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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권 환불도 방값 분할납부도 안 돼요 … 학생 울리는 기숙사

서강대 총학생회가 민자기숙사의 식사 질 개선을 위해 제보를 받고 있는 페이스 북 ‘곤자가 세끼’에 올라온 아침식사. 이 한 끼에 3900원을 받는다.

서강대 총학생회가 민자기숙사의 식사 질 개선을 위해 제보를 받고 있는 페이스북 ‘곤자가 세끼’에 올라온 아침식사. 이 한 끼에 3900원을 받는다.

서강대의 민자기숙사 ‘곤자가’에 살고 있는 복학생 김모(24)씨는 지난달 초 기숙사 입주를 위해 현금으로 303만원을 납부했다. 5개월여 동안의 기숙사비(2인 1실·227만원)에 기숙사 식당의 식권값(194장·76만원)을 합친 금액이다. 기숙사비는 미리 한 학기 비용을 완납하지 않으면 입주 자체가 안 되기 때문이다.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카드 결제도, 분할 납부도 할 수 없었다. 김씨는 “한 달 단위로만 낼 수 있어도 아르바이트를 해 충당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수 없이 부모님 신세를 져야 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서울 12개 대학 조사해보니
11곳은 기숙사비 카드 결제 안돼
식권은 수백 장씩 묶어서 팔아
식권·방값 300만원 한번에 내기도
민자기숙사는 인근 원룸보다 비싸

식권도 마찬가지였다. 이 기숙사 식당은 입주기간 중 60% 이상에 해당하는 식권을 미리 구입해야만 이용이 가능하다. 그래서 울며 겨자 먹기로 200장 가까운 식권을 살 수밖에 없었다. 김씨는 “어떤 날은 밥과 김치, 계란말이 한두 조각에 국 하나가 전부일 때도 있지만 미리 낸 돈이 아까워 참고 먹는다”고 토로했다. 학기 말에 식권이 남아도 환불도 안 된다. 기숙사 운영업체 측은 “식당을 외주업체가 운영하는데 수익 악화를 우려해 그런 조건들을 내걸었다”고 밝혔다.
 
고려대의 민자기숙사인 ‘프런티어관’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이 학교 2학년 박모(20)씨 역시 석 달간의 기숙사비(2인 1실)와 식권 비용으로 현금 200여만원을 한꺼번에 냈다. 역시 카드 결제나 분할 납부는 불가능했다. 또 식권 묶음 구매도 120장 이상만 가능하다. 박씨는 “묶음으로 사면 장당 3700원으로 낱장으로 살 때보다 800원씩 절약할 수 있어 120장을 샀다”며 “하지만 밖에서 점심·저녁을 먹을 일이 많아 절반 정도밖에 못 쓸 것 같다”고 걱정했다.
 
중앙일보가 서울 소재 대학 12곳(건국대·경희대·고려대·서강대·서울대·성균관대·숭실대·연세대·이화여대·중앙대·한국외국어대·한양대)을 확인한 결과 기숙사비를 신용카드로 결제할 수 있는 곳은 건국대 한 곳뿐이었다. 교육부가 2년 전 학생 주거 부담 완화를 위해 전국 대학에 기숙사비의 카드 결제, 분할 납부를 도입하라고 권고했지만 대부분 대학이 따르지 않고 있는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부분 대학이 카드 수수료 부담을 이유를 든다”며 “실태조사를 하려 해도 응하지 않는 학교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고려대 측은 “카드 결제를 허용할 경우 수수료 부담이 생기는데 그러면 기숙사비를 더 올릴 수밖에 없다”며 “현금 분할 납부는 도입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기숙사 식권 판매 방식을 두고도 불만이 높다. 조사 결과 한국외대 글로벌캠퍼스는 최소 100장, 이화여대는 110장, 경희대는 120장을 사야 낱장에 비해 장당 최대 700원의 할인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낱장만 판매하는 서울대·숭실대를 제외하곤 남는 식권의 환불이 가능한 곳은 고려대·연세대뿐이다. 일정량 이상을 구매하지 않으면 식당 사용을 못하게 하거나, 할인 혜택을 앞세워 대량으로 구매하게 한 뒤 환불은 거부하는 전형적인 ‘갑질’인 셈이다. 경희대 3학년 임모(22)씨는 “묶음 판매 단위가 너무 커 남기기 쉬운데도 기숙사에서 퇴사하는 경우 외엔 환불이 안 된다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희대 측은 “기숙사 입사 전에 식권 구매 수를 파악하고 그에 맞춰 식재료를 준비한다”며 “식권을 환불해 주면 할인 가격으론 공급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재정 여유 있는데 민자기숙사 짓는 학교도
 
민간자본으로 지은 민자기숙사의 경우 비싼 방값도 문제로 지적된다. 같은 학교 내에 있는 직영기숙사에 비해 30~40% 이상 비싸다. 연세대·건국대·숭실대 민자기숙사의 1인실 한 달 비용은 각각 62만9000원, 58만5000원, 53만7000원 선으로 인근의 웬만한 원룸보다 비싸다. 이는 대부분 사립대학이 민자기숙사를 지을 때 민간사업자가 20~30년간 직접 운영하면서 기숙사비를 받아 투자비용을 회수토록 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재정이 어려운 대학에서는 이런 방식으로라도 기숙사를 확충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재정이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대학들마저 직접 투자를 꺼리고 민자기숙사를 택해 학생 부담을 키우고 있다. 연세대의 경우 대학 적립금이 지난해 6330억원에 달하지만 기존 민자기숙사인 SK국제학사 외에 올해 문을 연 법현학사·제중학사도 이 방식으로 지었다.
 
청년 주거 문제를 다루는 시민단체 민달팽이유니온의 임경지 위원장은 “기숙사 비용을 학생에게만 부담 지울 것이 아니라 대학도 적립금을 투자하는 등 부담을 함께 나누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현진 기자 Jeong.hyeon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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