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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훈의 시시각각] 박근혜 조사에서 생각할 일

고대훈 논설위원

고대훈 논설위원

노란색 테이프로 표시된 삼각형의 포토라인.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다음주 21일 서울중앙지검 출입구 앞에 설치된 자그마한 포토라인에 설 예정이다.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검찰청에 출두하던 장면이 교차한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는 대표적인 수사 실패로 꼽힌다. 그의 비극적 최후와 무관하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복돼선 안 되는 교훈이라고 법조계 인사들은 입을 모은다.
 

‘노무현 망신주기’식 재연 안 돼
예우 갖춘 뒤 냉철한 결론 내야

“‘죽은 권력’이지만 최대한 예우를 갖춰 인격적으로 배려하라.” 호칭은 민감하다. 조사실에선 ‘피의자’로 부르는 게 원칙이다. 1995년 11월 노태우 전 대통령을 조사했던 문영호 변호사(당시 중수과장)는 “호칭은 그때그때 바꿔 부르겠다고 양해를 구한 뒤 주로 ‘전(前) 대통령’이라고 불렀다”고 전한다. 지난해 12월 ‘최순실 국정 농단 국정조사’ 청문회에선 노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당시 중수과장)의 발언이 사실인지를 놓고 논쟁이 벌어졌다. “노무현씨, 당신은 더 이상 대통령도 사법고시 선배님도 아닌 그저 뇌물수수 혐의자로서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겁니다”라는 대목이었다. 우병우는 “그런 적 없다”고 했다.
 
예우는 자존심을 건드린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11년 출간한 회고록 『운명』에는 노 전 대통령의 검찰 출석 장면이 나온다. “그(이인규 당시 중수부장)는 대단히 건방졌다. 말투는 공손했지만 태도엔 오만함과 거만함이 가득 묻어 있었다”고 적었다. 이인규는 와전된 얘기라며 부인했다. 두 가지 사례가 설령 왜곡되고 과장됐더라도 비슷한 기류가 흘렀으리라고 짐작된다. 사람들은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고 생각한다.
 
“칼은 찌르되 비틀지 말라.” ‘원조 특수통’으로 통하는 심재륜 변호사(전 부산고검장)가 한 말이다. 수사의 목적은 달성하되 인격 모독 등 불필요한 고통을 줘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미용시술 의혹 등 여성의 감성에 상처만 줄 곁가지는 과감히 쳐내고 핵심만 파는 게 수사의 정도다.
 
대질심문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박 전 대통령이 혐의를 부인할 경우 공범들과의 대질조사도 열려 있다는 말이 검찰 주변에서 흘러나온다. 최순실씨,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 등이 그 대상이다. 박 전 대통령이 사실상 주종(主從) 관계에 있던 최씨 등과 입씨름을 벌이도록 주선하는 것은 너무 옹졸하지 않은가. 노 전 대통령 조사 때도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과의 대질조사가 계획됐지만 무산됐다. 노 전 대통령은 모욕으로 느꼈다고 한다. 죄가 밉고 중하더라도 전직 국가원수를 잡범 다루듯이 하는 건 옳지 않다.
 
국정 농단의 실체적 진실은 검찰과 특별검사의 수사에서 윤곽이 드러난 상태다. 박 전 대통령은 “거짓말로 쌓아 올린 산”이고 “완전히 엮은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박 전 대통령의 주장대로라면 ‘혐의 없음’이 나와야 한다. 특검과 헌법재판소가 인정한 위법 행위도 부정돼야 한다. 그럴 개연성은 희박하다. 그렇다면 구속과 불구속, 양자택일의 신병처리밖에는 선택이 없다. 박 전 대통령은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했으니 출두 약속을 지키리라 본다. 핑계를 대고 피한다면 강제수사의 목소리가 힘을 얻게 된다. 더 이상 구차해지지 말자.
 
“비정하고 냉철하게 저울질하라.” 소환조사가 끝나면 김수남 검찰총장에게는 칼날 위에 선 듯한 고뇌의 시간이 기다린다. 서울중앙지검장과 수사 담당자가 있지만 이번 사건의 총감독은 김 총장이다. 그는 저울에 조사 결과를 올릴 것이다. 한쪽엔 죄질을, 다른 한쪽엔 민심·형평성·파장을 함께 놓고 무게를 재야 한다.
 
동정론과 처벌론 사이에 어느 한쪽을 선택해도 위험하긴 마찬가지다. 대통령의 지시를 따르다 ‘억울하게’ 구속된 안종범 등과의 형평성도 고려 대상이다. 수의를 입은 전직 여성 대통령의 초라한 행색을 진정으로 원할까. 심판의 저울은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의 명령에 따라 기울어질 것이다. 
 
고대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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