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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미녀와 야수’ 실사판은 원작과 이게 달라

월트 디즈니 컴퍼니(이하 디즈니)의 역사를 새로 쓴 뮤지컬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1991, 게리 트러스데일·커크 와이즈 감독)가 실사영화로 다시 태어났다. ‘시카고’(2002, 각본) ‘드림걸즈’(2006, 각본·연출) 같은 뮤지컬영화로 잘 알려진 빌 콘돈 감독이 연출을 맡고, 엠마 왓슨과 댄 스티븐스가 각각 미녀 벨과 야수로 출연하는 ‘미녀와 야수’(원제 Beauty and the Beast, 3월 16일 개봉)가 그것이다. 워낙 잘 알려진 동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에, 가장 아름다운 디즈니 애니메이션 중 한 편으로 꼽히는 작품을 실사화한 작품이라, 원작에 충실할 것을 제1원칙으로 삼았다. 하지만 추억의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이 살아 숨 쉬는 생명체가 되어 움직이는 것을 보는 신기함과 더불어, 원작에 조금씩 살을 붙이고 변화를 더한 점을 살피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미녀와 야수

미녀와 야수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는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는 기록을 여럿 세웠다. 애니메이션 최초로 아카데미 시상식(제64회) 작품상 후보에 오른 영화, 애니메이션 최초로 북미에서 극장 수입 1억 달러를 넘긴 작품, 아카데미 시상식 음악상·주제가상에 빛나는 아름다운 노래에 힘입어 디즈니 애니메이션 최초로 뮤지컬로 제작된 영화…. 콘돈 감독은 처음부터 이 실사영화가 반드시 뮤지컬영화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원작의 노래가 너무 좋지 않나. 멋진 실사 버전의 ‘미녀와 야수’를 공들여 만들며, 말하는 주전자·촛대·시계·먼지떨이가 부르는 노래 ‘비 아워 게스트(Be our Guest, ‘편히 모실게요’라는 뜻)’를 빼놓으라고?” 그리하여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2010, 팀 버튼 감독) ‘말레피센트’(2014, 로버트 스트롬버그 감독) ‘신데렐라’(2015, 케네스 브래너 감독) ‘정글북’(2016, 존 파브로 감독) ‘미녀와 야수’로 이어지는,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실사화 프로젝트 중에서도 ‘미녀와 야수’만 유일하게 뮤지컬영화로 탄생하게 됐다.
미녀와 야수 / BEAUTY AND THE BEAST 사진=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미녀와 야수 / BEAUTY AND THE BEAST 사진=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실사로 재현된 환상적인 명장면
미녀와 야수 / BEAUTY AND THE BEAST 사진=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미녀와 야수 / BEAUTY AND THE BEAST 사진=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콘돈 감독은 이 영화를 만들며 애니메이션 원작을 실사로 충실히 옮기는 데 가장 중점을 뒀다고 말한다. “원작 애니메이션은 완벽하다. 그 사이 애니메이션의 모든 요소들을 실사로 구현할 수 있을 만큼 특수효과와 CG(컴퓨터 그래픽) 기술이 발전했다. 마법에 걸려 말하는 주전자가 된 미세스 팟(엠마 톰슨)을 영화 사상 최초로 실사의 모습으로 보여 줄 수 있게 된 것이다!” 
말 그대로다. 실사영화 ‘미녀와 야수’는 원작 애니메이션의 이야기 흐름을 거의 그대로 따른다. 원작을 수놓았던 음악들을 확장된 버전으로 감상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애니메이션 속 장면들을 더욱 화려하게 꾸민 실사 영상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원작 최고의 볼거리로 꼽히는 뮤지컬 장면을 재현한 대목은 탄성을 자아낼 만큼 아름답다. 마법에 걸려 각종 집기로 변한 야수의 시종들이 저녁 식탁에 앉은 벨 앞에서 기쁨에 겨워 ‘비 아워 게스트’를 부르는 장면과, 꿈결 같은 노란 드레스를 입은 벨이 야수와 춤추는 둘만의 무도회 장면이 그것이다. 스티븐스의 몸짓과 표정을 바탕으로 100% CG 기술로 완성한, 야수의 미세한 표정 변화가 만들어 내는 감정의 드라마를 보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다. 
미녀와 야수 / BEAUTY AND THE BEAST사진=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미녀와 야수 / BEAUTY AND THE BEAST사진=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원작의 아름다움을 황홀한 실사 영상으로 옮긴 완성도에 무게를 두느냐, 더 급진적인 각색을 기대했느냐에 따라 평가는 엇갈린다. “익숙한 동화의 사랑스러운 실사 버전. 전에 본 것 같지만, 거부할 수 없는 활기와 황홀함!”(토탈 필름)부터 “전율을 선사하는 호화로운 세트와 의상 외에는 새로운 게 없다”(인디와이어)까지 상반된 평가가 맞서고 있다.
 
지금 봐도 진취적인 벨
“원작 애니메이션을 네 살 때 봤다. 자기 의견을 말하고 모험을 하고 싶어하는, 독립적이고 거침없는 여성으로 벨(페이지 오하라·목소리 출연)을 기억한다. 그는 야수(로비 벤슨·목소리 출연) 앞에서도 전혀 주눅 들지 않는다. 그전까지 동화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여성 캐릭터였다.” 이번 실사영화에서 벨을 연기한 엠마 왓슨의 말이다. 원작의 벨은 지금 봐도 충분히 진취적이다. 책 읽기를 좋아하고, 시골 마을을 벗어나 더 큰 세상을 보고 싶어하며, 마을 최고의 신랑감으로 꼽히지만 독단적이고 무식한 개스톤(리처드 화이트·목소리 출연)의 청혼을 단호하게 거절한다. 그래서 “마을 최고의 미녀”지만 “별나고 엉뚱한 아가씨”란 소리를 듣는다. 실사영화의 벨 역시 그 매력을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콘돈 감독은 “페미니즘 운동에 앞장서는 젊은 여성 배우 왓슨이 벨 역을 맡았다는 사실 자체가 캐릭터에 지성미를 부여했다”고 설명한다.
영화 ‘미녀와 야수’의 주인공 벨 역할을 맡은 엠마 왓슨

영화 ‘미녀와 야수’의 주인공 벨 역할을 맡은 엠마 왓슨

왓슨은 벨이 극 중 배경인 18세기 프랑스의 시대상을 앞서가는 여성이라는 점을 좀 더 부각하고자 했다. 벨이 세탁 장치를 발명하고, 소녀에게 글을 가르치는 장면이 실사영화에 추가된 건 그래서다. 벨이 다른 여성 캐릭터들처럼 코르셋을 입지 않고, 말을 타는 설정에 어울리도록 부츠를 신은 것 또한 원작과 다른 점이다.
 
디즈니 영화 최초의 게이 캐릭터, 르푸
미녀와 야수 / BEAUTY AND THE BEAST사진=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미녀와 야수 / BEAUTY AND THE BEAST사진=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이번 실사영화가 취한 가장 급진적인 변화는 조연 캐릭터를 다양한 인종으로 꾸린 점과, 개스톤(루크 에반스)의 부하 르푸(조시 게드)를 게이로 그린 점이다. 왕자가 노파로 변한 요정(해티 모라핸)을 홀대해 저주에 걸리는 첫 장면(이 대목을 스테인드 글라스의 그림으로 표현했던 원작과 달리, 이번 영화는 그 장면을 직접 묘사한다)에서, 왕자의 무도회에 참석한 미녀들은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돼 있다. 또 벨이 사는 마을의 책방 주인과, 야수의 시종 중에서도 먼지떨이로 변한 플루메트(구구 바샤 로), 옷장으로 변한 오페라 가수 마담 가드로브(오드라 맥도널드)가 흑인으로 나온다. 캐릭터가 백인 일색이었던 원작 애니메이션에 비하면 큰 변화다.
미녀와 야수 / BEAUTY AND THE BEAST사진=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미녀와 야수 / BEAUTY AND THE BEAST사진=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이번 영화에서 가장 큰 화제를 모으는 건, 르푸가 ‘디즈니 영화 최초의 공식적인 게이 캐릭터’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벨에게 청혼을 거절당해 낙심한 개스톤을 르푸가 노래 ‘개스톤(Gaston)’을 부르며 달래 주는 장면. 르푸는 힘세고 남자다운 개스톤을 단순히 동경하는 것이 아니라 그를 흠모하는 것으로 묘사된다. 콘돈 감독은 3월 5일 미국 LA 비벌리힐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르푸가 게이라는 점을 공식화했다. 
미녀와 야수 / BEAUTY AND THE BEAST사진=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미녀와 야수 / BEAUTY AND THE BEAST사진=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이 이야기가 300년 동안 말하고 있는 것, 주제는 무엇인가. 어떤 존재를 더 가까이, 더 깊게 들여다보고 그가 진짜 누구인지 받아들이라는 것 아닌가.” 콘돈 감독의 말이다. 르푸를 연기한 게드 역시 “르푸를 보다 인간적이고 복합적인 존재로 만든 콘돈 감독의 결정이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그에 찬성하지 않는 이들도 있다. 러시아는 이 영화에 한국의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에 해당하는 ‘16세 미만 관람불가’ 등급을 내렸다. 미국 앨라배마주(州)의 한 극장은 르푸가 게이라는 이유로 이 영화의 상영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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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란 기자 hairp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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