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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블랙리스트, 정유라 부정입학 … 꼼꼼히 정리된 특검 질문지

박근혜 전 대통령이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조사에 응했다면 어떤 질문들을 받았을까.
 

검찰서 참고한 ‘58쪽 질문지’
뇌물·문건유출 의혹 등 400개 항목
‘이때 안종범 수첩 제시 … ’ 지문도

중앙일보가 입수한 특검팀의 ‘대통령 대면조사용 질문지’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400여 개의 물음에 답해야 했다. 지난달 초 A4 용지 58페이지 분량으로 작성된 이 질문지는 검찰 특별수사본부에도 넘겨져 21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위한 자료로 활용됐다.
 
특검팀이 준비한 질문에는 삼성 뇌물 의혹에 대한 것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지난해 말 진행됐던 검찰 수사 때의 판단과 달리 삼성이 낸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금이나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에 대한 승마 지원을 뇌물 혐의로 봤기 때문에 이에 대한 박 전 대통령의 답변을 꼼꼼하게 들을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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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문건 유출과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했는지,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들에 대한 부당한 인사조치가 있었는지에 대한 질문이 뒤를 이었다. “헌법의 본질적 가치를 위배한 중대 범죄다”라고 결론내린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질문은 30개였다. 또 비선의료와 관련된 비위, 정씨의 이화여대 부정입학에 관여했다는 의혹에 관한 질문이 항목별로 정리돼 있었다. 특검팀 관계자는 “중요한 사건부터 질문을 구성했고, 사생활 관련성이 큰 비선의료 부분을 맨 뒤로 돌렸다”고 말했다.
 
질문 앞에 ‘이때 특별검사보는 진술인에게 안종범 수첩 해당 부분을 제시하고’ 등으로 연극 대본 지문과 같은 내용을 적어놓기도 했다. 모든 질문에서 박 전 대통령 호칭은 ‘진술인’으로 쓰여 있었다. 이에 대해 특검팀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은 특검팀과 대면조사를 조율하던 당시 피의자 신분이 아니었기 때문에 진술조서에 ‘진술인’으로 적으려 했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수사기간 종료 직전에 박 전 대통령에게 뇌물·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해 피의자로 입건했다.
 
질문지에는 청와대 ‘보안손님’이었던 김영재·박채윤 부부가 청와대에 17회 정도 출입한 사실을 이들의 실시간 이동 경로가 저장된 구글의 타임라인 분석을 통해 확인했다는 내용이 있었다. 특검팀은 이를 근거로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 관저에서 김영재 의원에게 비선진료를 받았다는 사실을 자백받았다.
 
대통령 주치의를 결정하는 과정에 순천향대학병원 이임순 교수나 최씨의 영향이 미쳤고, 이에 얽힌 각종 인사청탁이 있었음을 암시하는 대목도 들어 있었다. 특검팀은 이병석 전 주치의(2013년 5월∼2014년 8월)와 서창석 전 주치의(2014년 9월∼2016년 2월) 선정에 두 사람이 개입했는지를 박 전 대통령에게 물으려 했다. ‘진술인은 우병우 민정수석 또는 그 친인척이 최순실과 친분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나요. (있다면) 어떤 경위로 무슨을 내용을 알게 된 것인가요’라는 질문 문항도 이 특검팀 질문지에 포함돼 있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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