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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중국에 준 ‘시장경제지위’ 철회 가능한가?

중국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THAAD ·사드) 보복이 점차 거세지고 있다. 자국 여행사의 한국관광 상품 판매금지 지시에 이어 한국 항공사의 전세기 운항도 봉쇄했다. 롯데그룹은 중국에 진출한 롯데마트 99곳 중 절반 이상인 55개가 문을 닫았다. 영업정지 상태가 한 달 간 이어질 경우 매출 손실 규모만 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사드 보복, 점입가경
한국, 중국에 준 ‘시장경제지위’ 철회 논란 일어
한국에선 중국의 사드 배치에 대한 무역보복 조치가 불공정 무역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이나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명시적으로 위반하지 않았다고 받아친다. 공식적인 무역보복 행위인 경우 WTO 제소의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중국의 ‘시장경제국’ 지위(Market Economy Status ·이하 시장경제지위)를 인정한 한국에서는 이를 철회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2016년 말 미국·유럽연합(EU)이 중국에 대한 시장경제지위 인정을 거부했다는 점에서 제기되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시장경제지위’를 철회할 수 있는가. 팩트체크에서 알아봤다.
 
영업정지를 당한 롯데마트 중국 단둥 지점 앞에서 3월 5일 시민들이 매장 안을 보고 있다. [사진 중앙포토]

영업정지를 당한 롯데마트 중국 단둥 지점 앞에서 3월 5일 시민들이 매장 안을 보고 있다. [사진 중앙포토]

시장경제지위란 무엇인가?
시장경제지위란 뭘까. 교역 상대국이 교역국의 시장 경제가 자율성을 띤다고 인정할 때 부여하는 지위다. 시장경제지위를 획득하지 못하면 *반덤핑 제소를 당했을 때 불리하다. 상품 가격이 시장 메커니즘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라 덤핑 여부와 반덤핑관세율을 제3국 가격 기준으로 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외 신용도에도 불리하다.
 
 
덤핑 판정, 덤핑 마진 산정 [사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덤핑 판정, 덤핑 마진 산정 [사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중국은 작년 말 시장경제 지위 획득을 기대했다. 2001년 12월 WTO에 가입할 때 ‘15년 후 비(非)시장경제국 지위(Non Market Economy Status·이하 비시장경제지위)에서 벗어나게 된다’라는 조건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15년을 기다렸으니 시장경제지위는 자동으로 획득해야 한다는 것이 중국 측 입장이다.

하지만 EU은 물론 미국과 일본도 잇따라 중국의 시장경제지위 부여에 ‘레드카드’를 들고 나섰다. ‘WTO가입 의정서 제15조에 15년 이후 중단된다고 규정돼 있을 뿐, 시장경제지위를 자동 취득한다는 명문 규정은 없다’는 게 이들 서방 국가들의 입장이다.
 
물론 입장은 조금씩 다르다. 미국은 중국이 통화의 태환성, 노동 규정, 가격 결정 등의 WTO가 요구하는 시장경제지위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본다. 트럼프 대통령도 같은 입장이다. EU는 중국이 시장경제지위를 얻으면 역내 GDP가 1~2% 떨어지고, 최대 350만 명 가까이 실업자가 나올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노(NO)’라고 선언했다. 일본은 중국 경제 상황이 공정하지 않다고 본다.

중국은 반발했다. 자국의 시장경제 지위를 인정하지 않는 미국· EU를 WTO에 제소했다. 지난해 12월 12일 중국 상무부는 이어 WTO 가입 협정을 미국과 EU가 이를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제소의 변을 밝혔다.  
 
베이징의 한 중국인이 2001년 11월 8일 중국의 WTO 가입을 자축하는 광고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 중앙포토]

베이징의 한 중국인이 2001년 11월 8일 중국의 WTO 가입을 자축하는 광고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 중앙포토]

중국 시장경제지위, 먼저 쥐여준 곳은 한국
이들 서방 국가들은 중국에 대해 ‘시장경제지위’라는 경제 레버리지를 갖고 있다. 중국은 이 지위를 얻기 위해 눈치를 봐야 할 처지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는 다르다. 2005년 일찌감치 중국에 시장경제지위를 인정했기에 할 말이 없다. 교역 규모 1000억 달러(116조원) 이상인 나라로서는 첫 사례였다. 당시 대(對) 중 무역흑자가 크다는 점이 고려됐다. 또 민·관 모두 거대한 중국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
 
시장경제지위 문제가 다시 부각된 건 작년 7월 정부가 사드를 배치하기로 결정하면서부터다. 중국의 보복이 가시화되면서 일부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 ‘중국에 부여한 시장경제지위를 철회하자’라는 의견이 제시됐다. 다분히 감정 섞인 주장이기도 했다.
 
2017년 1월 17일 세계경제포럼(WEF)에 처음 참석해 연설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중국 국가주석으로는 처음으로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시진핑은 “아무도 무역전쟁에서 승자로 부상할 수는 없다”며 “보호무역주의를 추구하는 것은 어두운 방에 자신을 가두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사진 신화사]

2017년 1월 17일 세계경제포럼(WEF)에 처음 참석해 연설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중국 국가주석으로는 처음으로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시진핑은 “아무도 무역전쟁에서 승자로 부상할 수는 없다”며 “보호무역주의를 추구하는 것은 어두운 방에 자신을 가두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사진 신화사]

‘철회’할 수 있을까.
가능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사실상 불가능하다’라는 것이다. 물론 온갖 무리를 해가면서 추진을 할 수는 있겠다. 양국의 모든 경제관계가 전면 중단된다는 최악의 경우를 감수할 수 있다면 말이다.

그 훨씬 낮은 수준의 보복 대응 조치인 WTO 제소조차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우태희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지난 3월 8일 정부와 자유한국당이 마련한 제9차 한·중 통상점검 태스크포스(TF)에서 “중국이 간접적·심리적 (보복) 조치에서 실질적·직접적 (보복) 조치로 전환하고 있다”라며 “한·중 FTA 기본 정신에 맞지 않으며 (WTO 제소 관련) 세부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법조계는 한국 정부 입장에 회의적이다. 중국의 조치가 부당하다는 근거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선 WTO에 제소하기 위해선 한국 정부가 ‘사드 보복은 중국 정부가 취한 명시적 조치’라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중국 정부는 일부 현지 기업이나 지방 공무원의 개별 지침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구두 지시는 더 입증하기 어렵다. 익명을 요한 한 변호사는 “롯데의 경우 중국 정부가 기존 소방법을 집행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하면 승소 가능성이 있겠냐"라며 “실제 국제사회에서도 정치적 이유로 무역 보복에 나서는 것이 WTO 규정에 위반된다는 인식이 부족하다"라고 했다.
 
주요국들이 보호주의 색채를 강화하면서 세계화의 상징인 다국적기업도 공격 대상이 되고 있다. 왼쪽부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진 중앙포토]

주요국들이 보호주의 색채를 강화하면서 세계화의 상징인 다국적기업도 공격 대상이 되고 있다. 왼쪽부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진 중앙포토]

중국 정부의 공식 조치가 있어도 문제다. ‘부당’하다는 점을 증명해야 할 과제가 남는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중국은 철저하게 국제규범에 위반되지 않는 분야와 한도에서 강도를 높이며 보복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며 “의도적으로 국제법 위반을 피하도록 보복을 설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에서 한 번 인정했던 시장경제지위의 철회를 거론해봤자 얻을 것은 없다고 입을 모은다. 그냥 화풀이 수준의 자기 만족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중국의 보복은 치밀하다. 감정적 대응으로는 절대 그들을 이길 수 없다.
 
☞반덤핑 제소
덤핑은 수출국의 국내시장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수출하는 경우를 말한다. 덤핑수출에 의해 수입국 산업이 피해를 입을 경우 수입국의 동종 제품 생산자 등이 반덤핑 제소를 하게 되며 수입국이 이를 받아들여 해당 물품에 부과하는 특별관세를 반덤핑 관세라고 한다.
 
차이나랩 김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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