력을 몰라준다고 하면서 자신이 얼마나 힘든지를 오랫동안 이야기했다. 물론 상처를 받고 힘들어하는 사람에겐 따뜻한 돌봄과 위로가 꼭 필요하다. 하지만 끊임없이 자기중심적 생각에만 빠져있는 건 아닌지, 그런 생각의 패턴이 자신을 더 불행하게 하는 건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성도 있다.
[일러스트=김회룡]

[일러스트=김회룡]

 
두 번째로, 자신의 능력보다 목표를 너무 높게 설정한 후 그것을 빠른 시일 안에 성취하려고 하는 경우다. 30대 초반이라고 밝힌 영국인 남성이 강연 중에 말했다. 그는 무엇을 하고 싶은지는 잘 알고 있는데 자꾸 실패를 하니 우울하다고 했다. 그리고 하고 싶은 건 너무 많고 시간은 부족하다고 했다. 사실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된다는 것은 오랜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 그런데 열의가 넘치는 젊은 사람일수록 욕심이 앞서는 경우가 많다. 사람이 6개월 안에 성취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지만 10년 안에 성취할 수 있는 일은 많다. 친구나 동료의 빠른 성공과 자신을 비교하지 말고 장기 레이스를 뛴다는 생각으로 한 걸음씩 정성을 다해보길 권하고 싶다.
 
세 번째로, 타인의 장점은 쉽게 간과하고 그 사람의 단점만을 들추면서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번에는 40대 영국 여성이 남편이 화를 많이 내서 불행하다고 말했다. 그래서 혹시 남편이 화를 내는 것을 빼놓고 장점을 찾아볼 수는 없는지 물었다. 그녀는 한참 생각한 후 평소엔 마음이 따뜻하고 아이들에게 자상한 아빠라고 말했다. 나는 이어 말했다. 그의 따뜻한 마음과 화를 잘 내는 성격이 둘이 아닌 하나라고 말이다. 즉 무엇이든 장점과 단점이 있는데 우리는 장점은 취하고 단점은 버리고 싶어 한다. 하지만 이것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어디에 마음을 두는가에 따라 그것이 더 크게 보이는 법이다. 그의 장점을 발견해주고 독려하는 것이 도움이 되지, 단점만을 지적하는 것은 관계에 도움이 안 된다.
 
마지막으로 자기 고집이 강하면 강할수록, 고정관념이 많으면 많을수록 불행해진다. 영국 정치도 우리나라 정치만큼 지금 큰 과도기를 거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뉴스를 볼 때마다 마음이 불행해진다는 사람이 많다. 세상이 내 생각대로 따라주었으면 좋겠지만, 그 무엇이든 끊임없이 변화하게 설계되어 있는 삼라만상에서 그 기대를 채우기란 어렵다. 때론 자기 생각과 다르고 자신에게 익숙하지 않은 것이라 해도 때에 따라서는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변화하는 유연한 자세가 필요하다. 마음에 들지 않는 세상 탓만 하며 피해자로 전락하는 것보다는 변화하는 세상을 위해 작지만 자기의 책임과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행복에 더 큰 도움이 된다.


영국을 떠나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어떻게 해야 우리가 행복할 수 있을까? 자기 상황이 좋지 않다 하더라도 남을 도우려 노력하기, 자신이 성취할 수 있는 작고 구체적인 목표를 세워 단계별로 성공의 경험을 쌓기, 나 자신과 타인의 단점을 찾기보다 장점에 감사하기, 자신의 생각과 다른 이들을 만나도 그 사람이 잘못됐다고 단정 짓기보다 열린 마음을 갖기 등이 있는 것 같다. 봄을 맞아 오랫동안 연락이 없던 친구를 만나 같이 산책도 하고 맛있는 점심을 먹으며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놓치지 않으시길 기원한다.
 
혜민스님 마음치유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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