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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려라 공부] 기업 이윤 넘어 공동체 상생 추구 ‘살아있는 학문’

경영학과
 
최창범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왼쪽)가 원형 강의실에서 ‘경영 전략’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기업 사례 연구에 대한 설명과 학생들의 발표가 이어졌다.

최창범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왼쪽)가 원형 강의실에서 ‘경영 전략’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기업 사례 연구에 대한 설명과 학생들의 발표가 이어졌다.


조직의 목표 달성 위한 전략·기법 탐구

재무·회계·마케팅 등 세부 전공 다양

기업 문제 해결 팀플레이 수업 많아

청소년들이 관심이 많은 학과를 소개합니다. 대입에서 학생부 종합전형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진학을 희망하는 학과에 대한 탐구가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그런데도 상당수 학생은 여전히 대학의 명성만 보거나 합격선에 맞춰 학과를 선택합니다. ‘열려라 공부’는 진로 탐색을 돕기 위해 학과별로 어떤 공부를 하는지, 관련 진로는 무엇인지 알려드립니다. 22회는 경영학과입니다.

경영학은 기업 등 조직의 목표 달성을 위한 전략과 기법에 대해 배우는 학문이다. 서용원 중앙대 경영학부장에 따르면 ‘경영=기업 경영’이라는 도식은 경영학을 지나치게 단순화한 것이다.

서 학부장은 “기업 외에도 달성할 목표를 가진 모든 조직, 심지어 개인도 경영학의 연구 대상이자 적용 대상”이라 말했다. 경영학은 ‘학문 중에서도 가장 유연하고 열린 학문’이라 불리기도 한다. 경영학 안엔 재무·회계·마케팅·금융 등 세부 전공이 다양하고 이들 전공별로 요구되는 역량이 서로 다르다.

경영학에선 누구나 자신의 적성에 맞는 분야를 찾을 수 있다는 얘기다. 경영학은 최근엔 공학·의학·인문학 등 다른 학문과도 활발히 융합하면서 그 범주가 넓어지는 추세다.

경영학의 수업 모습은 어떤지, 졸업 후 진출하는 분야는 어떤 곳들인지 알아봤다.

 

다국적기업·벤처 등 대학마다 강점 달라
경영학과는 ‘취업률’을 떼놓고 설명하기 어렵다. 2016년 경영학과 졸업생의 취업률은 66.4%(한국교육개발원 취업통계연보)로 인문사회계통 학과 중에 가장 높았다. 고교생들도 경영학과에 가고 싶어 하는 이유로 “취업이 잘 돼서”라고 꼽는 경우가 많다.

경영학과 교수들은 이 학과 출신이 취업이 잘 되는 배경으로 경영학과의 수업방식을 들곤 한다. 경영학과 수업엔 기업 사례 연구와 팀플레이가 많은 편이다. 1,2학년 때 이론을 배우고나면 3,4학년 때는 기업의 실제 문제를 팀플레이로 해결하는 사례 중심 수업을 많이 한다. 서용원 중앙대 경영학부장은 “경영학과 커리큘럼은 졸업생이 기업 등 다양한 조직에서 특정 업무를 수행하고 리더가 되기까지 어떤 역량이 필요한지를 염두에 두고 구성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경영학과에서 중점적으로 다루는 사례는 대학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다. 서강대는 기업의 사회적 역할이나 기업 윤리에 주목해 ‘사회적 기업’과 관련된 사례를 주로 살펴본다. 중앙대는 휴렛팩커드·테팔 등 다국적 기업이 직면한 경영 관련 문제를 제시하고 학생들이 직접 해결 방안을 찾아 보게 하는 수업을 진행한다. 이를 위해 국내 대기업이나 다국적기업최고경영자회의(KCMC) 등과 협력하고 있다. 고려대는 학생들의 창업에 초점을 맞춰 ‘벤처경영’이라 과목을 개설해 놓고 있다. 학생들은 이 과목에서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찾고 평가하는 방법, 아이디어에 맞는 비즈니스 모델을 정립하는 노하우 등을 배운다. 이 대학은 학생들에게 소정의 자산을 제공해 이를 운용해볼 기회도 준다.

경영학과 학생들은 이런 사례 중심의 수업을 통해 사회를 바라보는 안목을 자연스럽게 넓히게 된다. 서강대 경영학과 3학년 한상희씨는 “사회적 기업 관련 사례를 공부하면서 ‘바람직한 기업이란 자사의 이윤 추구만을 목적으로 해선 안되며 기업 활동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아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고 얘기했다.



수학적 감각, 경제학에 대한 이해도 갖춰야
경영학에 가장 밀접한 학문으론 수학·경제학이 대표적이다. 경영학을 제대로 공부하려면 이들 학문에 대한 역량도 어느 정도는 갖춰야 한다. 경영학과를 지원하는 수험생 중에선 ‘공인회계사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면 수학을 많이 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 추측하는 학생이 제법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창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지원하기 위해 중앙대 경영대학 안에 마련한 ‘크리에이티브 콤플렉스’.

창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지원하기 위해 중앙대 경영대학 안에 마련한 ‘크리에이티브 콤플렉스’.

중앙대 경영학부 3학년 이혜미씨는 “재무·회계 등 직접적으로 숫자와 관련된 세부 전공이 아니더라도 거의 모든 수업에서 데이터를 읽고 경영 성과를 검증하는 과정에서 통계·방정식으로 이용할 만큼 수학이 일상적으로 쓴다”고 소개했다. 서 학부장도 “마케팅·생산관리·인사관리 등 각 분야가 추구하는 목표·전략은 달라도 목표 도달 여부를 판별할 때는 회계를 활용하기 때문에 수학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경영학·경제학의 상호 관계는 “경영학이 나무라면 경제학은 숲”이라 설명되기도 한다. 나무를 제대로 알기 위해선 숲에 대한 지식이 필요한 만큼 경영학 공부엔 경제학 지식이 뒷받침 된다는 의미다. 김도성 서강대 경영학과장은 두 학문의 관계를 이렇게 풀이했다. “경제학에서 다루는 미시경제가 기업·가계·정부 등 경제의 각 주체가 어떤 활동을 하느냐에 대해 살피고 관찰하는 학문이라면, 경영학은 미시경제 안에서도 ‘기업’에 집중한다. 경영학을 깊고 넓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경제학도 공부해야 한다.”

경제학은 수학·경제학 이외의 다양한 학문들과 융합이 이뤄지고 있다. 이점에서 경영학과 교수들은 경영학도가 갖춰야 할 소양으로 다방면에 대학 호기심과 탐구심을 꼽는다. 권수영 고려대 경영대학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여러 분야에서 융합이 일어나는데 경영학이 융합의 축 역할을 한다. 경영학도에겐 공학·의학·인문학 등 다방면의 지식과 정보에 관심을 갖고 융합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유연하고 열린 사고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경영학과에서 팀프로젝트 수업을 많이 하고 복수 전공으로 경영학과 수업을 듣도록 권장하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다양한 학과의 학생들이 팀을 이뤄 공동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것은 경영학과 학생들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

서강대 경영학과 4학년 조은성씨는 “타과 학생들과 팀프로젝트를 하다보면 문제에 대한 접근법이 경영학 전공자와 달라 흥미로울 때가 많다”고 말했다. 같은 학과 3학년 한상희씨도 비슷한 경험을 소개했다. 한씨는 “경영학과 학생끼리 팀을 이뤄 프로젝트를 하면 효율적으로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과 함께 팀프로젝트를 하면 집단 지성이 발현돼 기대하지 않은 새로운 결론에 도달하는 경험을 했다”고 전했다.

한씨는 이를 설명하면서 담배 제조 회사나 사행성 게임 관련 기업 등 대외적 이미지가 좋지 않은 기업의 ‘사회 공헌 방안’을 찾아본 수업을 예로 들었다. 한씨는 “경영학과 학생들은 여러 경영 전략과 기법을 적용해 최적의 방법을 찾는 데 주목한다. 그런데 수업을 같이 듣는 인문학과 학생은 이런 기업의 사회 공헌 전략 자체를 비판적 관점에서 접근하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영학도는 주어진 임무에 대해 가장 빠른 해결책을 찾는 것에 몰입하는데 인문학도는 그 임무 자체가 옳은 것인지를 고민하는 게 신선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협업 좋아해야 경영학 즐길 수 있어”
경영학이 오랜 기간 인기학과로 자리잡은 데는 ‘사회 변화를 가장 빠르게 반영하는 학문’이라는 특징이 있다. 최근에는 인간 중심, 기업 윤리, 지속가능성, 공동체성을 점점 더 강조하는 추세다. 서 학부장은 “10년 전과 지금의 경영학은 내용이나 방향성에 차이가 크다. 최첨단 경영학 이론일수록 인간 중심, 상생의 원리에 맞춰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 경영에서도 두드러진다. 과거엔 ‘우리 회사만 돈을 많이 벌면 된다’는 식의 이기적인 경영 모델로도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윤리적 책임’이나 ‘지속 가능한 성장’ 등 기업 이해의 행위자, 아울러 기업을 둘러싼 환경까지 고려해 경영 전략을 짜지 않으면 기업의 생존이 불가능한 상황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서 학부장은 대형마트의 경영 전략을 예로 들었다. 초기엔 대형마트들이 재래시장 등 기존 상권을 크게 배려하지 않았다. 이 바람에 기존 상권의 이윤을 잠식하며 대형마트들이 급성장했다. 이렇다 보니 사회적으로 ‘지역경제 활성화’ ‘소상공인 육성’ 등의 필요성이 제기되면 ‘대형마트를 규제하자’는 쪽으로 논의가 진전될 수밖에 없다. 서 학부장은 “이제는 함께 잘 살고 모두가 지속 가능한 발전 전략을 짜는 것이 기업의 이윤을 보장해주는 가장 고도의 경영 전략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수들은 경영학과 진학을 희망하는 고교생들에게 ‘사람을 좋아하지 않으면 경영학에 재미를 붙이기 힘들다’고 조언한다. 김 학과장은 “경영은 조직 내에서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통해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다. 자신이 조직의 일원이 되어 협업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어야 경영학을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권 학장도 “같은 공동체 안에서 다양한 구성원·집단 간의 차이를 인정하고 조화시키려는 열린
마음가짐이 있어야 경영학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도 경영학을 공부하면서 ‘사람’의 가치를 더욱 깨닫게 된다. 고려대 경영학과 4학년 이성아씨는 “공부하면 할수록 경영학은 사람에 의한, 사람을 위한 학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문학처럼 사람 자체를 내밀히 연구하진 않지만 사람에 대해 잘 알고 사람의 중요성과 가치를 인정해야 경영학을 제대로 공부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졸업 후 진로
대기업·회계법인·금융사 등서 선호
사회적 기업, 벤처 창업 도전도 많아
경영학은 기업 등 여러 조직에서 리더로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지식을 가르치는 학문이다. 인사관리·생산관리·재무·회계·마케팅·조직행동·경영정보시스템 등의 과목으로 구성돼 있다. 경영학과 졸업생 취업이 잘 되는 것도 기업 활동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 때문이다.

고려대의 경우 지난달 졸업한 학생 중 약 50%는 국내 5대 대기업에, 35%는 회계법인이나 금융기업에 취업했다. 컨설팅업체나 공공기관에 들어가거나 창업을 하는 경우도 있다. 고려대 경영학과 4학년 고병우씨는 “‘조직’이라는 이름이 붙은 곳이면 어디든 취업할 수 있고, 공인회계사(CPA)·공인재무분석사(CFA)·보험계리사 등의 자격증을 취득해 전문직으로 활동하는 경우도 흔하다”고 말했다.

창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경영학과에 ‘벤처 경영’이나 ‘사회적 기업’ 등의 과목을 개설하는 학교도 많다. 관련 분야의 국내외 최고경영자를 초청해 특강도 마련한다. 사업 아이디어 창출과 기획 방법, 경영 방법과 모델을 수립할 때 점검하고 유의할 사항 등을 경험담을 통해 듣는 자리도 제공한다. 한상희(서강대 경영학과3)씨는 “학교에서 ‘사회적 기업’에 대한 선배 기업인들의 특강을 자주 듣다 보니 취업이 아닌 창업으로 진로를 바꾸게 됐다”고 말했다.

권 학장은 “‘뷰카(VUCA)의 시대’라 불리는 4차 산업혁명의 도래로 경영학과에 진학하려는 수요가 더 늘고 있다”고 말했다. ‘뷰카’는 변동성(Volatility), 불확실성(Uncertainty), 복잡성(Complexity), 모호성(Ambiguity)의 머리글자를 조합한 신조어로 ‘불확실한 미래’라는 의미로 통용된다. 그는 “미래에는 지금껏 보지 못한 새로운 문제에 직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기업에서 이를 가장 선도적으로 대처하는 모양새여서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인재들이 경영학에 관심을 더 갖게 된 것”이라는 설명했다.

해외 기업으로 취업하거나 외국 유학을 택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최신 트렌드에 민감한 학과이다 보니 글로벌 환경에 자주 노출된다. 대학에서도 해외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 제공에 적극적이다. 서강대는 미국 보스턴칼리지나 로욜라메리마운트 대학 등 자매결연을 한 대학에 교환학생을 보내 첨단 비즈니스 모델을 배울 수 있게 한다. 고려대는 국내 대기업의 해외 지사로 인턴십을 보내거나 아예 외국 현지 기업의 인턴십 기회도 준다. 국내 대학에서 경영학 석·박사 과정을 마치고 미국·유럽·중국·싱가포르 등지의 대학의 전임 교수로 임용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외국에 진출하는 경우가 많아 경영학과 학생들은 외국어 공부에도 관심이 높다. 민형기(중앙대 경영학부3)씨는 “학교에서 경영학과 학생들에게 해외 경험을 제공하는 데 적극적이다. 외국어 능력이 있다면 견문을 넓히고 역량 강화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경영학과 학생들이 영문과·중문과 등을 복수전공하며 외국어 실력도 키우고 해외 문화도 배우는 등 자기계발에 열심”이라고 말했다.

실용 학문인 만큼 졸업 후 곧장 대학원에 진학하는 경우는 드물다. 김 학과장은 “현장에서 실무를 경험하고서 진짜 깊이 파고들어 공부하고 싶은 세부 분야를 발견하면 그때 대학원에 진학하는 편을 권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 학장도 “학부 공부를 마치고 나면 현장에서 일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정보를 익히게 된다. 일단 실무 경험을 쌓으며 자신의 진짜 관심사를 구체화한 뒤에 학업을 이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했다.

서 학부장은 “경영학에서 다루는 분야가 워낙 넓어 학생들이 다양한 영역을 배우고 경험할 수 있다”며 “그만큼 진로 선택의 폭도 넓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을 이해하고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학문이라는 점에서 경영학과 졸업생은 어느 분야에서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고 자랑했다.

글=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사진=김춘식 기자 kim.choonsi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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