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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뮤지컬 뛰어넘은 스토리·흥행 … 리메이크의 마술

뮤지컬 ‘지킬앤하이드’가 한국에서 월드투어를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1일 대구를 시작으로 지방도시 7곳을 더 돈 뒤 지난 10일 상경했다. 국내 순회 공연을 마치면 해외 수출길에 오르는 여정이다. ‘지킬앤하이드’는 영국 소설을 미국에서 제작한 뮤지컬이다. 현재 서울에서 공연중인 작품에는 미국 브로드웨이 출신 배우만 출연해 영어로 노래한다. 이 뮤지컬을 한국 제작사가 해외에 내다 팔겠다고 나선 것이다.


‘지킬앤하이드’는 외국 뮤지컬일까, 한국 뮤지컬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한국 뮤지컬이다. 전 세계 어디에도 한국과 같은 ‘지킬앤하이드’는 없기 때문이다. 해외 원작을 수입하는 라이선스 뮤지컬도 계약조건에 따라 내용 일부를 수정할 수는 있다. 그러나 ‘지킬앤하이드’처럼 최근의 라이선스 뮤지컬 한국화 작업은 훨씬 과감하다. 박병성 ‘더 뮤지컬’ 편집장은 “창작 뮤지컬 시장이 미성숙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현상”이라며 “원작을 조립·가공해 재생산한 뮤지컬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 잘 키우면 다 내 자식 - ‘지킬앤하이드’의 세계화
브로드웨이 배우 영입, 무대도 키워
국내 순회공연 마치면 해외 수출길  
지킬앤하이드.

지킬앤하이드.

1997년 브로드웨이에 진출한 원작 뮤지컬 ‘지킬앤하이드’의 성적은 좋지 않았다. 2001년 브로드웨이에서 철수했다. 한국에서만 이른바 대박이 터졌다. 2004∼2015년 1106회 공연에 관객 114만 명을 돌파했다. 삽입곡 ‘지금 이 순간’은 TV CF에도 등장한다.
 
한국의 이상 열기는 원인이 분명하지 않다. 이야기 전개가 빨라졌다지만 내용은 크게 달라진 게 없어서이다. 음악이 한국 정서와 유난히 맞았고 ‘조 지킬(조승우)’ ‘홍 지킬(홍광호)’처럼 팬심이 열렬히 반응했다는 해석이 그나마 유력하다(한국의 지킬 박사가 전세계에서 가장 젊고 잘생겼다).
 
한국 프로덕션 오디컴퍼니는 아예 ‘지킬앤하이드’를 수출하기로 결심했다. 우선 브로드웨이 배우를 영입했다. 한국 배우로는 해외 진출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서였다. 무대 규모도 확 키웠다. 기본 골격을 이루는 2층 구조를 입체적으로 꾸몄고, 지킬 박사 연구실도 유리병 수백 개로 장식했다. 이로써 월드 투어가 개시됐다. 9개 도시 158회 공연의 국내 투어가 끝나면 중국부터 진출한다.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는 “브로드웨이 진출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의 성공이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그간 한국공연에서는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욕설 등 저급한 표현도 많았지만, 월드투어용은 저급한 표현을 자제했다. 5월 21일까지,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 닦고 조이고 기름치다 - ‘오! 캐롤’의 변신술
미국 원작과 90% 다르게 거의 창작
‘원 웨이 티켓’ 등 익숙한 노래 삽입  
오! 캐롤.

오! 캐롤.

연출가 한진섭에 의하면 ‘오! 캐롤’은 ‘거창한’ 작품이다. ‘거의 창작한’ 작품이란 뜻이다. 한국 제작사 쇼미디어도 한국 공연은 미국 공연과 90% 이상 다르다고 당당히 밝힌다.
 
원작은 객석 500석 이내 소극장 뮤지컬이었다. 이 소품이 한국에서 1000석 이상의 대극장 뮤지컬로 거듭났다. 그래서 제목부터 음악·무대·의상·안무까지 싹 바뀌었다. 닐 세다카의 음악이 흐르는 미국 뮤지컬의 제목은 ‘이별은 너무 힘들어(Breaking Up Is Hard To Do)’다. 미국에는 없던 배역 3개가 추가됐고, 앙상블(15명)도 한국에만 있다. 우리에겐 ‘날 보러와요’로 익숙한 ‘원 웨이 티켓’ 등 닐 세다카의 노래 5곡도 한국에서만 들을 수 있다. 음악적 모티브와 미국 마이애미의 리조트라는 공간적 배경, 그리고 세 쌍의 로맨스라는 얼개만 빌려 왔다.


대사는 수시로 바뀐다. 지난해 11월 국내 초연 때는 시국을 풍자하는 장면도 있었다. 에스더가 “얼마 뒤에 사람을 우주선에 태워 달에 보낸대요”라고 운을 떼면 허비가 이렇게 받아쳤다. “잘됐네요. 말썽 피우는 우리집 강아지 순실이를 태워보내고 싶네. 심심하니까 그네도 하나 달아주고.” 앙코르 공연에는 풍자를 줄인 대신 ‘아재개그’를 대거 포진했다. 남경주·최정원 두 베테랑 배우가 즉흥 만담을 선보이기도 한단다. 5월 7일까지, 디큐브아트센터.
 
# 내한공연 독해법 - ‘드림걸즈’의 유혹
오리지널 소울 재현 위해 흑인 발탁
독자적 라인업으로 원작에 도전장
드림걸즈.

드림걸즈.

‘오리지널 소울에 압도당하다! 뮤지컬 드림걸즈 최초 내한.’ ‘드림걸즈’ 포스터에 등장하는 홍보 문구다. 언뜻 오리지널 팀이 최초 내한하는 것처럼 읽힌다. 그러나 사실은 다르다. ‘드림걸즈’ 출연진은 한국 제작사가 오디션으로 뽑은 브로드웨이 배우다. 주연급 배우 중 1명만 브로드웨이에서 ‘드림걸즈’ 출연 경험이 있다.
 
25명 내한 배우 모두 흑인이다. 2009년 한국 초연 당시 차지연·홍지민·정선아 등 국내 정상급 배우들이 출연했지만 흑인 음악 특유의 소울이 부족했다고 생각해 흑인 배우만 선발했다. ‘최초 내한’이란 표현은 이번에 원작의 무대 디자이너도 동참해서이다. 과대포장 같기도 하다. 그러나 비난할 수만은 없다. 뮤지컬에서 오리지널은 엄격한 의미로 초연 멤버만 가리키기 때문이다. 브로드웨이 뮤지컬이 해외 투어 공연팀을 따로 꾸리는 현실에서 한국이 독자적인 라인업을 구성하는 것이 잘못된 일도 아니다. 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는 “라이선스 뮤지컬의 한국화 작업은 국내 시장의 외연을 확장하는 일”이라며 “대중을 현혹시키는 마케팅보다는 완성도 있는 현지화 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드림걸즈만 부르는 노래가 있다. 동명 영화에서 비욘세가 부른 ‘리슨(Listen)’이다. 원작 뮤지컬에는 없지만 노래가 워낙 떠서 넣었단다. 4월 4일∼6월 25일, 샤롯데씨어터.
 
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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