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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 그는 ‘운’이라 했지만 ‘훈’으로 들렸다

유니폼을 벗고 정장을 입은 이승훈. “평창올림픽에서 메달 4개를 따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 강정현 기자]

유니폼을 벗고 정장을 입은 이승훈.“평창올림픽에서 메달 4개를 따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강정현 기자]

‘스피드스케이팅 황제’ 이승훈(29·대한항공)은 스스로를 “세상에서 제일 운이 좋은 선수”라고 표현했다. 그는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아시아 선수로는 처음 남자 1만m에서 금메달을, 5000m 은메달을 땄다. 그로부터 7년간 꾸준히 정상권 기량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 일본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도 한국 선수 최초로 4관왕(5000m·1만m·팀추월·매스스타트)에 올랐다. 이어 지난 12일 월드컵 파이널 매스스타트에서 금메달을 추가하면서 이 종목에서 이번 시즌을 세계 1위로 마무리했다. 메달을 따는 것보다 따지 못하면 ‘뉴스’가 될 만큼 믿음직한 선수가 됐다. 그런 그에게 정상을 유지한 비결을 물었더니 “운”이란다.
 

얼음판 오뚝이 7년 정상 군림 비결
쇼트트랙 대표 탈락, 소치 부진 등
고비 올 때마다 의외의 돌파구 생겨
새벽 5시 일어나 하루 11시간 훈련
성실한 준비 덕에 종목 바꿔도 펄펄
서른살 눈앞 두고 삿포로서 4관왕
“평창서도 전 종목 메달 따고 싶다”

지난 16일 서울 송파구 한국체대 실내빙상장에서 이승훈을 만났다. 그의 빙상인생이 지금처럼 ‘꽃길’ 뿐이었을까. 그는 “여섯 살에 스케이트를 시작했는데, 선수를 그만둘까 생각했던 적이 두 번 있었다. 2009년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발전에 떨어졌을 때, 그리고 2014 소치올림픽이 끝난 후였다. 그럴 때마다 신기하게도 상황이 잘 풀렸다”고 말했다. 좀 더 자세한 얘기해달라고 부탁했다.
 
이승훈이 쇼트트랙 선수 출신이라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쇼트트랙 강국’ 한국에서는 태극마크 달기가 하늘에 별따기였고, 그는 2009년 4월 밴쿠버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했다. 그는 “그 때 나이가 스물 하나였다. 선발전에서 떨어진 충격이 아주 컸다. 군 복무도 남아 있어 ‘선수를 그만두는 게 낫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때마침 스피드스케이팅 쪽에서 종목 전향 권유를 받았다. 올림픽 출전 가능성 얘기에 귀가 솔깃해졌다. 그렇게 해서 태극마크를 달았고 밴쿠버올림픽에서 금메달까지 땄다. 그는 “스피드스케이팅으로 갈아타지 않았다면 지금 평범한 일을 하면서 살고 있을 거다. 순간의 선택이 인생을 완전히 바꿔놓았다”고 말했다.
 
체격과 체력이 좋은 유럽이나 북미 지역 선수들과 경쟁하면서 정상을 지키는 게 쉽지 않았다. 소치올림픽에선 5000m에서 12위, 1만m에서 4위를 그쳤다. 그나마 팀 추월 은메달로 노메달 아쉬움을 다소 달랬지만, 빙판 질주할 동력을 잃었다. 그는 “(소치) 이후 장거리에 대한 흥미를 잃었다. 어쨌든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 여한이 없었기 때문에 은퇴까지 생각했다”고 전했다. 
삿포로 아시안게임에서 4관왕을 달성하고 태극기를 흔드는 이승훈. [사진 강정현 기자]

삿포로 아시안게임에서 4관왕을 달성하고 태극기를 흔드는 이승훈. [사진 강정현 기자]

은퇴를 고민했던 이승훈을 돌려세운 건 매스스타트가 2018 평창올림픽 정식종목이 됐다는 소식이다. ‘롱트랙 위의 쇼트트랙’으로 불리는 매스스타트는 그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종목이다. 쇼트트랙 경험으로 다져진 코너워크 및 몸싸움 덕분에 항상 1위를 지켰다. 그는 “스피드스케이팅 선수가 됐어도 쇼트트랙에 대한 아쉬움이 마음 한 쪽에 남아 있었다. 그래서 쇼트트랙과 유사한 매스스타트에 더 애정이 갔다. 올림픽 매스스타트에서도 금메달을 따자는 생각에 다시 열정이 살아났다”고 말했다.
 
이승훈은 자신의 성공을 ‘운’ 덕분으로 돌렸지만 ‘운’도 거저 온 건 아니다. 그의 새벽 5시에 하루를 시작한다. 밥 먹고 잠 자는 시간을 빼고 하루 10~11시간 훈련한다. 그는 “나도 훈련이 지겹다. 그런데 꾸역꾸역 훈련에 나간다. 못할 것 같아도 일단 빙상장에 와서 쉰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종목별 세계선수권 도중 정강이가 찢어지는 부상을 입었지만 훈련을 쉬지 않았다. 그는 후배들에게 “강한 훈련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평범한 선수로 남을 수밖에 없다. 또 하나, 어느 정도 도달하면 많은 선수들이 딴 생각을 하는데 그걸 넘어야 한다”고 얘기한다. 그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도 ‘성실’이다.
 
이승훈은 앞으로 딱 1년만 더 참으려고 한다. 만 30세에 맞이하는 평창올림픽에 대한 열의도, 기대도 크다. 그는 “평창에서 장거리(5000m, 1만m) 뿐 아니라 팀추월, 매스스타트까지 전 종목에서 메달을 따고 싶다. 아시안게임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 기대해달라”고 말했다.
 
자기 철학이 분명한 이승훈에게 ‘빙판 밖에서도 모범생일 것 같은데’라고 물었다. 그는 씩 웃더니 “책을 좋아한다. 서점에 가서 재밌어 보이는 책을 거의 다 산다. 유명하다 싶은 책은 다 책장에 꽂혀있다”고 말했다. 독서를 통해 인생철학을 세웠나 생각하는데 “많이 사지만 사실 잘 읽지는 않아요. 책 많이 읽는 여자를 만나면 되지 않을까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러고 보니 이제 그도 벌써 한국 나이로 서른, 결혼 생각을 할 나이다.
 
글=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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