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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려라 공부] 이제, 과학토론대회 주제 미리 안 줍니다

과학토론대회는 과학고·영재학교를 준비하는 중학생이나 이과 고교생 사이에 관심이 높다. 과학에 대한 흥미를 이어가고 탐구력을 높일 수 있는 계기로 여겨진다. 개별 학교 차원의 대회는 학생부에도 기록된다. 작품을 제작하는 다른 대회에 비해 상대적으로 준비가 쉽다는 이점도 있다. 과학토론대회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한국과학창의재단이 매해 주최하는 행사다.

대회 당일이나 임박해서 주제 발표

학원 도움 논란 ‘사전 보고서’ 없애

질의응답 배점 높아 순발력도 필요

그런데 올해 이 대회가 대폭 달라졌다. 지난해까진 과학탐구토론대회였는데 명칭에서 ‘탐구’가 빠졌다. 원래는 대회 요강이 나오는 2월에 토론 주제가 함께 발표됐고, 참가자들은 이 주제에 대한 보고서를 사전에 제출하는 ‘탐구’ 과정을 거쳤다. 그런데 일부 참가자들이 사교육업체 도움을 받는 부작용이 있었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는 본선 대회 주제는 본선 당일 발표하기로 했다.

사전에 보고서를 제출하는 과정을 없앤 것이다. 올해 대회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알아봤다.


2017년 과학토론대회 어떻게 진행되나
참가 대상: 초·중·고교생
참가팀 구성: 2인 1조
기간: 예선대회(3~4월), 지역교육청(5~6월), 시도교육청(6~7월), 전국대회(9월)
진행 방식: 토론논제 발표→토론 준비(4매 이내
토론 개요서 작성·발표, 토론연습)→본선(주장발표·질의응답 등)→결선(결선토론 준비)→결선(주장발표·질의응답 등)
 

지난해 과학탐구토론대회 주제 보니
초등부: 곤충원료 식품으로 가장 적합한 곤충을 찾아 활용 방법 제안하기
중등부: 산업혁명 이전 사람들은 주변의 자연환경을 활용해 생활에너지를 어떻게 얻었는지 조사하고 환경 문제 개선에 도움이 되는 방안 제시하기
고등부: 폐냉장고나 폐PC 등 도시 광석 중에서 한 제품을 골라 재활용 현황과 문제점을 조사하고 개선할 수 있는 과학적 방안 제시하기

자료: 한국과학창의재단


현장에서 4쪽 보고서 작성 후 토론 진행
과학창의재단이 주최하는 과학토론대회의 가장 큰 변화는 본선 토론 주제 발표 시점을 늦추기로 한 것이다. 예전에는 대회 요강과 함께 2월 말에 본선 토론 주제를 발표했다. 참가자들은 3인 1조로 팀을 이뤄 실험 등을 거쳐 주제에 대해 탐구한 뒤 소논문 형태의 보고서를 제출했다. 본선 대회에선 이 보고서를 토대로 토론하며 실력을 겨뤘다.

올해부터 팀 구성 방식이 2인 1조로 달라진다. 보고서는 사전 제출 대신에 학생들이 현장에서 수기로 작성해야 한다. 토론 주제와 관련해 주최 측에서 제공하는 논문·책 등을 읽고 4시간 안에 ‘과학토론 개요서’를 4쪽에 걸쳐 완성하게 된다. 윤승재 한국과학창의재단 과학문화확산실장은 “그동안은 참가자들이 사전에 보고서를 제출하는 방식이어서 사교육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많이 받아왔다”며 “시도교육청과 교사 등 현장 의견을 수렴해 대회 방식을 바꾸게 됐다”고 소개했다.

사전에 보고서를 제출하는 과정이 없어지면서 보다 더 토론대회의 성격이 강해졌다. 토론 개요서는 문제에 대한 원인을 쓰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되 논제를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자료를 객관적으로 작성해야 한다. 결국 많은 자료를 빨리 정리하는 요약 능력과 토론실력을 겨루게 되는 것이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지금까지 미세먼지·층간소음·지구온난화 등 시사적이면서도 생활과 밀접한 주제들이 나왔다. 평소에 주변 상황에 흥미와 호기심을 갖고, 과학 도서를 읽은 후 이를 요약해 보고서 형태로 만들어 보는 훈련을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번 토론대회에서 평가 비중은 ▶토론 개요서 작성 10점 ▶주장 발표 20점 ▶질의응답 30점 ▶주장 다지기 20점 ▶역할 분담의 적절성과 참여 태도 20점으로 이뤄진다. 질의응답 배점이 30점으로 제일 높은 만큼 과학적 지식과 분석력 못지않게 순발력이 중요하다. 신진상 입시컨설턴트는 “과학토론대회는 주제가 과학 관련이어서 과학 지식이 논거로 활용될 뿐이지 전체적인 틀은 요약과 토론이 핵심인 문과 토론 논술 대회와 유사하다. 이번 개편은 융합형 인재를 원하는 4차 산업혁명 교육에도 맞는 방식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사교육 영향력 줄어 공정하게 겨룰 기회
지난해까진 보고서를 본선 대회 당일에 쓰지 않고 사전에 제출하는 방식이었다. 본선 대회 당일에 참가자들이 발휘하는 역량보다는 사전 제출하는 보고서를 누가 더 공 들여 준비했느냐에 따라 결과가 좌우되는 측면이 있었다. 이 때문에 학생들의 대회가 아니라 ‘학부모 대회’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주최 측이 ‘학생 스스로 탐구하며 시행착오를 겪고 깨닫는 게 중요하다’고 아무리 강조해도 자녀의 수상 실적을 높이기 위해 발벗고 나서는 부모가 많았다.

지난해 초등 6학년이던 자녀를 대회에 참가시켰던 조희정(45·서울 목동)씨도 그런 학부모 중 하나였다. 조씨는 “대회 요강이 발표되자마자 부모들이 나서서 같이 대회에 나갈 팀을 구성했다. 지인에게 수소문해 대학교 실험실도 빌렸다”고 말했다. 조씨는 “지역교육청·시도교육청 대회에서 뽑혀 전국대회에 나가려면 학원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았다”고 털어놨다.

대회 방식이 달라지자 이번부터 사교육의 영향력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초5 자녀를 둔 이민정(39·서울 면목동)씨는 “지금까지는 과학토론대회가 아니라 사교육 대회, 학부모 대회인 측면이 있었다. 사교육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실험 보고서가 빠졌기 때문에 오히려 아이들의 실력을 공정하게 겨룰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중2, 초5 자녀를 둔 김소영(44·서울 역삼동)씨는 “첫째가 과학을 좋아해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혼자 힘으로 준비시켜 대회에 내보냈는데 지역교육청의 문턱을 넘기는 쉽지 않았다. 학원을 보내 준비를 시켜야 하는지 고민이 많았는데 대회 방식이 잘 바뀐 것 같다”고 반응했다.

하지만 사교육의 종류가 달라질 뿐 큰 차이는 없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신 컨설턴트는 “앞으론 요약 능력과 토론실력을 겨루기 때문에 이 분야 사교육이 성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초6 자녀를 둔 김모(40·서울 대치동)씨는 “인근 학원으로부터 과학토론대회 관련 설명회와 대비반을 홍보하는 문자메시지를 꾸준히 받고 있다. 달라진 대회 역시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막막해 사교육 도움을 받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결과보다 과정 중시해야 실력 향상 도움
학부모들이 과학토론대회에 집착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과학고나 영재학교 진학에 유리할 것이라 생각해서다. 하지만 2015학년도부터 영재학교나 과학고에 지원할 때 자기소개서에 외부 수상 실적을 적을 수 없게 됐다. 그런데도 대회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높다. 자소서에 적지 못한다 해도 수상 경력이 과학고·영재학교 입학 심사에서 좋은 평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과학고·영재학교 측의 설명은 이와 다르다. 한국과학영재학교 김동훈 입학팀장은 “수상 실적을 자소서에 명시하지 못하게 돼 있기 때문에 학생이 탐구하는 과정에서 겪은 시행착오를 어떻게 해결하고 무엇을 깨달았는지를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부모가 수상실적에 집착하다 보면 자녀가 과학에 대해 가지는 흥미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결과보다 준비 과정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아이에게 확실히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신진상 입시컨설턴트는 “특히 초등학생은 대회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자신감을 잃고 학습 흥미도 떨어질 수 있다”며 “과학에 대한 자녀의 적성을 확인하고 학습에 대한 흥미를 이어갈 수 있는 기회 정도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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