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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안건 가결률 100%, 원자력안전위는 거수기?

제67회 원자력안전위원회 회의가 17일 원자력안전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김용환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과 위원들이 안건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사진 원안위]

제67회 원자력안전위원회 회의가 17일 원자력안전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김용환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과 위원들이 안건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사진 원안위]

 
“조성경 위원은 원자력이용자인 한국수력원자력 신규 원전 부지선정위원회 위원으로 2011년 11월까지 활동했던 분입니다. 원안위법 제10조 결격사유에 해당해 조 위원이 참석한 상태에서 회의를 진행하면 안 됩니다.”(김혜정 원안위원)

월성 1호기 수명연장 취소 판결로 본 원안위 문제점

“만약 자격이 없다면 정부에서 혹은 국가에서 잘못 임명했으니 나가라 그러면 나가겠습니다. 김 위원께서 월권을 하고 계신 겁니다. 결격사유가 있는 위원이란 말은 철회해 주십시오.”(조성경 원안위원)
 
 2015년 2월 26일 오전 10시 서울시 종로구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 회의실에 원안위원 9명이 모인 전체회의가 열렸다. 회의 테이블에는 경북 경주 월성 1호기 계속운전 허가안이 올랐다. 운전 30년을 넘긴 노후 원전 월성 1호기 수명연장을 최종 결정하는 자리였다.
 
결격사유 위원도 참석해 연장 허가 
 중앙SUNDAY는 이날 회의 속기록을 확보했다. 조 위원의 회의 참석을 불허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지만 무시된 사실이 속기록을 통해 새롭게 확인됐다. 이은철 원안위원장은 이날 “제가 보기엔 다수 (위원)분이 일단 (조 위원에 대한) 기피 신청의 이유는 사유가 없다고 판정하신 것 같다. 나중에 법에서 자격 여부를 판정하게 될 것”이라며 자리를 정리했다. 원안위는 이날 14시간 격론 끝에 27일 오전 1시 월성 1호기 수명연장을 허가했다. 찬성 위원은 조 위원을 비롯해 7명이었고, 2명은 기권했다.
 
 그로부터 2년 뒤 서울행정법원 제11부는 지난 7일 원안위의 월성 1호기 수명연장 결정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조 위원이 최근 3년 이내 원자력이용자가 수행하는 사업에 관여했던 사람”이라며 원안위법 제10조 위원 결격사유에 해당한다고 봤다. 원안위법 10조는 “최근 3년 이내 원자력이용자 또는 원자력이용자단체로부터 연구개발 과제를 수탁하는 등 원자력이용자 또는 원자력이용자단체가 수행하는 사업에 관여했거나 관여하고 있는 사람은 위원 결격사유에 해당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원은 여기에 더해 “이은철 위원장이 2012년 12월 한국수력원자력이 설치한 원자력정책자문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돼 회의에 참가해 발표하는 등 활동한 사실이 있어 이 위원장 역시 위원 결격사유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해 4월 3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고 2014년 6월 임명된 조 위원은 지난 17일 사의를 표명했다.
 
수천 페이지 검증 문서 검토 불가능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법원 결정은 선수와 심판을 명확히 분리한다는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음을 지적한 것”이라며 “심각한 위법사항이 드러난 만큼 월성 1호기 가동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이재성 원안위 원자력심사과장은 “이은철·조성경 위원의 한국수력원자력 활동은 공익적 자문 역할이었던 만큼 결격사유는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행정법원 판결을 계기로 원안위 조직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원안위가 신설된 건 2011년이다. 동일본 대지진에 따른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계기가 됐다. 1996년 과학기술부 소속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설치됐지만 비상설 자문기관에 그쳤다. 급조된 탓에 원안위 조직 구성을 놓고 적잖은 문제가 지적된다. 
 
환경단체 그린피스 서울사무소는 ‘원안위, 국민의 안전을 위해 존재하는 기관인가’라는 보고서에서 “원안위 직원 90% 이상이 원자력 진흥을 담당하던 교육과학기술부에서 건너왔는데 기존 업무와 규제 중심인 원안위 업무가 상충된다”고 지적했다. 비상임 원안위원이 다수인 것도 문제다. 총 9명인 원안위원은 위원장과 사무처장을 제외한 나머지 7명이 비상임 위원이다. 장다울 그린피스 선임 캠페이너는 “생업에 종사하는 비상임 원안위원들이 수천 페이지에 달하는 검증문서를 꼼꼼히 검토하기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와 달리 미국과 프랑스의 원자력 안전을 담당하고 있는 위원은 각각 5명으로 사무실에 상주하면서 관련 서류를 검토한다.
 
정부 편향 조직 재정비 목소리 높아
 위원 임명방식도 문제로 지적된다. 위원장은 대통령이 임명한다. 나머지 8명의 위원 중 4명은 위원장이 제청하고 국회 여당과 야당이 각각 2명을 제청한다. 사실상 정부와 여당에서 원안위원 7명을 추천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영향력은 안건 가결률에서 확인된다.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원안위는 2011년 출범부터 지난해 9월까지 167개 안건을 상정했다. 이 중 147개 안건이 가결됐고 부결된 안건은 단 한 건도 없었다. 고 의원은 “찬성률이 100%라는 건 원자력 안전 및 규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수렴하는 원안위의 사회적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지적했다.
 
 원안위의 부실한 안전 검증시스템은 여러 차례 드러났다. 지난 2월 한국원자력연구원의 방사성 폐기물 무단 폐기와 2013년 신고리 원전 부품 성적서 조작은 공익 제보로 세상에 알려졌다. 원안위는 이들 기관에 대해 매년 정기검사를 진행하면서도 이런 사실을 적발하지 못했다. 법원도 안전 검증 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원전 운영변경 허가가 원안위 담당 과장 전결로 처리된 것을 불법으로 판단한 것이다. 원전 수명연장은 ‘계속운전 허가(원전 수명연장 여부를 심사하는 과정)’와 ‘운영변경 허가(설계 수명기간을 변경하는 과정)’로 나뉜다. 
 
원안위원 9인은 계속운전 허가만 심사했을 뿐 후속 조치에 해당하는 운영변경 허가는 원안위 원자력안전과장이 전결 처리한 사실이 재판 과정에서 밝혀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원안위 위원은 “원안위 사무국이 제대로 된 절차를 따르지 않아 발생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전문가집단은 자기 생각이 옳다는 확신에 빠져 절차적 정당성을 무시하기 쉬운데 이번 경우가 그런 케이스”라며 “전체회의에 회부하지 않고 법률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전결 처리한 건 정당한 절차를 무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민주당 간사 박홍근 의원 등 국회의원 41명은 지난 2일 김용환 원안위 위원장 사퇴 촉구 결의안을 공동 발의했다. 이들은 “월성 1호기 수명연장 의결 당시 사무처장을 맡고 있던 김 위원장이 위법이란 지적을 묵살했다. 이에 대해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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