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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면 집필’‘진영논리’ 논란에 국정교과서 결국 채택 0

17일 경북 문명고에 대해 ‘국정 역사교과서의 수업 주교재 사용을 유예하라’는 법원 결정이 나오자 학교와 학부모, 교육부 등 이해당사자들은 희비가 엇갈렸다. 문명고 김태동 교장은 “개인적으로 부적절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며 유감을 표했다. 그러면서 “법원이 금지한 대로 교과서를 수업의 주교재로 쓰지는 않겠지만 보조교재로 활용하는 방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사망선고 받은 국정교과서 왜
교육부는 소통 노력 없이 밀어붙여
진보교육감·전교조, 채택 학교 압박
“새 정부선 교육 자율성 강화해야”

피소송인인 경북교육청도 법원 결정에 불복해 항고할 뜻을 밝혔다. 마숙자 교육청 정책과장은 “연구학교 지정 절차에 대한 법원의 해석이 우리와 다르다”고 말했다. 그동안 경북교육청은 연구학교 지정 절차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교육부 역시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박희동 교육부 역사교육정상화추진단 과장은 “학교가 자율적으로 선택했음에도 연구학교의 효력을 정지시킨 건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국정 교과서 활용을 희망하는 다른 학교들이 혼란을 겪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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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국정 교과서에 반대해 온 문명고 학부모들은 환영의 뜻을 밝혔다. ‘문명고 국정 교과서 연구학교지정 철회 학부모 대책위’의 오일근 공동대표는 “한 달여 동안 마음을 졸여 온 학부모들도 이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게 됐다”며 “문명고는 당장 연구학교 신청을 철회하고 국정 교과서를 반송하라”고 요구했다.
 
교육계와 정치권에선 이날 법원 결정을 국정 교과서에 대한 사실상의 ‘사망선고’로 평가하고 있다. 올해 1학기 전국 중·고교 5566곳 가운데 국정 교과서를 역사 수업의 주교재로 쓰는 학교가 단 한 곳도 없게 됐기 때문이다. 앞서 2013년 ‘우편향’ 논란에 휘말렸던 교학사 교과서의 채택률(0.1%)에도 못 미치는 최악의 성적표다. 게다가 국회에서 국정 교과서 금지 법안이 추진되는 데다 대선까지 앞두고 있어 국정 교과서의 운명을 점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전망들이 나온다. 한국교총 김재철 대변인은 “연구학교마저 교과서 사용이 어렵다면, 보조교재로 신청한 93개 학교의 활용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대통령 탄핵과 대선 등 정치 일정 등을 감안하면 사실상 퇴출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장진영 대변인도 “역사 국정 교과서에 대한 사망선고가 내려졌다”며 “이준식 교육부총리가 미련을 버리고 과감하게 포기 선언을 하라”고 촉구했다.
 
“대선 등 정치일정 고려하면 퇴출된 것”
 
이처럼 1년여 동안 44억원을 투입한 국정 역사교과서가 사용률 ‘0’의 상황을 맞은 데는 무엇보다 정책 추진 과정에서의 소통 부재가 원인으로 꼽힌다. 교육부는 2015년 10월 일방적으로 국정 교과서 제작 방침을 밝혔다. 사전에 교육감·학교·학부모들과의 소통 노력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추진 과정에서 끊임없이 반발에 부닥쳤다. 게다가 약속과 달리 집필진 명단과 편찬 기준도 공개하지 않아 ‘밀실 집필’ ‘복면 집필’이라는 비난을 자초했다. 송인섭 숙명여대 교육학과 명예교수는 “반대 여론를 무시한 채 비민주적인 방식으로 국정화를 강행한 교육부에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문명고 역시 연구학교 지정 신청에 앞서 학부모·학생들의 의견을 보다 적극적으로 물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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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국정 교과서를 둘러싸고 진보 교육감과 전교조 등이 보인 과도한 진영 논리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문제로 지적된다. 교과서 선택이 규정상 학교 자율임에도 일부 교육감들은 연구학교 신청을 위한 교육부의 공문조차 학교에 전달하지 않았다. 또 전교조는 연구학교 신청 움직임이 있는 학교들을 찾아가 항의 시위를 벌이는 등 물리적인 압박을 가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의 한 사립고 교장은 “자신들과 생각이 다른 교과서는 단 한 권도 인정할 수 없다는 식의 극단적인 논리가 학교 현장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의 자율성은 진보와 보수가 공유하는 가치인데도, 국정 교과서 사태를 보면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며 “새 정부에서는 교육을 정치와 분리시켜 학교·교육의 자율성을 보전하는 제도와 방안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천인성·전민희 기자, 경산=최우석 기자 guch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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