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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미화원의 고독사 … 통장 속 7200만원 누구한테 가나

30년 넘게 구두미화원으로 일해온 김모(57)씨는 지난해 12월 30일 부산 동래구 낙민동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매일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 부산시청과 부산경찰청을 돌며 구두를 수거했다. 정성껏 닦은 구두 한 켤레당 500~1000원씩 받았다. 2평 남짓한 월세방에서 혼자 외로움을 달래며 소주를 마시며 먹은 안주가 식사의 전부였다.
 

가족·친척 없는 57세가 30년 모은 돈
은행에 방치돼 있다 국가로 귀속될 판
무연고 사망 한 해 1000명 넘었는데
재산 조회할 시스템조차 없어
월세 보증금 집주인이 챙기기도
“무연고자 복지 재원으로 활용해야”

그렇게 한 푼 두 푼 모은 돈이 7200만원으로 불어났을 때 김씨는 알코올중독으로 갑자기 사망했다. 집주인의 신고로 경찰이 김씨 방에 들어갔을 때 전기장판과 휴대전화 2대가 전부였다. 휴대전화 한 대는 고장 나 있었고 나머지 한 대에는 저장된 전화번호가 하나도 없었다고 한다. 김씨가 남긴 7200만원은 3개월째 B은행에 방치돼 있다. 고아로 자란 김씨에게는 가족도 친구도 없다.
 
김씨를 평소 ‘삼촌’이라 부르며 지내던 이모(53·여)씨가 재산을 상속받으려 시도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민법에 따르면 상속권은 가족이나 친지, 동거인 또는 이해관계자로 한정된다. 이마저도 없을 때는 부양간호를 했거나 특별한 연고가 인정돼야 한다. 특별연고자에는 피상속인을 장기간 돌봐온 양로원·병원 등 단체도 포함된다.
 
김씨처럼 특별연고자도 없을 경우 무연고자의 재산은 방치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김씨의 시신을 수습한 부산 동래구청 측은 “김씨가 남긴 재산이 얼마인지 모른다”고 했다. 구청 관계자는 “장사(葬事)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구청이 무연고자 시신을 처리하지만 남겨진 재산이 얼마인지 조회할 권한은 없다”고 말했다. 김씨의 시신을 최초 발견한 동래경찰서도 집주인의 진술을 통해 김씨 통장에 상당한 금액이 있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을 뿐이다.
 
이처럼 무연고자가 사망하면 재산을 조회하는 시스템이나 법적 체계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 민법상 가정법원에 상속재산인 선임신청을 해야만 사망자의 재산조회가 가능하다. 서울가정법원 관계자는 “상속재산인이나 성년후견인을 제외하고는 금융감독원에 재산조회를 요청할 수 없다”며 “재판장의 판단에 따라 무연고자 재산을 조회해 볼 수 있으나 의무사항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무연고자나 부재자가 남긴 재산은 은행에 장기간 방치돼 있다가 어영부영 국가로 귀속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덧붙였다.
 
현행법상 김씨가 남긴 7200만원은 5년이 지난 2022년에야 휴면예금관리재단(미소금융재단)으로 넘겨져 저소득층을 위한 복지자금으로 사용될 수 있다. 김씨의 월세 보증금 100만원은 집주인이 방 청소비라며 챙겼다고 한다.
 
해마다 무연고 사망자가 늘면서 법적 체계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무연고자 사망자는 2011년 693명에서 2015년 1245명으로 4년 만에 179% 늘었다. 국가로 귀속된 무연고자 재산이 얼마인지는 통계조차 없다. 무연고자 재산을 통계 항목으로 분류해 놓지 않아서다. 조종환 변호사는 “무연고자 사망신고가 접수되면 금융감독원에서 자동으로 재산조회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며 “귀속된 무연고자 재산은 무연고자의 복지를 위한 기금으로 활용하도록 명문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년 전부터 ‘무연(無緣)사회’라는 용어가 등장한 일본은 ‘지역재생정책’을 통해 무연고자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무연사회는 1인 가구의 증가와 경기 침체 등의 요인으로 인간관계가 약해진 사회를 뜻한다. 일본 정부는 무연고자가 고독사(孤獨死)하는 것을 막기 위해 공동체 부활에 초점을 맞췄다. 박병현 부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무연고자들이 기초생활수급이나 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지자체가 적극 발굴해야 한다”며 “무연고자들이 남긴 재산은 지자체가 찾아낸 다른 무연고자들을 위한 복지재원으로 활용해야 고독사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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