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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박해서 더 활달한 철화청자, 그 친근한 매력

호림박물관 ‘철, 검은 꽃으로 피어나다’ 
붓에 철분이 섞인 안료를 묻혀 그릇 표면에 그림을 쓱쓱, 힘차게 그렸다. 연꽃이든, 버드나무든, 물고기든 거침없이 붓을 놀렸다. 그리고 유약을 발라 구워냈다. 때론 도자기 몸통에 입힌 안료를 걷어내며 여러 무늬를 만들었다. 모양은 다소 투박해도 정겨움이 넘쳤다. 도자기는 검푸른, 검붉은 기운을 뿜어냈다. 용도도 다양했다. 꽃은 담는 화병이든, 물과 술을 따르는 주전자든, 나아가 풍악을 즐기는 장고든, 형태의 제약이 없었다.
 

도자기 표면에 철분 섞인 안료 채색
모범생 같은 비취 빛깔 청자와 달리
소탈·호방한 고려인 품성 빼닮아
화병·주전자·대야 등 생활밀착형
역대 최대 214점 … 절반은 처음 공개

철화청자 모란당초문 난주(欄柱). 정확한 용도는 모르지만 건물 난간으로 추정된다.

철화청자 모란당초문 난주(欄柱). 정확한 용도는 모르지만 건물 난간으로 추정된다.

고려시대 철화(鐵畵)청자다. 푸른 빛이 신비로운 비색(翡色)청자, 정교한 문양을 새긴 상감(象嵌)청자에 밀려 그간 존재가치가 덜 알려졌지만 이 청자는 고려시대 백성들의 일상과 함께했다. 남정네들은 먹물을 담은 연적으로 애용했고, 아녀자들은 화장용 기름을 넣는 유병으로 썼다. 여유 있는 집안은 얼굴을 씻는 세수대야로도 사용했다. 전남 강진, 전북 부안에 몰려있던 비색청자와 달리 가마터도 전남 해남, 경기 용인, 충북 음성, 부산 등 전국에 분포했다.
 
철화청자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특별전 ‘철, 검은 꽃으로 피어나다’가 21일 서울 강남구 호림박물관(관장 오윤선) 신사분관에서 개막했다. 오는 9월 말까지 계속되는 이번 전시의 주제는 한마디로 철화청자의 재발견이다. 고려청자 하면 반사적으로 튀어나오는 비색·상감청자에 비해 세련된 맛은 덜하지만 소탈하면서도 호방한 고려인의 품성을 엿볼 수 있다. 고려청자에 대한 일종의 시각교정이다.
 
고려 철화청자 가마터에서 빠짐없이 출토되는 장고 도자기. 궁중 연회나 불교 의례에서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사진 호림박물관]

고려 철화청자 가마터에서 빠짐없이 출토되는 장고 도자기. 궁중 연회나 불교 의례에서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사진 호림박물관]

전시장은 검푸른색 천지다. 박물관 2~4층에 철화청자 214점이 나왔다. 관련 전시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유진현 호림박물관 학예연구팀장은 “박물관이 소장한 철화청자의 90% 정도를 공개했다”며 “그중 절반 가량은 이번에 처음 내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철사(鐵砂)안료는 다른 안료에 비해 값이 싸고, 또 쉽게 구할 수 있어 고려 이후에도 백자·분청사기 등에 널리 쓰였다”며 “고려청자의 발생과 수용, 확산과정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왼쪽은 청자철채상감 매병. 줄기·덩굴·잎 등 식물 문양이 정교하다. 오른쪽은 조선불화 ‘시왕도’다.

왼쪽은 청자철채상감 매병. 줄기·덩굴·잎 등 식물 문양이 정교하다. 오른쪽은 조선불화 ‘시왕도’다.

윤용이 명지대 석좌교수는 철화청자의 자유분방함을 주목했다. “왕족·귀족의 전유물인 비색청자가 흐트러짐 없는 모범생이라면 귀족부터 서민까지 두루 쓴 철화청자는 규칙에서 자유로운 학생”이라고 비유했다. 그는 “철화청자는 10세기 말 상감청자 이전에 출현해 12~13세기 무신정권 시대에 성행했다”며 “형태·색감 등에서 현대미술 분위기마저 느낄 수 있을 것”아라고 했다. 이번 전시품도 12세기 것에 집중됐다.
 
전시는 4층부터 관람하는 게 좋다. 철화청자의 개성을 뽐내는 명품(4층)을 먼저 감상한 다음에 매병·화분·장고·대접·접시·합(盒·뚜껑이 있는 그릇) 등 용도·기능(3층)을 둘러보고, 마지막으로 국화·연꽃·당초문 등 다양한 문양을 상감청자(2층)와 비교할 수 있도록 꾸몄다. 유진현 팀장은 “국보·보물 같은 국가지정 문화재는 없지만 그간 접하지 못했던 고려청자의 색다른 매력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웹툰으로 보는 ‘시왕도(十王圖)’
호림박물관 측은 독특한 형식의 불화 전시도 마련했다. 박물관이 소장한 조선 후기 ‘시왕도’(1764년작)를 주호민 작가의 인기 웹툰 ‘신과 함께’와 견주어 감상할 수 있다. ‘시왕도’는 인간이 죽어 심판을 받는 모습을 그린 불화. 지하세계를 관장하는 지상보살과 사자(死者)가 생전에 지은 죄를 심판하는 왕 10명이 등장한다. 이승·저승 등 한국 전통신앙을 다룬 ‘신과 함께’ 이미지를 차용해 ‘시왕도’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전통과 현대를 만화 형식으로 연결한 아이디어가 새롭다. 입장료 성인 8000원, 초·중·고생 5000원. 티켓 하나로 두 전시를 볼 수 있다. 일요일 휴관. 02-541-3523~5.
박정호 문화전문기자 jhlogo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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