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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4대 강’ 반성하는 공무원, 한 명도 없나

강찬수환경전문기자·논설위원

강찬수환경전문기자·논설위원

‘댐-보-저수지 연계 운영방안 연구용역 결과를 보내 드렸습니다’.
 
20일 아침 환경부로부터 휴대전화 문자가 왔다. ‘이날 오후부터 기사화하면 된다’는 안내도 있었다. 환경부·국토교통부·농림축산식품부가 함께 배포한 자료였다.
 
4대 강 녹조를 막기 위해 ‘보 수위를 낮춰 물을 흘려보내겠다’는 내용이었다. ‘보를 쌓으면 수자원이 풍부해져 수질도 좋아진다’던 4대 강 사업의 취지에서 후퇴한 것이다.
 
이런 중요한 내용이건만 정부는 자료를 내놓으면서 언론 대상 브리핑을 하지 않았다. 환경부 담당 과장은 기자들 전화가 빗발치는 시간에 국회에 가 있었다. “기사가 나오기 전 국회에 설명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국토부 담당자도 기자들의 문의가 쏟아지자 마지못해 기자실에 와 질문에 응했다.
 
이렇게 중요한 뉴스를 자료로만 낸 연유를 환경부에 물었다. 정경윤 환경부 물환경정책과장은 “브리핑 없이 자료만 내기로 3개 부처가 합의했다”고 답했다. ‘왜 브리핑하지 않느냐’는 질문엔 “대책 발표가 아니라 연구용역 결과 발표이기 때문”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지난해 8월 경남 창녕 본포수변생태공원 앞 낙동강에 물감을 풀어 놓은 듯 녹조가 생겼다. [중앙포토]

지난해 8월 경남 창녕 본포수변생태공원 앞 낙동강에 물감을 풀어 놓은 듯 녹조가 생겼다. [중앙포토]

하지만 기자들 사이에선 “4대 강 사업에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하는 것이라 브리핑을 일부러 피한 것”이란 비판이 나왔다.
 
2009년 이후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한 4대 강 사업엔 22조2000억원이 투입됐다. 초기부터 환경단체와 언론은 ‘보를 쌓으면 수질이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공무원들은 “물그릇을 키우면 수질도 개선된다” “하수처리장에 제거시설을 설치하면 녹조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큰소리쳤다.
 
하지만 2012년 보 완공 직후부터 녹조가 번졌다. 정부는 “가뭄 탓, 이상고온으로 인한 일시적 현상”이라고 강변했다. 정권이 바뀌고 2014년 총리실 ‘4대 강 조사평가위원회’에서 ‘보 수위를 낮춰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자 후속조치를 내놓기 위해 이번 연구를 의뢰했다. 말이 ‘연구용역 결과’이지 사실상 정부가 정책 실패를 인정한 것이다.
 
이런데도 ‘국민께 죄송하다’ ‘당시 판단을 잘못했다’고 반성하는 공무원은 정부에 한 명도 보이지 않는다.
 
조금이라도 생색나는 발표는 언론을 불러 방송사 카메라 앞에 서서 설명하며 자랑하는 모습과 대조적이다. 구렁이 담 넘어가듯 정책을 바꾸려고 하니 ‘잘못했다. 대책을 제대로 세우겠다. 각계 의견을 귀담아듣겠다’고 나서지도 못한다.
 
지금처럼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슬그머니 미봉책을 내놓는 방식으로 4대 강 녹조 논란이 과연 수그러들지 알 수 없다. 자칫 4대 강 생태계는 더 망가지고 막대한 세금만 계속 들어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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