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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인사이트] 시진핑 뜻과 달리 중국 파워 게임이 사드 보복 부추겨

유상철 논설위원

유상철 논설위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한국에서 뭇매를 맞고 있다. 거칠고 졸렬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보복을 주도한다는 의심을 받기 때문이다. 과거 강력한 반부패 정책을 토대로 중국의 부상을 이끄는 카리스마 넘치는 지도자란 평판은 간 곳이 없다. 한데 최근 중국의 사드 대응과 관련해 시진핑의 진의(眞意)가 잘못 전달된 측면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중국 정가의 내부 파워 게임과 맞물려 사드 보복이 과잉으로 치닫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군부 내 과잉 충성 경쟁이
사드를 북핵 대비용이 아니라
중국군 견제용 무기로 둔갑시켜
중국의 선전 담당 고위 간부는
한류 지우기 위한 여론전 전개로
한·중 국민 모두에 큰 피해 안겨
중국 외교부 또한 북핵 대처와
사드 대응에 대한 판단 잘못으로
갈등 해소가 아닌 악화에 일조

사드 보복 배후는 시진핑?
 
 
물불 가리지 않는 중국의 사드 보복 탓에 한국 경제가 큰 곤욕을 치르고 있다. 답답한 건 이 같은 중국의 사드 몽니가 도대체 언제 끝날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저 ‘시간이 좀 걸리지 않겠나’ 하는 맥 빠진 예측만 나오고 있을 뿐이다.
 
한국의 불만은 주로 시진핑 주석에게로 쏠린다. 중국에서 가장 강력하게 사드 반대를 외치는 사람이 바로 시진핑이란 이유에서다. 시진핑은 이제까지 세 차례에 걸쳐 한국 지도자들을 상대로 사드 반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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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는 2014년 7월 방한 때다. 박근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처음으로 사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어 지난해 6월 말 황교안 총리가 베이징을 찾았을 때가 두 번째다. 한데 불과 열흘도 안 돼 한국이 사드 배치 결정을 선포하는 바람에 중국은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세 번째는 지난해 9월 중국 항저우(杭州)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때로, 시진핑이 다시 한번 사드 반대 입장을 박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그러나 이 같은 세 차례에 걸친 시진핑의 의사 표시는 한국 지도자들에게 철저하게 무시당했고, 이에 체면을 크게 구긴 시진핑이 강력한 사드 보복을 주문하고 있다는 게 한국의 인식이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사드
 
최근 중국의 한 정통한 소식통은 이와는 다른 이야기를 전한다. 사드가 중국 내부의 권력 게임에 이용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로 인해 악화된 한·중 관계에 대한 책임이 모두 시진핑 탓으로 돌려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우선 시진핑 입장에선 사드와 관련해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 사드가 과잉 위협으로 포장돼 시진핑에게 입력됐다는 것이다. 누가 문제였나. 중국 군부다. 여기엔 강경 목소리를 내기 좋아하는 군 본연의 성향 말고도 두 가지가 더 작용했다.
 
 
하나는 시진핑에 대한 군의 충성 경쟁이다. 시진핑이 집권 후 가장 많이 신경 쓴 것 중 하나가 군권 장악이다.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는 마오쩌둥(毛澤東)의 말이나 “1주일에 4~5일은 장군들과 어울려야 한다”는 덩샤오핑(鄧小平)의 권고 모두 중국 정치에서 무력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시진핑은 무력 장악을 위해 후진타오(胡錦濤) 시절 군권을 쥐락펴락한 두 명의 군사위 부주석을 부패 혐의로 잡았다. 쉬차이허우(徐才厚)와 궈보슝(郭伯雄)이다. 이 두 사람은 장쩌민(江澤民) 인맥이다. 장은 이들의 뒷받침으로 후진타오의 치세 시절에도 막강한 권세를 누렸다.
 
시진핑이 이들 두 사람을 제거한 것은 군내 장쩌민 세력을 뿌리 뽑은 것에 해당한다. 이후 군에서 시진핑에 대한 충성 경쟁이 벌어졌다. 2015년엔 중국 인민해방군의 7대 군구(軍區) 수장들이 해방군보(解放軍報)를 통해 시진핑에게 충성을 맹세하기도 했다.
 
바로 이처럼 시진핑의 눈에 들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중국 군부 내의 일부 인사들이 한국의 북핵(北核) 대비용 사드를 미국의 중국 견제용 무기로 확대 해석하면서 사드 문제가 꼬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다른 한 이유는 중국 군부의 예산 확보와 관련이 있다. 시진핑은 집권 후 경제 발전을 위해 국방예산 증가를 탐탁지 않게 여겼으나 군부가 더 많은 예산 확보를 위해 사드 위협을 과장했다는 것이다. 실제 중국 국방예산은 지난해 수년 만에 처음으로 한 자릿수 성장인 7.6%에 그쳤고, 올해는 더 떨어져 7% 증가에 머무를 예정이다.
 
결국 군부 내 충성 경쟁과 예산 확보 욕심이 사드 위협을 과장해 시진핑에게 입력시킴으로써 시진핑이 2014년 한·중 정상회담 때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사드 문제를 직접 언급하는 상황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후계자 문제와 사드 여론전
 
한·중 사드 갈등을 꼬이게 한 두 번째는 중국 공산당 선전부의 과잉 여론전이다. 막말 보도를 일삼는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차치하고 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조차 지난해 사드 배치 결정 이후 한국을 저주하고 한국 지도자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글을 실었다.
 
부부싸움을 하더라도 해선 안 될 말이 있다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생겼나. 중국 공산당에서 선전과 이데올로기를 담당하는 서열 5위 류윈산(劉云山) 정치국 상무위원이 시진핑과 중국 차기 지도자 문제를 놓고 미묘한 관계에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엔 지도자 교체 원칙 중 하나로 격대지정(隔代指定)이란 말이 있다. 현재 지도자는 다음 지도자를 정할 수 없다. 대신 한 대(代)를 뛰어넘어 그 다음 세대 지도자를 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후진타오는 전임 국가주석 장쩌민이 아닌 그 앞의 덩샤오핑이 결정했고, 시진핑은 후진타오가 아닌 장쩌민에 의해 세워졌다는 것이다. 물론 시진핑의 권력 다지기 과정에서 장쩌민과의 관계가 틀어지기는 했지만 말이다.
 
이에 따르면 시진핑을 이을 중국의 차기 지도자는 후진타오가 키운 후춘화(胡春華) 광둥(廣東)성 당서기다. 이변이 없는 한 후춘화가 1인자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데 최근 상황은 그렇지 않다.
 
시진핑이 ‘핵심(核心)’ 지위를 부여받으면서다. 시진핑은 지난해 초부터 핵심 지위를 부여받기 위한 작업을 벌인 끝에 마침내 지난해 가을 이 지위를 얻었다. 핵심이 된다는 건 두 가지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는 의미를 지닌다.
 
하나는 당내 정치 규칙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67세는 정치국 상무위원이 될 수 있고, 68세는 될 수 없다는 칠상팔하(七上八下)의 원칙이 시진핑에 의해 깨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에 따라 오는 가을 19차 당대회 때 69세인 시진핑의 측근 왕치산(王岐山)이 정치국 상무위원에 유임될 것으로 보인다.
 
 
다른 하나는 후계자 지명에 발언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시진핑은 후계자는 경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경우 후춘화는 차기 지도자 자리를 보장받는 게 아니라 시진핑이 미는 천민얼(陳敏爾) 구이저우(貴州)성 당서기 등과 경합해야 한다.
 
문제는 류윈산이 후진타오 계열로 시진핑과 보이지 않는 갈등을 빚고 있다는 점이다. 시진핑은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적정한 수준에서 대응하라’고 지시했다는 후문이다. 한데 각 부처가 이를 확대 해석하는 경향을 보여 문제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선전부가 도를 넘는 여론전을 전개한 이면에는 이번 기회를 이용해 현재 중국 브라운관을 주름잡으며 중국 돈을 긁어가고 있는 한류 스타들에게 타격을 입히려는 속셈도 작용했다. 보수적인 중국 인사들 가운데는 대륙을 휩쓰는 한류를 못마땅해 하는 이가 적지 않게 있다.
 
하나 많은 중국인이 한류를 즐긴다. 이들에게서 한류가 주는 즐거움을 빼앗는 것은 민의(民意)에 부합하는 게 아니다. 즉 선전부의 과잉 대응이 시진핑에 대한 원망을 한국뿐 아니라 중국에서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시진핑이 전혀 의도한 바가 아니다.
 
잘못된 판단과 사태의 악화
 
중국 외교부 또한 사드 갈등 악화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해 1월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했을 당시 한·중 정상 간의 통화를 발 빠르게 주선하지 못했다. 이에 한국에선 ‘전화 한 통화 못하느냐’는 중국 비판 여론이 일었다.
 
또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안 마련 시에도 ‘북한의 민생 보호’ 운운하며 제재의 구멍을 만든 것 역시 한국의 반감을 사며 한국이 사드 배치를 결정하도록 등 떠미는 효과를 냈다. 특히 중국이 강한 압박을 하면 한국이 물러설 것이라는 잘못된 보고를 시진핑에게 올린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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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의 외교 업적 중 하나는 미·일에서 한국이 중국에 기운다는 ‘중국경사론(中國傾斜論)’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한국과의 긴밀한 관계 구축이었다. 하나 이젠 사드 갈등으로 한국을 잃을 상황이 됐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빠른 법이다. 이제라도 시진핑 주석의 의도와는 달리 자꾸만 어긋나고 있는 한·중 관계를 리셋할 필요가 있다. 시작은 상대에 대한 존중이다. 말 하나, 행동 하나에서 서로를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과 자세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사드 갈등은 한·중 모두에 상처만을 안기는 백해무익(百害無益)의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유상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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