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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허 없이 도로서 ATV(사륜 오토바이) 몰다 다치면?

ATV를 무면허로 운전하다 다치면 건보 진료비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중앙포토]

ATV를 무면허로 운전하다 다치면 건보 진료비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중앙포토]

농어촌의 작은 도로를 지나가거나 여름철 해수욕장을 찾으면 눈에 띄는 게 있다. 일명 '사발이'라고 불리는 ATV(사륜 오토바이)다. 농어촌에선 주로 고령 노인들의 이동수단으로 쓰이고 해수욕장 등 유원지에선 젊은 층의 레저용으로 많이 활용된다. 그런데 ATV도 면허가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만약 면허 없이 ATV를 도로에서 몰다가 다치면 어떻게 될까. 답은 '치료비를 자기 돈으로 다 물어야 한다'.
 
  건강보험 이의신청위원회는 ATV를 면허 없이 도로에서 운전하다 사고를 낸 A씨에 대해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된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21일 밝혔다. 농어촌에 거주하는 어르신인 A씨는 지난해 4월 도로에서 ATV를 운전하다 전복되면서 머리를 심하게 다쳤다. 하지만 건보공단은 이후 A씨가 건보로 진료를 받아서 발생한 공단 부담금 628만원을 환수한다고 고지했다. 이에 대해 A씨는 공단 처분이 부당하다며 환수를 취소하라고 이의 신청을 제기했다. 건보 가입자·피부양자는 보험료, 보험 급여 등에 대해 불만이 있으면 공단에 이의 신청을 제기해 행정심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의신청위원회는 도로에서 무면허로 ATV를 운전한 것은 국민건강보험법상 급여 제한 사유인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무면허 운전은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11대 중과실'(신호위반, 중앙선 침범, 음주 운전 등)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오토바이의 일종인 ATV는 도로교통법 제80조(운전면허)에 따라 면허증이 있어야 도로에서 운전대를 잡을 수 있다. 다만 도로가 아닌 풀밭이나 모래사장에서 ATV를 모는 것은 면허와 상관이 없다. 또한 ATV를 도로에서 타려면 자동차처럼 공식적으로 등록한 '번호판'도 필요하다. 하지만 A씨가 사고 당시 번호판을 단 ATV를 탔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들을 따져본 끝에 A씨의 이의 신청은 기각 결정이 내려졌다. ATV의 번호판 등록 여부와 상관 없이 '무면허'만으로도 건보 적용이 제한된다고 본 것이다. 정승원 건보공단 법무지원실 차장은 "면허 없이 도로에서 ATV를 운전하다 사고가 나면 건보 적용이 안 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A씨 외에도 ATV 무면허 사고로 건보 진료비가 환수된 사례가 종종 나온 바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A씨와 달리 면허를 가진 사람이 ATV를 운전하다 다치면 어떻게 될까. 두 가지 경우를 생각해야 한다. 먼저 번호판이 없는 '미등록' ATV를 도로에서 몰다가 다쳤다면 건보공단의 판정을 따져봐야 한다. 아직 이러한 사례로 공단에 이의를 신청한 사람은 없었다. 정승원 차장은 "미등록 ATV를 운전한 게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에 해당하는 지 확인하려면 사고 상황 등을 살펴봐야 한다. 건보 진료비를 회수할 지, 그대로 둘 지는 심의를 해봐야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 면허 보유자가 번호판이 달린 '등록' ATV를 도로에서 몰다가 사고가 나면 어떨까. 일반적인 상황에서 다쳤다면 건보 적용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무면허 운전과 마찬가지로 11대 중과실에 포함되거나 고의성이 짙은 사고로 적발된다면 자기 돈으로 치료비를 내야 한다. 미등록 ATV를 타거나 ATV를 무면허로 운전하는 것도 피해야 하지만, 면허가 있더라도 '안전 운행'이 중요한 셈이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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