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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변두리 쪽방 노인들의 참혹한 죽음 … 그 뒤에 숨겨진 쓸쓸한 도시의 풍경

연대기, 괴물
임철우 지음
문학과지성사
381쪽, 1만3000원
 
평론가 김현(1942∼90)이 ‘아름다운 무서운 세계’라고 명명했던 ‘임철우 문학’의 근황 보고서다. 두툼한 소설집 안에, 멀게는 2007년작부터 가깝게는 2015년작까지 모두 7편의 중·단편을 담았다.
 
김현의 알쏭달쏭한 표현은 임씨 소설이 무서운 세계를 그리되 감정이 절제돼 있어 아름답다는 얘기였다. 읽는 사람에 따라, 또 얼마나 깊이 읽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번 소설집의 작품들은 절제와는 반대로 가는 인상이다.
 
가령 아름답도록 슬픈 단편인 ‘세상의 모든 저녁’은 노인의 고독사가 소재다. 변두리 도시 다세대 주택 쪽방들에서 노인들은 끔찍한 모습으로 죽어나간다. 양쪽 허벅지가 벽에 닿을 정도로 비좁은 화장실 변기 위에서 죽어 부패된 채 발견되는 노인도 있다. 일흔 세 살 허만석도 마찬가지. 연명을 위한 최소한의 식사를 하다 냄비에 머리를 쳐박고 급사한다. 소설은 일주일째 아무도 찾는 이 없어 주검이 부패되는 참혹한 과정을 또랑또랑 의식이 살아 있는 허만석 영혼의 시점에서 적나라하게 전한다.
 
표제작 ‘연대기, 괴물’은 장편 『백년여관』 같은 이전 작품에서 선보인 바 있는 이를테면 ‘비극의 종합판’. 출생부터가 기구한 송달수의 모진 인생을 통해 한국전쟁, 베트남전, 80년 광주, 3년 전 세월호 사건까지 한국 현대사의 비극을 집약했다. 임씨는 세월호 희생 학생들의 최후를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그린다. 세월호 다큐의 자막, 아이들이 마지막 순간 주고받는 문자 형식을 통해서다. 참극으로 점철된 지금까지의 우리의 연대기가 괴물에 다름 아니라는 게 소설의 핵심 메시지다.
 
임씨가 ‘작가의 말’에서 밝힌 대로 소설집의 작품들은 대부분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거나 죽은 사람의 이야기다. 인물들은 불가항력적인 역사의 희생자인 경우도 있지만 스스로도 어쩌지 못하는 정념으로 인해 파멸을 자초하기도 한다. 이런 어둡고 쓸쓸한 이야기가 왜 우리에게 필요한 걸까. “기억은 윤리적 행위이며 기억 만이 우리가 죽은 자들과 관계를 이어나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라는 게 임씨의 생각이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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